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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비컷 갤러리] 산양의 노래 - 조성훈展

2018.08.02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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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의 노래

조성훈展 / CHOSUNGHOON / 趙城薰 / painting

2018_0806 ▶ 2018_0904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 & 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0)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이미지, 놀이로 만들고 시적 상상력으로 읽는다 ● 8월 B.CUT 비컷 갤러리는 조성훈 작가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개인전 『산양의 노래』로 진행된다. 삼십대 초반인 작가의 나이는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가장 활발한 생산자이자 리더라 할 수 있는 이 세대는 논리적인 텍스트보다 감각적인 이미지로 인식하고 놀이로 재해석하는 것을 일상에서 즐긴다.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와 경제적 이해 관계가 생존의 필수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관점에서는 진지함과 거리가 먼 놀이는 억압해야 하는 욕망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 페이스의 발달로 감성과 유희가 앞서는 호모 루덴스형 인류가 자연스럽게 부활하면서 놀이는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보다 이미지에 탐닉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만나는 세상은 감각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이런 문화적 현상은 20세기 초, 프랑스 극작가 알프레드 자리 (Alfred Jarry)가 처음으로 사용한 허위적 해석의 과학 (철학)이란 의미인 '파타피직스 (Pataphysics)'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조리한 세상을 조롱하기 위해 유럽의 지성인들 사이 유행했던 당시의 놀이(예술)와 비교해 보면 분명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현재의 호모 루덴스형 인류는 특정 예술 집단이 아닌 불특정 다수이다. 그리고 목적성이 결여된 유희만을 위한 유희적 행위를 개별 생산하고 온라인에서 소비한다. 조성훈 작가 역시 이미지를 해석하고 생산하는 방식은 이들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의 작업의 태도는 알프레드 자리에 더 가깝다. 뉴스에서 보여준 사건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반응하는 일상의 이미지를 중첩해서 그린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이미지에 대한 딜레마를 말했다. 실제의 사건이 이미지를 경유하여 자신과 친구들에게 왔을 때 얼마나 다양한 서사와 해석을 만드는지, 그 놀라움에서 작업은 시작되었다고 했다. 범람하는 이미지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자극도 주지 못한다는 이미지 자체의 딜레마와 그럼에도, 이미지를 생산하는 작가의 딜레마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작업이었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새 작업은 현실의 사건과는 무관한 가상의 공간과 캐릭터를 만든다. 유희에 더 다가선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기이함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인 언캐니 (Uncanny)와 유희적 상상력이 만난 이미지는 일어날 미래의 사건에 대한 예고편처럼 보인다. 이는 가상의 세계에서 미리 불안을 체험하는 방법으로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유희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닌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불길한 예감을 던지는 이미지는 사람들을 보다 예민하게 만든다. 작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한 선택이 이미지에 불감한 우리에게도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특히, 인식 불가능한 캐릭터와 결핍된 서사 구조는 알프레드 자리의 「위비왕」과 닮은 부분이 많다. 십대에 교사를 조롱하기 위해 쓴 「위비왕」은 이 친구들과 연극을 상연하기도 했는데 가면을 쓴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극 효과는 부조리극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고 연극계는 물론 예술 전반에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보면 이전 작업에서 볼 수 있었던 딜레마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모색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여 영리한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독립된 캐릭터를 개별적으로 보여 줌으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요즘 광고에서 많이 사용하는 티저 (Teaser) 영상과도 비슷한 효과를 준다. 의미(텍스트)의 수직적인 전달 방식보다 해석의 가능성이 열린 수평적 생산을 선호하는 디지털 이미지 시대와도 일치하는 지점이다. 기승전결이 전복된 부조리극의 등장 인물을 연상케 하는 그의 캐릭터는 누구든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누구도 그 극의 결말(미래)을 예측할 수 없어 작가의 다음 놀이가 벌써 궁금한 것도 티저의 완벽한 효과이다. 그의 이미지를 만난 8월 비컷 전시 『산양의 노래』가 모호한 예감으로 충동질하고 우리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했던 여름으로 기억되리라 기대한다. ■ 비컷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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