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 )
한국 현대미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추상회화의 세계를 펼친 윤명로(b.1936)는 1960년대 앵포르멜, 1970년대 단색조 균열 연작을 비롯하여 1990년대의 격정적인 추상, 2000년대 이후의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추상까지 10년을 주기로 추상회화의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에서의 판화수업을 계기로 1970년대 초반에는 새로운 형식의 회화작품인 와 연작을 선보이는데, 연작은 측정도구인 를 소재로 하여, 제작과정에서 나타난 화학적, 물리적인 균열을 이용해 우연적인 효과를 이용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규범과 약속이 통치자(Ruler)에 의해 파괴됨을 표현하고 있다. 연작에서는 질료들의 상이한 건조속도에 의해 표면적으로 생성되는 균열을 이용한 작업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적극적인 신체적 표현을 드러내는 시리즈를 발표한다. 작가는 무명천 위에 아크릴과 먹을 이용하여 직접 제작한 여러 갈래로 갈라진 특수한 붓을 이용하여 화면 전체를 구성한다. 전통적 놀이도구인 연을 날리는 실을 감는 ‘얼레’ 와 행위를 나타내는 ‘짓’이라는 순 우리말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시리즈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나 전통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연상시킨다. 연을 날릴 때 연줄을 감고 푸는 행위에 의해 연이 날리는 형태가 변하는 것처럼 작품 또한 작가의 생각, 정신, 행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타냈다. 1970년대 작품에서 보여줬던 우연성과 비 의도성은 작가의 행위를 통한 표현적인 요소로 대체되었다.
1990년대 윤명로는 충북 부강의 대형창고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이전 작품들과 차별되는 대형작품인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다. 길이 1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올라가 물감을 조율하면서 자연이 지닌 거대한 힘을 표현한다. 작가는 특히 시리즈에서는 격렬한 감정 분출을 그대로 드러내며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의 시리즈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를 창안한 겸재 정선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작가 자신과 자신 주변을 감싸고 있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표현한다. 1990년대 시리즈가 격정적인 표현으로 자연에 대한 경의를 표출하였다면, 2000년대 시리즈 에서는 강렬함은 가라앉고 여유롭고 완숙한 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최근 작업은 기법적인 면에서 주목할 수 있는데, 크기와 형태가 똑같은 붓을 버리고 작가가 제작한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여 질료의 한계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윤명로의 작업은 표현적인 측면에서는 시대별 변천을 보이지만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감각은 전 시대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그의 추상작업은 표현적 추상의 독특한 아우라와 에너지를 형성하며 작가의 아이덴티티로 작용하였다.
Youn Myeung-Ro has produced unique abstract paintings throughout his 50-year career, ranging from his informel in the 1960s to works that are reminiscent of action painting in the 1990s. The new pieces this exhibition introduces demonstrate even greater maturity, combined with a touch of moderation, finesse, and the beauty of tempo control. As if taking on the position of a Zen priest, the artist attempts to deliver a sense of perfection, covering every single corner of the canvas. Youn says that “as the years go by, I tend to get up in the middle of the night to make modifications if anything seems amiss. Ultimately, the traces of my spirit and action constitute the origin of my very self; I want to express this. I want to draw the sound of snowflakes falling. I don’t know what it would be, but I want to produce something that would stay unforgotten. From the 1990s on, he uses iridescence in his works – the pearl figments in the paint subtly shift in hue in the light, depending on the viewers’ position. The delicate oscillations generate a unique aura that encapsulates the paint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