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 )
권순관은 1973년 전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며 외할머니댁에서 대부분 시간을 홀로 지내며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가 유일하게 소통하며 교감했던 인물은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그의 외할아버지였고, 그의 고독한 어린 시절과 외할아버지와의 관계는 후에 권순관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친다.
권순관은 종군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상명대학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 동안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매력 그 자체에 매료되어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졸업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입학해 전문사 과정을 밟았다. 전문사 과정 동안 카메라, 조명 등 학교 소유의 사진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찾았다. 권순관은 디지털카메라로 대부분을 작업하는 요즘에도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작가 특유의 색을 담아내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조작이 어려워 널리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를 다루며 기교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진으로서 또 다른 세계를 창출하는 시도를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도 모두 스위스 회사인 지나(SINAR)사의 8x10인치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A4 크기의 필름을 사용해 고화질의 사진을 얻었다.
권순관은 이러한 작업 방식을 통해 소설처럼 탄탄한 줄거리를 지닌 사진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서론; 미완성의 변증법적 극장>(1999-2013) 시리즈를 통해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세계를 세트처럼 구성하여 공간과 인물이 인위적 상태로 드러나는 연출을 통해 삶의 일상적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개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어떠한 행위를 불러일으키는지에 주목했다. 동시에, 가상의 현장을 포착하여 사실이지만 허구일 뿐이며 연속적이지만 찰나인 사진 속성에 대한 탐색을 펼쳤다.
권순관은 이러한 작업 전개 속에 2007년 5.18 기념재단에서 올해의 사진가로 선정되며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한다. 5.18 민주화 운동 관련 작업을 하기 위해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하며 작가로서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유년 시절을 함께한 외할아버지의 정신병 역시 한국 근현대사가 만든 희생물이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그가 유년 시절 할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원인 모를 혼란과 외로움은 결국 역사 속 깊은 어둠으로부터 길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어두웠던 기억을 바탕으로 한국 역사를 재조명하며 역사라는 가상이 어떻게 개인의 순수한 체험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최근 권력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기록하고 그것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며 노근리 미군 민간인 학살사건 같은 은폐된 역사 속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권순관은 성곡미술관에서 2007년 ‘내일의 작가’를 수상하였고 2009년에는 KT&G 한국 사진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2007년 쌈지 스페이스 스튜디오 프로그램, 2009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 미술 창작 스튜디오와 2015년 자그레브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성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 성곡미술관, 아트센터나비, 대안공간 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부산비엔날레,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