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 )
샌 정은 낯선 곳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 외에 감성과 이성, 동양과 서양, 외면과 내면 등 대비적인 요소들을 선, 면, 그리고 색상의 전개라는 회화의 기본 요소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한 개인의 추상적인 생각과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기에 작가의 신작 회화는 이전 작업들보다 더 해답을 찾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고,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색에 빠질 것을 요구한다. 작가는 사각형, 원형 등 기하학적 이미지를 대부분의 작품에 도입했는데, 작가에 따르면 이렇게 사용된 형과 색은 ‘사색의 침전물’을 표현한 시각적 요소다. 작품 전반에 걸쳐 표현된 사각형과 여기저기 보이는 원형이 작가 내면의 우주를 표현한 것이라면, 가끔씩 보이는 새, 말, 산, 나무 그리고 인간 형상 같은 구상적인 요소는 자연 세계 혹은 우주의 대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번 신작들에서는 절제된 선과 면으로 표현된 기하학적이며 정적인 요소와 더불어 낙서 같이 거칠며 자유분방한 선들이 함께 화면을 채우는데, 이는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찾아 표현하려는 작가의 회화적 시도이다. 캔버스의 사각 프레임 속에서 조용히 부유하는 사각형과 원형의 기하학적 추상 요소들을 통해 작가는 표현의 간접성과 사유 영역의 모호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작가 자신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대적 관점에서의 ‘회화 미학’ 또는 ‘미적 판단’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를 화면 위에 펼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