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가 도래하며 공간의 가치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가구와 예술 두 가지 영역을 아우르는 정명택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예술작품으로서 공간을 정의하는 아트퍼니처는 상업과 문화, 예술과 실용성 간 관계에 대한 매력적인 질문들을 제기하며 성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2021년 최신작과 함께 작가의 자연주의 정신이 깃든 아트퍼니처를 선보이고자 한다.
정명택은 1950년대 미국에서 형성된 아트 퍼니처의 개념을 한국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미국 유학 당시 아트 퍼니처의 아버지라 불리는 웬델 캐슬의 컬렉션 Wendell Castle Collection 디자이너 및 제작자로 벤치와 테이블 작품을 제작했고,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명택의 아트 퍼니처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국내외에서 인정받았다. 가변적인 한국 고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작품은 건축과 공간 즉, 물질과 비물질의 어우러짐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에 내재된 특징을 크게 ‘크게 ‘무위(無爲)의 순수미’, ‘무심(無心)의 담백미’, ‘무형(無形)의 공간미’로 바라보고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명택의 은일한 사물의 기척이 자아내는 물질과 공간의 본질적인 관계, 무위에 대한 깊고도 자유로운 탐구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 무위는 제 뜻만으로 살아가는 경위를 넘어 몸과 마음의 기를 누그러뜨린, 안온함을 지키는 일 ” - 정명택
내 작품들의 주된 주제는 물질과 공간의 어우러짐이다. 공간에 대한 탐구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어 왔다. 서양 건축물이 벽을 쌓아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뚜렷이 구별한다면 한국 고건축에서 공간이 갖는 특색은 기둥을 주축으로 건축물이 형성되고 필요에 따라 문을 개폐할 수 있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그리 명확히 두지 않는 차이점이 있다. 다시 말해 한국 고건축은 물질(건축)과 비물질(공간)을 하나로 통합하는 독특한 공간적 특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국 고건축의 개방적이고 변화무쌍한 공간의 아름다움은 내 작품에 형태적이나 내용적으로 많은 영감을 준다. 나는 작품을 통해 시각적 아름다움과 실용적 기능을 넘어 물질과 공간의 본질적 관계에 대해 자유로이 탐구하고 사유하고 싶다.
- 정명택 작가노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