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맞아 렘브란트 Rembrandt , 베르메르 Vermeer 등 네덜란드 거장들의 뿌리를 잇는 21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 Erwin Olaf 의 세 번째 한국 개인전 “Human & Nature” 이 6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6월 23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Vogue like a painting” 展 을 기념한 공근혜갤러리 특별 전이기도 하다.
어윈 올라프는 네덜란드의 고전 회화 형식을 사진작품에 차용하여 상업 사진과 순수 예술 사진의 경계를 허물고, 인물과 오브제를 단순한 상업적 수단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2008년에 제작한 Moooi Accessories 광고 사진 시리즈는 17세기 황금시대의 네덜란드 바니타스 정물화(Vanitas Still Life)를 연상시킨다.
2013년 10월 보그 네덜란드 표지를 위해 올라프가 작업한 ‘Master and the Girl’의 패션 사진 시리즈 역시 네덜란드 고전 회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네덜란드의 회화의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의 1666년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등장한 인물은 모두 네덜란드 모델 Ymre Stiekema로, 그녀는 고전적인 네덜란드 여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캐스팅되었다. 어윈 올라프가 설정한 사진 속 그녀의 패션은 과거 네덜란드 남부의 어부와 농부들의 아내가 착용했을 법한 전통적인 의상이다. 소박한 서민의 니트모자를 착용한 그녀의 의상과는 상반된 화려한 진주 귀걸이가 더욱 돋보인다. 또 다른 사진은 고전적인 네덜란드 전통 농부의 전통 의상을 착용한 여인이 요즘의 헤드폰을 착용하는 등, 고전과 현대의 패션을 결합시킨 스타일링이다. 올라프는 단순히 고전 명화를 모방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를 현대적으로 재 구성하여 과거와 현재의 결합을 시도했다.
올라프의 사진에서 과거 예술 작품에 관한 레퍼런스는 매우 명백하게 드러난다. 네덜란드의 황금시대 회화에서 시작해서 초현실주의 화가들, Caravaggio, Otto Dix와 George Grosz 그리고 Visconti, Pasolini, Fellini의 필름들까지, 올라프는 너무 동시대적인 사진이나 작가들에만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나는 그것들(동시대적인 것들)이 지나치게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왜냐면 그것을 복제하려고만 할 것이다. 나는 내 자신만의 꿈을 꾸기를 원한다.”
보그 잡지의 표지였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작품은 이번 보그 코리아 서울 한가람 미술관 전시에서 매인 작품으로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영상 작품으로 소개되는 ‘Le Dernier Cri 최신유행’ (the latest fashion) 는 3분 가량의 비디오와 인물과 정물을 담은 5점의 사진 작품으로 구성된다. 2019년 파리를 배경으로 작가가 상상 한 미래적이고 현실 풍자적인 작품이다. 올라프의 이 전 시리즈 물인 ‘Rain 비’ (2004), ‘Hope 희망’ (2005), 와 궤를 같이 하며 헐리우드의 유행에 민감한 여자들의 패션 집착과 과도한 성형수술 등에 대한 올라프의 현실 고찰과 풍자가 이 작품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영상 속 배경이 된 공간은 1950-1960년대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장식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꾸며진 어떤 중산층 가정의 실내공간이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두 여성의 얼굴은 보톡스 시술과 과도한 성형중독으로 그로테스크하다. 화면 속에서 그녀들은 2019년 ‘최신 유행’하는 장식과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실내 장식으로 등장하는 화려한 꽃이 꽂혀진 화병과 식물들이 완벽하게 꾸며진 사진 작품으로 영상 화면과 병행된다. 화면 속 최신 유행 패션으로 치장한 두 여인의 보기에도 매우 거북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과 사진으로 걸린 화려한 꽃과 식물들의 완벽함이 두 여인의 모습과 서로 상응한다.
패션에 대한 올라프의 이러한 풍자적인 관점과 불편하고 거북할 정도로 완벽한 이미지는 2008년에 제작된 ‘Fall 가을’ (2008) 시리즈로 이어진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젊고 아름다운 청년기에 해당하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뭔가 어긋나 있고 불안한 모습이다. 그들의 눈은 반쯤 감겨있거나 풀려있고 자세 또한 불안정하다. 올라프는 ‘Grief’ (2007) 사진 작업을 마치고 만난 노쇠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연약함에 대해 더욱 깊이 고찰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Fall 가을’ 시리즈는 ‘Le Dernier Cri’ (2006)와 같은 세팅과 오브제를 사용했지만, 완벽한 이미지에서 한 발짝 물러나 패션의 완벽한 아름다움이 몰락할 수 밖에 없는 필연성과 연약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연약하고 불안정한 몰락을 예감하는 올라프의 사진 속 인물들은 곧 시들어 갈 화분 속 식물 이미지와 상응하며 인간의 아름다움이 그만큼 짧은 순간임을 암시한다. 봄과 여름을 지나 겨울을 맞이 해야 하는 가을이 오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 것 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5 점의 사진과 영상 작품들은 어윈 올라프가 2000년대에 들어서 제작한 시리즈 물 가운데 인물과 정물 사진들을 모아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패션, 광고 사진에서 순수사진, 영화, 조각,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쟝르를 넘나들며 폭 넓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어윈 올라프의 작업을 이해하고 사진 예술의 다양한 쟝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의미 있는 전시회다.
지난 해에 한국을 찾았던 어윈 올라프는 한국의 한 미술관 에서 열릴 개인전 준비를 위해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다시 한국을 방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