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박현주
2021.11.05
[뉴시스] 박현주
[서울=뉴시스]Tulips – And I am Aware of my Heart It Opens and Closes 2006, Butterflies and household gloss on canvas Each 295 x 205 cm (Framed)
파리 때문이었다. '나비 색채 회화(Butterfly Colour Paintings)'가 시작 된 건.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 다니던 데미안 허스트(56)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프라이머를 칠해둔 캔버스에 파리가 붙은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파리와 비슷하지만 아름답다고 느끼는 화려한 나비를 대신 가져왔다. 죽은 나비를 단색으로 칠한 캔버스에 고정시켰다. 그는 캔버스를 칠할 때에 일부러 가정용 페인트(household gloss)를 사용한다. 열심히 칠한 페인트에 우연히 나비가 붙어버린 것 같은 연출을 위해서다.
살아있는 듯 죽은 나비는 화려한 색채와 함께 부각되어 생명과 죽음, 예술과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전 세계 미술시장을 홀렸다. 이제 '나비는 데미언 허스트'로 동일시 되며 수천, 수억원에 거래된다.
영국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이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허스트의 1990년대~2000년대 ‘약장(Medicine cabinet)’, ‘스팟 페인팅(Spot Painting)’, ‘나비 색면 페인팅(Butterfly Colour Painting)’, ‘치유 회화(Remedy Painting)’ 등 유명 작품만 모아 전시한다.
허스트는 '현대미술 악동'으로 유명하다.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동문들과 자체적으로 기획한 전시 ‘프리즈 Freeze’를 통해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런던 도클랜드 부근의 방치된 창고 건물을 빌려 안젤라 불록, 맷 콜리쇼, 개리 흄, 사라 루카스 등 16명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한 이 전시는 광고업계의 대부이자 슈퍼컬렉터였던 찰스 사치를 비롯한 미술계 저명인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치의 전폭적인 후원을 업고 영국 및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신선한 흐름을 이끌었던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 중에서도 허스트는 단연 충격적이고 스펙터클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비 연작을 비롯해 약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나 알약을 캔버스에 붙인 작품 등 허스트는 현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의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부작용의 문제를 꼬집는다.
죽은 나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나비 페인팅’ 등 그의 작업 시리즈는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하지만 삶의 유한함에 대해 직관적으로 호소하며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획기적인 시각 언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약 상자, 알약, 나비....'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을 찬란하게 알려준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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