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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main율곡 이이의 어머니 아닌 '화가 신사임당'을 만나다

2017.01.23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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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그녀의 화원'전 전시 전경. (이하 서울미술관 제공) © News1

"내게 일가 한 분이 있어 일찌기 말하기를 '집에 율곡 선생 어머님이 그린 풀벌레 그림 한 폭이 있는데 여름철이 되어 마당 가운데 내어다 볕을 쬐자니 닭이 와서 쪼아 종이가 뚫어졌다'라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 송상기(1657-1723)가 '사임당화첩발'(1713)에 남긴 글 중 일부다. 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한 유학자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이자 여류 예술가였던 신사임당(1504-1551)의 그림 속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설명해주는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에 또 하나의 '화원'이 차려졌다. 지난해 10월부터 미술관 1~2층에서 현대미술 작품들로 꾸려진 '비밀의 화원'전을 열고 있는 가운데, 24일부터는 미술관 주요 소장품들을 보여주는 2층 A컬렉션 전시실에서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특별전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을 연다.

특히 오는 26일 SBS에서 배우 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첫방송을 앞두고 있어, 주체적인 여성의 시대상으로 사임당의 삶을 재조명하는 이번 전시 역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전 전시 전경. © News1

전시에서는 신사임당의 '묵란도' 1점과 '초충도' 14점을 선보인다. 서울미술관 측에 따르면 이 묵란도는 서울미술관 창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지난 2007년 소장하게 된 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이 작품은 2005년 한 무역중개상이 KBS 'TV쇼 진품명품'에 감정을 의뢰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당시 감정단에 의해 1억5000만원 상당의 가치가 매겨진 바 있다. 안 회장은 이후 1년여 동안 이 소장자를 수소문했고, 첫 감정가보다 2배 높은 3억원에 소장하게 됐다.

전시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신사임당이 그린 묵란도 위에, 신사임당 사후 율곡 이이의 제자였던 대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송자대전'에서 발췌한 글을 후대에 이어붙인 것이다. 미술관 측은 "능숙한 기교와 더불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필선이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말했다.

미술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신사임당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던 남편 대신 그림 그리고 자수 놓는 일을 하며 대저택에서 100여 명의 가솔들을 직접 먹여 살렸던 '여장부'였다. 이 중 '초충도'는 수를 놓기 위한 원본 도상들로 쓰이기도 했는데, 사찰에서 불경을 새길 때 쓰였던 고급 종이인 감지(검은빛이 도는 짙은 남색으로 물들인 종이) 위에 채색된 초충도는 그 자체로도 워낙 훌륭한 작품이어서 지체 높은 사대부가에서는 이를 병풍으로 만들어 장식하기도 했다.

서울미술관 측은 "신사임당은 초충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산수화도 잘 그렸던 화가"라고도 했다. "신사임당의 산수화에는 승려나 절이 등장하곤 했는데, 이 때문에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의 학자들은 성리학의 대부인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산수화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초충도만을 부각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신사임당의 산수화는 현재 거의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면서 "그동안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점만 부각돼 왔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가로서 신사임당의 뛰어난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시 의의를 밝혔다. 전시는 6월24일까지 6개월 가까이 계속된다. 문의 (02)395-0211

신사임당, 묵란도, 연도미상, 비단에 수묵, 92.5x45cm © News1

신사임당, 초충도, 연도미상, 종이에 채색, 27x24cm © News1

신사임당, 초충도, 연도미상, 종이에 채색, 36x25cm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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