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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작가&작가] 오유경, 사소한 사물을 모아 쓴 詩

2016.05.23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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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이 김해클레이아크 미술관의 단체전인 '어스'전에 선보인 '역모빌'. /사진제공=오유경

<5> '민성홍'이 말하는 '오유경'…일상적 사물로 만든 특별한 조형 언어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사물들을 이용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조형 언어를 찾아 나가는 작가."

현대미술가 민성홍(44)은 자신이 인정한다는 동시대 작가인 오유경(37·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오유경은 최근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 '어스'(earth)에서 헬륨가스를 넣은 풍선들을 묶은 낚싯줄을 전시장 지면에 고정시킨 작품인 '역(逆) 모빌'을 선보였다. 풍선은 중력을 거슬러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려 하지만, 팽팽한 긴장에 휩싸인 실이 이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움직이는 조각'으로 불리는 모빌의 작가 알렉산더 콜더가 하늘에서 땅에 떨어지려는 사물들을 잡아 놓는 힘에 주목했다면 오유경은 그 반대의 구조를 고민한 셈이다.

"사물들 사이를 묶는 보이지 않는 힘들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을 엮는 '비물질적인 힘'을 표현하려 했어요." 오유경은 '역모빌'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오유경의 '만들어진 산'. /사진제공=오유경

오유경은 과거 자신이 겪은 조난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안나 푸르나 등정 당시 잠깐의 고립을 경험한 후 자연의 힘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눈 덮힌 고도 4400m에서 갈 길을 잃었는데, 적막한 산은 자연이 지닌 힘을 오롯이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지각해 볼 수 있는 시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1979년생인 오유경은 의자, 종이컵과 같은 일상 속 소소한 사물들에 대한 연민을 녹여낸 작품을 만들어왔다.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ENSBA)에서 이탈리아 '아르테 포베라' 운동의 중심 작가인 쥬세페 페노네로부터 사사해 조형예술학 국가학위(DNSAP)로 졸업했다.

'가난한 미술'이란 뜻의 '아르테 포베라'는 일견 보잘 것 없는 재료를 통해 물질이 함유한 본질을 탐구하는 사조로 1960년대 미술 시장에 거세진 자본개입에 반발하며 나타난 운동이다.

이와 같은 사조의 영향을 받아 흰색 종이컵들을 산처럼 쌓아 올린 작품인 '만들어진 산' 등이 오유경의 작품이다. 그의 시적인 작품들은 국내 주요 미술관뿐 아니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관심을 끄는 데 충분했다.

OCI 미술관, 크리스찬디올재단, 에르메스재단 등과 함께 삼성메디컬센터가 그의 작품 소장처로 이름을 올렸다. 근래 들어 사물에 대한 연민의 시선과 함께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아우르는 작업으로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오유경을 추천한 민성홍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회화 전공으로 졸업했다.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 그는 현대차가 미래를 이끌어갈 현대 예술가로 선정한 '브릴리언트 30'의 작가로 선정됐다.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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