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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자본론'에 대한 21세기 심미적 번역…아이작 줄리언 韓 첫 개인전

2017.02.2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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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아이작 줄리언, , Endura Ultra Photograph, 160 x 240 cm, 2013 ⓒ 아이작 줄리언,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런던)

영국을 대표하는 설치 작가이자 영화 감독 아이작 줄리언(57)의 한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강남 언주로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2017년 새해 첫 전시로 '아이작 줄리언 : 플레이타임'을 22일부터 펼친다. '2017-18 한 ∙ 영 상호 교류의 해'첫 번째 전시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아이작 줄리언은 미국의 더그 에이트킨, 중국의 양푸동과 더불어 가장 독특한 다채널 필름 설치 방식으로 유명하다. 다채널 영상 설치와 사진 작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시적이면서도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출한다.

1989년작 '랭스턴을 찾아서(Looking for Langston)'로 부상했다. 뉴욕 흑인문화 재부흥을 뜻하는 할렘 르네상스를 조명한 다큐드라마로, 많은 추종자를 낳은 그의 대표작이다. 1991년 장편영화 데뷔작 '젊은 영혼은 반항한다(Young Soul Rebels)'로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상을 받았다.

2010년 시드니 비엔날레에서 첫 공개한 최근작 '만 개의 파도(Ten Thousand Waves)'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스타작가로 떠올랐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외에도 2016년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전시가 잇따랐다.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알렸다. 2004년 부산비엔날레와 2008년 광주비엔날레, 2011년 아틀리에 에르메스 전시를 통해 멀티스크린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등, 영화와 현대미술 사이를 오가며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왔다.

탈식민주의, 글로벌 자본주의, 이산과 이주 그리고 인종 및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 등을 소재로 삼았던 아이작 줄리언의 작업은 트럼프 집권 이후 도래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대비하여 그 시의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낭독 공연 ‘자본론’ 오라토리오(KAPITAL Oratorio)로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현실을 예고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영화작가이자 설치작가 아이작은 런던대학교 국제미술 학과장을 역임(2014-2016)했다. 2016년 예일대학교 성소수자연구위원회가 시상하는 제83회 제임스로버트브러드너 추모상 수상 및 기념 강연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전시 표제를 이루는 핵심 작품인 7채널 영상 설치 작업 '플레이타임(Playtime)'(2014)을 비롯해 '자본론(KAPITAL)' (2013), '레오파드(The Leopard)'(2007)의 세 작품으로 선보인다.

'플레이타임'은 이번 개인전의 핵심을 관통하는 작품이다. 작품 제목은 프랑스의 영화감독 쟈크 타티의 '플레이타임 Playtime '(1967)에서 차용했다.

쟈크 타티의 영화가 초현대적 파리의 도시적 삶의 묘사를 통해 자본주의의 미래를 예언했다면, 아이작 줄리언의 작업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21세기 심미적 번역판'이다.

이 작업에서 아이작 줄리언은 자본주의의 과잉과 실패와 이런 본질적 모순을 반영한 미술계를 해부하며 정보와 노동 그리고 돈의 비물질적 흐름을 보여준다.

총 런닝 타임 67분짜리 이 영화는 런던의 헤지펀드 매니저(배우 제임스 프랭코), 아이슬랜드 레이캬비크의 작가이자 부동산 개발업자(<킹덤 오브 헤븐>의 잉그바르 에거트 지그로손), 두바이의 필리핀 출신 가정부(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메르세데스 카브럴) 등 3명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세 인물 이외에도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미술작품 경매사 시몬 드 퓌리가 직접 출연하고 그와 인터뷰를 하는 리포터 역할로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등장한다.

【서울=뉴시스】아이작줄리언,<자본론 KAPITAL>, 2채널 고해상도 영상설치, 스테레오 사운드, 31분 16초, 2013 ⓒ아이작줄리언,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런던)

영화의 특징은 등장 인물들의 시선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동경하는 눈초리로 도시, 초현대적 건축물 그리고 예술작품 등의 사물들을 물신주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제임스 프랭코는 미술작품의 시장가격은 예술적 가치와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시몬 드 퓌리는 2008년 재정위기 이후 오히려 미술시장은 역설적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본국에 세 아이를 어머니에게 맡기고 두바이로 취업 이주한 필리핀 가정부는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악착스럽게 일하고 있지만, 고용주의 비인간적 처우와 고통스러운 노동 조건에 대해 증언한다.

아이작 줄리언의 작업은 기존 영화사 속의 다양한 장면들과 촬영 기법들을 인용 혹은 전유하면서 모든 에피소드들을 관통하고 있는 중심 주제로 ‘자본’을 설정하고 있다. 자본, 경제 위기 그리고 미술시장 등 글로벌 환경의 회피할 수 없는 문제들을 묵시론적 시각으로 제기한다.

플랫폼-엘의 지하2층 라이브홀에 7개의 초대형 스크린과 함께 설치됐다.

플랫폼 엘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7개 스크린 필름 설치 방식 못지않게 구현의 난이도가 높은 또 다른 작업은 문화적 번역의 일이었다"며 "7개의 스크린에 교차하며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든 대사를 한글 자막 처리하여 관객들은 ‘스크린의 숲’ 사이를 이동해가며 작품을 감상할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높은 층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다른 어떤 미술관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장소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서울=뉴시스】아이작줄리언, <웨스턴유니온 : 작은배 (레오파드) Western Union Series No. 7 (The Leopard)>,Duratrans image in lightbox, 120 x 120 cm, 2007 ⓒ아이작줄리언,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런던)

2007년에 제작한 5채널 필름 설치 작품 '웨스턴 유니온 : 작은 배 Western Union Series No.7'의
싱글 채널 버전인 레오파드 The Leopard'(2007)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화려한 바로크 풍의 궁전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정치적, 경제적인 이유로 북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의 위험 가득한 여정이 이 장소를 배경으로 재연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판타지와 현실이 혼재된 영상은 서구의 근대가 품어왔던 꿈과 실패한 희망에 대해 성찰한다. 이 작품은 플랫폼-엘 3층 전시장에 블랙박스 형태로 설치됐다.

선형적 내러티브 구조의 해체를 시도하는 복합적 스크린 배치 방식은 관객들에게 이미지를 지각하거나 그 내러티브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서 영화 관람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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