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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기업가·컬렉터·미술작가' 아라리오 회장에게 시멘트는…

2017.05.23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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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씨 킴'으로 활동하는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9번째 개인전 '논-논다놀아'를 개최한다. /사진=박다해 기자

'작가 씨 킴' 김창일 회장, 9번째 개인전…시멘트·합판 등 오브제로 '버려진 물건에 생명을'

버려진 마네킹을 시멘트로 덮은 뒤 익살스러운 가발과 모자, 가면을 씌웠다. 죽은 마네킹에 비로소 표정이 생긴다. 마네킹들 사이에 의사 가운을 입은 해골 조형물이 서 있다. 마네킹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 씨 킴(Ci Kim)을 상징한다.

"(마네킹은) 제 환자일 수도 있고, 속칭 '똘마니'일 수도 있죠. (웃음) 흉측해 보일 수도 있지만…가발을 씌우니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 같지 않나요?"

'씨 킴'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작가로 활동할 때 사용하는 예명이다. 22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만난 작가 씨 킴은 "작품에서 제일 중요하게 추구하는 것은 '생명과 영혼'"이라며 "버려진 물건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왔다. 이 마네킹들은 그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이자 천안시 고속버스터미널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한 그가 처음 직접 붓을 든 것은 1999년. 20여 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해 온 그는 2003년부터 2년에 1번씩 개인전을 개최해왔다. 올해로 9번째다. 이번 개인전 '논(㯎) - 논다놀아'에선 주로 건축 재료를 활용한 대형 회화와 설치, 조각, 영상, 사진 등 총 7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씨 킴의 작품은 시멘트, 흙, 나무, 철, 알루미늄 등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주로 건축을 하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 사용하는 재료로 그의 삶에 가장 밀착된 물질이기도 하다. 그는 갤러리와 미술관, 터미널, 외식 공간 등 수십 개의 건축물을 새로 짓거나 재정비해왔다. 특히 시멘트에 대한 애착이 크다.

"작업을 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멘트라는 재료가 저랑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토마토나 철가루 등을 사용했을 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도 있었는데 시멘트는 그렇지 않거든요."

시멘트와 전용 도료를 섞어 입체적으로 덧입힌 작품들은 밝고 화사한 색감을 지녔다. 대부분 제주에서 작업한 작품들이다. 그는 "어떤 색을 쓸 지는 당시의 기분이 좌우한다. 아무래도 제주도에선 더 편하고 재미있게 작업하는 것 같다"고 했다.

씨 킴이 22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다해 기자

씨 킴은 지난 20여 년 동안 철가루가 녹슬어 내는 색과 질감, 토마토가 썩어 문드러지는 과정 등을 캔버스에 담는 등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바닷가에서 수집한 폐냉장고나 철판도 그에겐 훌륭한 오브제가 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선보였다.

바닥에 비닐과 합판, 철판을 겹쳐 깔고 햇볕에 말리고 비에 적시기를 반복한 작품이나 알루미늄에 철가루를 뿌린 뒤 물을 뿌려 녹슬게 한 작품들이다. 작품을 완성한 뒤 캔버스 일부를 뜯어낸 작품도 다수다. "왜 뜯어냈냐"는 물음에 "호기심"이란 답이 돌아온다. 틀을 깨는 새로운 작업 방식은 그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오히려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전시장 위층엔 그가 직접 사용한 물감통과 붓, 국자, 시멘트를 섞은 대야 등 작업 재료와 장화, 저울, 쇼핑백 등 작가의 개인적인 오브제가 함께 전시된다.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또 작가가 제주, 천안, 서울을 다니며 비오는 풍경을 촬영한 사진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

씨 킴은 자신의 사업 역시 미술에 대한 사랑 덕에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미술 사랑은 천안시 고속버스터미널을 하나의 거대한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현대미술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 키스 해링 등의 작품이 천안 시민들의 일상에 녹아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컬렉션을 봤을 때 어릴 적 무지개를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전율을 느꼈어요. 제 작업이 사람들에게 무지개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씨 킴의 9번째 개인전은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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