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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화폭에 그려낸 슬프도록 아름다운 역사극 '에픽 상하이'

2018.01.18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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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 '1935', 2017(PKM 갤러리 제공)© News1

조덕현 작가 "어렵지 않은 언어로 쉽지 않은 질문하는 작업"

# 1935년 유럽식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선 상하이의 한 골목 레코드숍. 20대의 조선인 남성 조덕현과 상하이 여성 홍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저우쉬엔의 레코드를 사기 위한 행렬 속에서 우연히 조우한다.

1914년 일제강점기 때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조덕현은 10대 후반에 만주로 흘러들어갔다가 현재는 상하이에서 영화판 일을 돕고 있다. 조덕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홍은 상하이 토박이로 소설가다.

그리고 또 한쌍의 남녀. 인생의 정점에서 '인언가외'(人言可畏)라는 말을 남기고 음독자살한 전설적인 여배우 완령옥과 조선에서 건너가 상하이에서 최고의 영화배우로 활약한 김염이 조덕현의 삶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 조덕현은 언뜻 장만옥이나 양조위가 화면에 등장할 것은 이 이야기를 자신과 이름이 같은 가상의 인물 조덕현을 만들어 내 초대형 화폭에 담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캔버스를 탈피해 종이에 주로 연필로 작업한 이번 작품들은 1930년대 동서양 자본이 밀집되면서 세계 5대 도시로 불렸던 올드 상하이에서 살았던 가상의 인물 조덕현과 홍, 실존 인물 김염과 완령옥 등이 펼치는 거대한 역사극이다.

조 작가는 이번 작업을 위해 상하이 출신의 유명 소설가 미엔미엔과 협업해 인물을 창조하고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어냈다. 조 작가는 가상의 인물 '조덕현'을, 미엔미엔은 그의 모든 소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홍'을 각각 대리인으로 삼아 자신을 투영해 작업했다. 2015년 일민미술관에서 선보인 '꿈'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들에서도 작가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이름이 같은 영화배우 조덕현씨가 남자 주인공 조덕현으로 등장한다.

폭 5.8m 높이 3.9m의 초대형 회화 '1935'에서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계층간의 갈등, 범죄와 테러, 국지적인 전투가 빈번하는 올드 상하이가 극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무도회장 '백락문'(百樂門, 파라마운트)을 중심으로 이 드라마의 남녀 주·조연들을 만날 수 있다.

조덕현 '꿈꿈', 2017.(PKM갤러리 제공)© News1

같은 크기의 초대형 회화 '꿈꿈'은 1,2차 세계대전 난민들로부터 시리아 난민, 이탈리아 지진 피해자 등 근현대의 온갖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난민들을 한 데 모은 묵시록적인 작품이다. 난민들 뒤로 등장하는 상하이의 상징적인 장소인 와이탄의 수몰된 모습은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조 작가는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기자간담회에서 "올드 상하이라는 시공간은 화염처럼 타올랐다 사라졌지만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 굉장히 많은 현상들이 나타났다"며 "올드 상하이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사회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작업은 예전의 좋은 사진들을 찾아내 그리는 것을 주로 했지만 이제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혼합해 사실 이상의 진실을 끌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시공간의 자료들을 가지고 와서 그것들을 한 데 모으고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는데 이것은 이전 역사화에서 진화된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명과도 같은 영상설치작업 '에픽 상하이'는 완령옥과 김염 등이 실제 출연한 '대로', '신여성', '마로천사' 등 1930년대 상하이의 유명 영화장면들을 여러개의 작은 모니터에 담아 5면 거울을 통해 투영한 작품이다. 5면의 거울을 통해 영화 장면들은 수백 수천개로 확대돼 관람객들이 무한한 시공간 속에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조덕현 '미드나잇 상하이 1', 2017.(PKM갤러리 제공)© News1

물론 무거운 주제와는 별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우 조덕현과 홍, 완령옥과 김염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 작가는 "제 작업은 어렵지 않은 언어를 가지고 쉽지 않은 질문을 하는 작업이다. 미술에 대해 전문적인 트레이닝이 돼 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일반인들이 기대하는 미술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배신하지 않는, 무거운 주제를 습자지에 스며들 듯이 관람객들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초대형 회화 2점 등 회화작품과 사진, 영상설치작업 1점 등 총 18점을 선보인다. '에픽 상하이' 전은 1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조덕현 작가.(PKM 갤러리제공)© © News1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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