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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꽃은 그에게로 와서 비로소 '꽃(FLOS)'이 되었다

2018.10.1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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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성 '꽃' 개인전...이화익갤러리서 16~31일까지
위에서 아래로 본 거대 꽃 잎 내부 담아 기괴함도

【서울=뉴시스】 한운성, 라넌큘러스,Ranunculus Asiaticus,Oil on Canvas, 130x130cm, 2018

'꽃 그림은 예쁘다'는 인식을 깬다. 화폭에 담긴 거대한 꽃송이는 기괴함까지 발산한다.

미술시장에서 '과일 채집' 시리즈로 유명한 한운성 화백(72)의 신작이다. 16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펼친 개인전 'FLOS(꽃)'은 건물의 단면만을 보여주었던 ‘디지로그’ 연작 이후 새로 나온 작품이다.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근원적 생명현상들을 드러내 보여주고 싶다”는 한운성 화백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시점으로 꽃을 그려내 감상자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꽃은 더 이상 사진같은 정물화가 아니다. 캔버스 정중앙에 정교하게 그려진 꽃의 암술, 수술을 중심으로 꽃 내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당당한 생명력으로 꽃의 본질을 보여준다.

한 화백은 최근 1년간 몸이 아파 작업을 쉬면서 생명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활짝 핀 절정의 꽃에서부터 시들어 죽어가는 꽃, 떨어진 꽃잎 등 다채로운 꽃을 통해 시들고 말라 비틀어져가는 생명의 유한함도 다시금 환기시킨다.

【서울=뉴시스】 한운성의 꽃

70년대부터 리얼리티(reality)에 천착해온 한운성 화백은 "대학시절은 추상이 대세인 시대였는데 추상화로는 ‘구체적인 물질의 세계에서 현대의 리얼리티'를 잡아내려는 그런 철학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 시대에 역행했다"며 "미국 유학을 계기로 '새끼줄'이나 '매듭'등 하찮은 물체를 통해서 시대의 리얼리티, 다시 말하면 응어리지고 맺힌 한(恨)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터져나왔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은 1974년 코카콜라 캔을 석판화로 제작한 '욕심 많은 거인'을 시작으로 '눈먼 신호등', '받침목', '매듭', 그리고 '과일채집'에 이르기까지 주제와 형식의 변주(變奏)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세상 추세에 흔들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극사실화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한 화백은 지난 8월 '그림과 현실: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실상'을 출간, '우리 현실 안에서 리얼리티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풀어냈다.

그는 급변하는 시대속 예술가는 "오로지 자신의 방식으로 올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지금 설치 혹은 영상, 사진이 트렌드라고 생각하고 그쪽으로 작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 방식이 성공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가지면 독립된 작가로서의 프로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늘 말해왔다고 전했다.

한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미국 템플대 타일러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82년부터 서울대학교 미대 서영화과 교수로 재직, 2011년 정년퇴임했다. 한국현대판화가협회장,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아시아프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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