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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뉴라이트 홍보관' 전락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16.12.07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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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6일부터 내년 3월26일까지 진행하는 '1876년 개항, 대륙에서 해양으로' 특별기획전 입구.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미화 논란…"일본 극우들도 차마 못 하는 주장"

‘중국에 종속돼있던 조선이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을 통해 전 세계 국가들과 근대적 조약을 맺고,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근대화에 이르게 되었다 ….’

지난 6일부터 내년 3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1876년 개항, 대륙에서 해양으로’ 특별기획전을 요약한 내용이다. ‘국정교과서’에 담긴 식민사관(식민지근대화론)을 그대로 따른 모양새다.

중국의 속국, 강화도조약 덕분에 ‘근대화’?

전시장 내부 벽에는 조선이 중국의 속국 가운데서도 가장 공손했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프롤로그 ‘고지도를 통해서 본 두 개의 동아시아관’에선 “개항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며 중국 중심으로 그려진 ‘천하총도(1684,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천지도(185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을 보여준다. 한국은 외곽에 작게 표기돼있다.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서양 지도가 나온다. ‘아시아지도(1690,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드릴의 세계지도(1707, 경희대 혜정박물관 소장)’ 등 현재의 형태에 가까운 서양 지도다. 개항 전 우리의 인식이 편협하고 중국 중심적이었음을 설명한다.

벽에는 조선이 중국과 굴욕적인 관계임을 암시하는 기록이 적혀있다. “(중략)조선의 국왕이 번봉을 각별히 지키면서 해마다 직공을 닦는데, 속국 가운데에서 가장 공순하다고 일컬을 만하다.”(순종대왕 30년 경인, 1830)는 문구다.

강화도조약은 척화파와 개화파의 논리적 대립을 묘사한 이후 등장한다. 1875년 9월 20일 일본군함 운요호가 강화 앞바다를 불법 침입, 이에 대응한 연안 포대의 포격을 빌미로 일본이 협상을 시작했고 여기에 ‘친일파 1호’인 김인승이 역할 했다는 역사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1873년 고종이 직접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조선의 폐쇄적인 대외 정책에 변화가 왔다”며 마치 고종의 직접 통치로 쇄국 정책에 변화가 와서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것처럼 서술한다. 전시장에는 서울대 규장각에서 빌려온 강화도조약 원본이 전시됐으며, 관람객이 당시 조약을 맺은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런 맥락 속에서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들은 대외 침략의 빌미로 소개된다. “개항 후 조선정부의 개화노력은 1882년 임오군란을 계기로 좌절”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일어난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 등 전후 설명이 제거된 임오군란과 동학농민운동의 서술이 그 예다.

역사학자들 “역사박물관, 세금으로 지은 뉴라이트 홍보관”

전시장에 마련된 가상 협상 테이블. 관람객은 이곳에 앉아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이 맺어지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볼 수 있다. /사진제공=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문가들은 이런 시각은 일본의 극우 교과서인 ‘후소샤 교과서’도 채택하지 않은 더 극우적 주장으로,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담겼던 논리라고 설명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후 교학사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로 그 논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김권정 박물관 학예연구사와 주익종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국정교과서의 집필진과 외부전문위원으로 각각 참여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고려대 한국사연구소 교수)은 “이번 전시에 담긴 시각은 조선이 철저하게 전근대 중국 질서에 순응한 체제였으며, 20세기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 체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독재정권 시기에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일제강점기에 이룩한 근대화가 있다는 서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용직 관장 등 박물관 핵심 관계자들은 2008년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집필 관계자들로, 세금으로 만든 국립박물관을 ‘뉴라이트 홍보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역사학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2008년부터, 448억 원을 들여 개관할 때까지 꾸준히 반대해왔다. 개관 이후에도 6·15 남북정상회담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은 빼고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의 치적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박물관 측은 “개항을 다룬 다른 전시관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세계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이라며 “강화도조약에 관한 이러한 시각은 최근 학계에서도 관련 논문이 나오는 등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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