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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김영하·허진호···'블랙리스트 9473명' 실제 불이익 첫 확인

2018.04.10

[뉴시스] 이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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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이원재 대변인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2018.04.10. [email protected]

국립극단 연극 '빛의 제국' 프랑스 공연에 원작자 김영하 작가 초청 배제, '2015 프랑스 포럼 데 지마주'에 영화 '변호인' '그때 그 사람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상계동 올림픽'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5개 작품 배제, 허진호 감독이 조직위원장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주관 시네마콘서트 사업 무산, 김연수·김애란·한강·편혜영·이창동·임철우 등 파리도서전 참여 배제 지시···.

시국선언 등을 이유로 문제가 된 9473명이 포함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이 박근혜 정부의 지원사업에서 실제 적용된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국제교류행사인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관련 사업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이원재 대변인은 10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 중 전시·공연·문학·영화 등 분야에서 다수의 블랙리스트 사찰·검열·배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한국화가들' 전시에서 이응노미술관 이지호 관장 지원 배제, 릴3000 '서울, 빨리 빨리' 전시에서 노순택 사진가 작품 검열·교체, 김민정 연출이 이끄는 무브먼트당당 '벗어난 원리들'의 '넥스트 축제 외 프랑스 투어' 배제 시도, 국립현대무용단 '이미아직' 프랑스 공연 때 미술감독 주재환 배제 지시, 양혜규 작가 전시를 이유로 퐁피두 센터에서 사설공연장으로 장소 변경 등이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 보고 문건과 리스트 자료, 관련자 진술, 문자메시지·e-메일 등을 통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한불 상호교류의 해' 문화예술행사와 사업 전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이원재 대변인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2018.04.10. [email protected]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 블랙리스트 적용

'한불 상호교류의 해'는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프랑스 내 한국의 해'로,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국 내 프랑스의 해' 행사로 나뉘어 열렸다.

분야별 사업 공모를 통해 '공식인증사업'으로 399건(프랑스 내 227건·한국 내 172건)을 선정했다. 공식인증사업 중 예산지원 사업 161건을 3차례에 걸쳐 뽑았다

총 사업비는 100억3000여만원 규모다. 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지출한 사업비까지 합산하면 한국의 국제 교류 사상 '최장 기간, 최대 규모, 최다 분야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이 대변인은 "이 국제교류행사에서 국정원은 블랙리스트 사찰과 배제 지시에 관여했고, 지시 이행을 위해 문체부 예술정책과, 영상콘텐츠산업과, 출판인쇄과 등 각 부서와 해외문화홍보원, 프랑스한국대사관, 프랑스한국문화원, 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및 예술경영지원센터에 설치된 사무국 등이 블랙리스트 사전모의 및 실행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취재기자가 보도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2018.04.10. [email protected]

◇시국선언 9473명 명단 활용

이날 브리핑에서는 9473명 블랙리스트(세월호 시국선언 명단 등) 문건이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찰 및 배제를 위한 근거 자료로 실제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건은 지난해 10월 보도로 알려졌으나 전체 문건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지나치게 인원이 많고, 세부사항이 없는 단순 명단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 리스트가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에 실제 적용됐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도 있었다.

진상조사위는 이번에 적용 사례를 통해 이 문건이 '실제 블랙리스트'였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선언 문화예술인 549인,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인, 문재인 후보지지 선언 6517인,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선언 1608인에 대한 언론보도, 블로그 스크랩 자료들이 포함됐다. 2015년 5월 6~7일 출력됐으며, A4용지 60쪽 분량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이원재 대변인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2018.04.10. [email protected]

이 대변인은 "이 문건은 출력본이 아닌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적용을 위해) 실제 사용한 문건"이라고 확인했다. 해외문화홍보원에서 확인된 자료다. 예술정책과로부터 받아 와 2부가 복사됐고 그 중 보관된 1부라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이 대변인은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지시 이행을 위해 해외문화홍보원 실무자들이 출력본 형태의 명단을 일일이 대조하며 지원 배제 여부를 검증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문체부 내에서 리스트 관리 담당자였던 당시 예술정책과 사무관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영상콘텐츠산업과, 국제문화과, 지역전통문화과, 공연전통예술과 등 문체부 각 부서에서 지원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박근혜 정부 시국선언 9473명 명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시국선언명단이 단순 명단이 아니라 실제 블랙리스트로 실행됐다고 진술했다"고 부연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명단과 관련해 해외홍보문화원 기획관과 공무원이 얘기를 나눈 정황도 확보했다. "세월호와 관련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민감하게 생각하다" 등의 내용이다. 실무담당자가 지원 명단 배제를 적용할 경우 동명이인이면 난감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자 "우리가 알아서 판단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실제 김 모 영화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동명의 공연연출가로 잘못 기재된 것도 발견됐다.

◇블랙리스트 명단 어떻게 적용됐나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해당 시국선언 명단은 2015년 4월께 청와대에서 문체부로 내려왔으며, 예술정책과를 통해 해외문화홍보원으로 명단이 전달됐다. 조직위 사무국(예술경영지원센터)이 공모해 심사 후 대상이 선정되면 그 결과를 문체부에 보내 담당 공무원이 지원 대상 명단과 리스트를 대조해 배제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한-불 수교행사 블랙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이원재 대변인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2018.04.10. [email protected]

이 대변인은 "청와대 배제 지시는 한불 수교 사업 총괄을 담당한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으로 하달됐으며, 국정원을 통한 검증과 문체부 내 블랙리스트 명단 대조 작업 등이 실행됐다"면서 "프로그램 전체를 관장한 예술감독은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거나 문체부로 하달된 지시 이행 또는 양해조치 등을 위해 프랑스 측과 직접 협의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사업의 예산 집행 등 실무 처리는 조직위 사무국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됐고, 프랑스 현지의 실행 과정에 프랑스한국대사관과 프랑스한국문화원이 개입됐음을 확인했다. 이밖에 배제 지시의 실행을 위해 사업을 주관한 한국문학번역원 등 소속 공공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당시 교문수석실 김소영 문체비서관과 김 모 행정관 등은 청와대의 기조에 따라 해당 사업 인물 검증 및 배제 지시에 적극 관여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문화수석이었던 모철민은 2015년 3월 프랑스한국대사관 대사로 부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문한 'K-콘 2016 프랑스' 한식체험전시 사업 및 '프랑스 내 한국의 해' 폐막식 장소 변경 등에 부당 관여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K-콘 2016 프랑스' 사업에서 최순실 예산 특혜 지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2016년 6월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코르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이 행사에 참여했다. 당시 행사 주최측은 최순실이 실소유주였던 플레이그라운드와 업무위탁을 체결, '한식체험전시'를 운영했다고 진상조사위는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해당 사업의 규모가 상당했고, 프랑스 등 국외에서 개최되는 행사들이 다수인 점을 고려했을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찰·검열·배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블랙리스트 실행 및 최순실 예산 등 특혜를 행했다. 이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중대한 국가범죄"라고 규정했다.

작년 7월30일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이달 말 블랙리스트 실행자에 대한 개별 조사를 마지막으로 우선 활동이 종료된다. 활동 기간 연장을 놓고 협의 중이다. 6월말까지 종합보고서를 위한 정리 작업, 백서 작업 등이 예정됐다. 블랙리스트 관련 책임자와 처벌자에 대한 권고안은 5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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