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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신들린 연기를 찍는 순간, 카메라의 심장이 뛰고 있다"

2016.10.27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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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인터뷰]공연사진 전문작가 6명 '산울림'에 모이다...'온 스테이지' 개막

국내에서 연극, 무용 등 공연만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들의 숫자는 2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6명이 최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산울림소극장에 모여 공연사진 전시회 '온 스테이지'를 개최한다.

김솔 보통현상 대표, 박태양·신재환·이지웅·황규백 프리랜서, 박명숙 무용문화포럼 회장 등 6명이 공연 사진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지난 25일 개막해 오는 11월27일까지 약 한달간 열린다.

지난 25일 산울림소극장에서 이들을 만나 공연사진 작업에 대한 전반전인 얘기를 나눴다. 박 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이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공연 전문 사진작가들은 입문 과정부터 공연사진의 철학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사진찍기 전부터 공연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입문 과정에선 신재환 사진작가(40)가 가장 독특했다. 그는 원래 배우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한 신 작가는 2014년까지 극단 그린피그 단원이었으며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었다.

그런 그가 사진작가가 된 계기는 화장품 광고에 출연하면서부터다. "화장품 광고에서 사진작가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며 "주변에서 광고를 보더니 사진작가가 잘 어울린다고 하길래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니콘 D750' 카메라에 '2470 탐론' 렌즈를 즐겨 쓴다.

박태양 사진작가(23)는 부산에 있는 극단 '고춧가루부대'에 들어가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포스터나 리플렛을 극단에서 직접 제작해야 했다"며 "극단의 경제적 사정상 전문 사진작가를 부를 형편이 안 돼 사진을 찍게 됐다"고 했다. 박 작가는 '캐논 5D' 카메라에 '50mm 표준렌즈'를 즐겨 쓴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미술을 전공한 작가도 있었다. 김솔 보통현상 대표(34)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했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만든 아르코아카데미에서 무대디자인을 공부한 것이 공연 사진 촬영에 크게 도움됐다"고 했다. 그는 '캐논 5D' 카메라에 일명 '아트사무식'(35mm)과 '만투'(85mm) 렌즈를 번갈아 쓴다.

김 대표는 전공과 경험을 살려서 현재 사진 뿐만 아니라 포스터와 프로그램 제작까지 다 맡고 있다. 그러면서 "공연 촬영은 사진 작가의 의도가 개입하기 힘들다"며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다보니 사진에 후보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공연의 컨셉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라면 공연 장면을 색감 등을 조정하는 후보정을 통해 사진을 변형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객석에서 사진을 찍기보다 무대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편이다. 사람 눈에 가까운 55mm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인 배우에게 다가가서 찍는 것이 객석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것보다 훨씬 생생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프레스콜 등 공연 도중에 촬영하기보다 배우들이 무대복장을 입고 연습하는 '드레스 리허설' 과정에서 촬영한다고 한다. 또,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 촬영 전에 대본을 읽고 천장에 달리 조명을 살피면서 배우의 동선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이지응 작가(25)는 사전 준비없이 촬영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일본 락밴드 '스쿠비두' 공연 때였다.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연락을 받아서 일명 '땜빵'을 뛰었다.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사진을 찍었다"며 "이들의 연주에 젖어들어서 촬영했더니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때에 따라서는 연출된 공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무용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황규백 사진작가(45)의 경우는 무용수를 스튜디오에 불러 촬영한다. 그는 "처음에는 객석에서 망원렌즈로 찍었지만 부족하다고 느꼈고 무대에 올라가서 촬영했다"며 "무대에서 찍으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았지만 무용수의 동작을 좀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스튜디오 촬영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박병찬 명무께 '진도굿'을 드렸다. 배경에 검은 천을 걸러놓고 진도굿의 춤사위를 연속된 장면으로 담아냈다"며 "인화된 사진 한 장의 길이가 2m가 넘는다. 사진 파일 하나의 크기가 1기가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명무 4분의 춤사위를 촬영했다"고도 했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공연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김솔 작가는 "조명이 켜지거나 꺼질 때가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했고, 황규백 작가는 "필름 감도(ISO)는 800으로 놓으면 편집 프로그램인 '라이트룸' 등에서 심도 조절이나 잡티 제거 등이 가능하다"고 했다.

황 작가는 "셔터 스피드는 1/80~1/100초가 적당하며 색온도를 꼭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색온도를 맞추는 이유는 화질손실 때문이다. 무대가 노란 조명일 때 색온도를 맞추지 않으면 디지털카메라일 경우엔 노란색이 사라져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지응 작가는 에티켓에 대한 부탁을 잊지 않았다. 일반인이 공연 사진을 찍을 경우, 공연 자체를 즐기기보다 특정 배우에게만 관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셔터 소리를 반드시 무음으로 해놓아야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연 도중에 셔터소리를 내는 등의 실수는 일반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이들도 꽤 많은 실수담을 들려줬다. 특히, 김솔 작가는 포스터 사진을 촬영하면서 있었던 재미난 일화를 들려줬다.

"연극 '햇빛샤워' 포스터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장소를 옮기면서 수백 장을 찍었어요. 당연히 메모리카드 여러 개를 챙겼어야 했는데 하나만 가져가는 실수를 했습니다. 앞서 찍은 사진을 삭제하면서 메모리 공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이 사실을 김정민 배우에게 밝히기 싫어서 꾀를 냈지요. 사진을 지우는 동안에 배우에게 슬프게 우는 연기를 부탁했어요. 한장씩 확인하면서 지우느라 시간이 꽤 걸렸는데 김정민 배우가 연기에 몰입해 쓰러져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도 실감나는 공연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신재환 작가는 "장두이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찍는데 내 심장이 미친듯 뛰었다"며 "아직까진 사진에 그 감동을 그대로 담아낼 수가 없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한편, 공연사진전 '온 스테이지'를 기념하는 공연이 11월15일 저녁 8시에 열린다. 배우 박상종과 함께 6명의 사진작가가 공연사진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하프와 플루트 듀엣 공연이 선보일 예정이다. 관람 무료. 문의 (02)335-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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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사진전 '온 스테이지' 출품 작가. 황규백(좌로부터) 이지응, 김솔, 박태양, 신재환. 촬영기종 갤럭시S6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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