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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전통수공예로 빚은 최첨단 디자인···노일훈 '물질의 건축술'

2017.07.13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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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 노일훈 개인전 전시전경. (좌)Nodus,(우) Luno Seoul.사진=김정한

서울 언주로에 위치한 플랫폼-엘컨템포러리 아트센터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노일훈(40)의 개인전 '물질의 건축술'전을 12일 개막했다.

건축적 조각의 형태를 취하는 작가는 기능보다 구조를 우선시해 자연주의 건축 또는 유기적 디자인 작가로 분류된다. 프라이 오토(Frei Paul Otto)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영향을 받았다.

작업방식은 생물학, 물리학, 수학과 융합과학을 바탕으로 성장과 증식이라는 자연의 원리를 모방해 인공 자연을 만들어내는 디자인 경향에 닿아 있다.

번개, 파도, 물결, 지구 자기장 등 자연현상에서 발견되는 패턴들을 첨단 소재를 통해 구조화하는 작업은 수많은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되지만, 묘하게도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으로 탄생한다.


전시장 입구 양쪽 벽면에 설치된 끈 작업은 '라미 시리즈'의 구조 원리를 보다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서울=뉴시스】Rami Bench Seoul,2017.Carbon fiber. 사진=김정한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벤치, 사이드 테이블 그리고 스툴로 구성된 '라미' 시리즈와 '루노(Luno)'로 명명된 안락의자가 있다. '루노'는 신체의 완만한 곡선을 본 땄지만, 구조적으로는 중력을 받치는 아치 지붕(vault) 형상을 하고 있다.

융합 과학 지식과 고성능 컴퓨팅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설계됐지만, 끈을 잡아당기고 꼬아 엮는 방식은 지승공예, 짚풀공예를 연상시킨다.

그의 대표 작업인 '라미(Rami)' 시리즈는 나뭇가지가 갈라지며 뻗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식물의 생장력을 상징하는 이 현상은 지구의 중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의 초기 '라미'시리즈인 '라미 벤치'(2013)가 지난 6월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퐁피두센터 컬렉션에 입성한 가장 젊은 한국의 크리에이터라는 영예를 얻었다.

탄소 섬유 소재로 만든 조명 스크린 '노두스(Nodus)'도 전통공예 같다. 끈을 잡아당기고 꼬아 만든 곡면 그리드 사이에 광섬유를 가로질러 엮은 설치작업이다. 탄소섬유를 가로지르는 광섬유 여러 가닥을 꼬아 만든 선은 엮은 상태의 촘촘함과 꺾어진 각도 차이로 인해 마치 섬세한 빛의 드로잉같은 시각적 효과를 낸다.

3층의 조명 설치작업 '파라볼라 파라디소(Parabola Paradiso)' 는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형식의 조명과 바닥에 놓인 아치 형태의 조명기구들이 중첩되어 구성되어 있다.

【서울=뉴시스】조명 설치작업 Parabola&Chandelier.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연상시키는 샹들리에의 늘어진 광섬유 가닥들은 작은 비즈들이 꿰어져 있어서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어낸다. 4층의 알루미늄과 레진 소재의 테이블, 그리고 레진 소재의 플로어 스탠드는 작가가 수년 동안 진행해온 장력 구조 실험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초기에 라이크라 천을 입체적으로 잡아당겨 천막 구조물의 형태를 연구했고, 이 실험의 과정을 플로어 스탠드와 테이블 제작에 도입했다. 이후 구조 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버추얼패브릭(Virtual Fabrics)’을 실험에 활용, 알루미늄 소재의 테이블과 원형 탁자를 설계 및 제작할 수 있는 부단한 기술적 진화를 경험했다.

전시장 한쪽의 공개된 육중한 금속 구조 틀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작가의 창작 과정 중의 하나다. 틀 안의 탄소섬유 줄기들은 금속 추를 사용한 중력실험을 거쳐 이상적인 곡선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을 통해 '파라볼라 파라디소'의 아치형 조명기구들이 탄생했다.

플랫폼-엘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장라윤 홍보담당은 "최첨단 소재로 작업하지만 결국 작가는 초기 실험 과정부터 완성된 작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을 고집한다"면서 "이번 전시에는 노일훈의 디자인 철학과 작업과정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엿볼수 있는 영상물을 상영, 첨단 디지털 기술과 신소재 그리고 전통적인 수공예가 결합한 보기 드문 제작 공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여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로, 지난 10년간의 디자인 작업을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젊은 건축가 포럼'이 열리고 작가의 실험 정신과 작업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아동 대상 교육 프로그램 '아키랩 키즈 워크샵'이 전시 기간 동안 운영된다. 9월17일까지.

【서울=뉴시스】TABLE R EX08,2016.Aluminium

◇노일훈 작가= 2013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차세대 혁신 디자이너로 주목을 받은 후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2015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영국의 건축학교 AA,영국 왕립 미술원에서 산업디자인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노먼 포스터의 Foster and Partners 영국 건축회사에서 건축가로 일하면서, 미국 Boston Museum of Fine Arts, Imperial College of London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국 왕립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2010년에 본인의 이름으로 런던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2013년 서울로 스튜디오를 옮겼다. 2016년 4월 프랑스 파리 TAJAN 에서의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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