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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적요寂窈에 핀 목련 Magnolia blooming in TRANQUILITY - 김형곤展 :: Painting

2020.04.23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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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요寂窈에 핀 목련 Magnolia blooming in TRANQUILITY - 김형곤展 』

 

Kim Hyeonggon Solo Exhibition :: Painting

 

 

 

▲ 김형곤, 목련White a magnolia

Oil on Panel, 18x41x2cm, 2016

 

 

 

 

 

 

전시작가 ▶️ 김형곤(Kim Hyeonggon 金瀅坤)

전시일정 ▶️ 2020. 04. 01 ~ 2020. 04. 26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9:00

∽ ∥ ∽

인사아트센터(INSA ART CENTER) 제1전시장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

T. 02-720-1020

www.insaartcenter.com

∽ ∥ ∽

후원/협찬/주최/기획

공동주최 : 인사아트센터, 프린트베이커리

 

 

 

 

● 고전형식에서 신풍을 내다

- 김형곤의 ‘적요(寂窈)에 핀 목련’ 전에

 

★이태호(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

서울산수연구소장)

 

 

1.

김형곤의 회화는 고풍스럽다. 얼핏 보면 여느 유럽 미술관의 17~19세기 회화실에 걸려있음 직한 느낌마저 준다. 어둠에 빛이 드리워지며 형상을 드러내는 이미지의 표현방식이 그렇다. 인물화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시대 바로크풍 분위기를 닮아있다. 붓질을 겹쌓으며 빛과 그림자를 살리는, 여성 누드는 앵그르 화법을 연상케 할 정도로 19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풍에 근사하다. 또 꽃 그림이나 풍경화 일부에는 인상주의 풍도 흐른다.

 

몇 해 전 김형곤의 그림을 처음 대하며, 왜 이런 스타일을 추구했는지 궁금했었다. 이번 기회에 이력을 살펴보고야 수긍할 수 있었다. 김형곤은 한국에서 수묵화를 전공했다. 인천대학교 미술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한국화 전공과정을 마쳤다. 2003년 미국 서부로 유학을 떠나 유화를 익혔다. 남다른 예술 행보이자 취향이다. 2007년에 San Francisco의 Academy of Art University(AAU)에서 석사학위(MFA)를 받았으며, 졸업 후 2011년까지 그곳에서 활동했다. 유학 시절 사실주의적 묘사를 위주로 공부한 이유를 물으니, 원래는 그림의 수리 복원에 관한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카고에 먼저 갔는데, 이탈리아 유학이 필수라 해서 접었단다. 복원기술사의 꿈 대신에 만난 것이 서양미술사의 전형적인 아카데미즘 화법이었다. 모더니즘이 강세인 동부 뉴욕이나 중부 시카고, 서부에서도 엘에이로 가지 않고, 그래도 사실주의 전통교육이 유지된 샌프란시스코와 인연을 적절히 맺은 셈이다. 김형곤의 취향에 걸맞은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 김형곤, 도화 Peach blossoms

Oil on Canvas, 13.5x53x4cm, 2017​ 

 

 

 

​▲ 김형곤, 양구사과 Still life of Apples No.IV

Oil on Linen, 36.5x86x2cm, 2016

 

 

 

 

2.

2006년도부터 고전주의 스타일의 교수들에게 김형곤은 집중적으로 유럽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가들의 작품 모사 과정을 밟았다. 이때 렘브란트도 물론이지만, 윌리엄 부게로를 만났다. 부게로의 작품을 그림들을 보자마자, 그에 흠뻑 빠졌다. 부게로를 사숙(私淑) 하며 스승 작가로 삼게 되었다. 르네상스나 바로크의 거장보다 ‘인상주의 시대를 살아가며 고전주의 화풍을 고집했던, 아돌프 부게로의 작품들을 존경심으로 따라 그렸다’고 한다.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William Adolf Bouguereau, 1825~1905)는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이다.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1890년 작 에로스와 프시케의 <첫 키스>란 작품이 유명하다. 이 그림이 보여주듯이 앵그르 화풍의 고전주의 스타일을 늦은 시기까지 붙들고 작업했고, 초상화가로 당시 상류층의 호감을 샀다. 인상주의 물도 섞인 풍경화와 인물화를 남겼다. 부게로의 명작들은 보수적인 아카데미즘의 교과서로 꼽을 만한즉, 근래 일본이나 미국에서 재평가되는 모양이다. 이 같은 작가의 재조명은 좋은 작품의 생명력을 대변하며, 사실 묘사가 출중한 경우 언제든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선례이기도 하다. 부게르 화풍이 시대사조와 거리가 멀었던 실상과 마찬가지로, 동시대사조와 거리를 둔 현재의 김형곤 작업도 그와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 유럽의 고전적 아카데미즘에 각별한 김형곤의 생각을 들어보자.

 

“기억에 잔존하는 풍경과 정물은 물론 선의 미학적 관심과 연구에 기반을 둔 누드화를 빛과 어둠의 표현기법 키아로스쿠로에 의한 고전 화풍으로 그려내는 나의 작업이 현대미술의 흐름에 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오래된 것에 대한 동경과 연민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변함없는 보편적 진리라는 것을 믿는다.”(김형곤, 『기억의 잔상』 개인전 도록, 박수근미술관, 2015.)

 

“나는 ‘선과 여백’의 미가 ‘색채의 연금술’ 속에 깃들고,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 효과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와 ‘스푸마토(sfumato)’ 등이 적절히 결합된, ‘오래된 아름다움’과 ‘기품’이 발하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

 

“빛은 선과 공간을 중시하는 동양회화와 양감과 색감을 중시하는 서양회화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다. 매일 산책하며 바라본 주변의 사물들과 박수근미술관에 자리한 나무들을 표현하면서 ‘빛의 깊이감’을 담아내고자 했다”(김형곤, 『소박』 개인전 도록, 박수근미술관, 2016.)

 

이처럼 작가 노트에 강조하듯이, 김형곤의 회화는 분명 유럽식 고전을 추구한다. 고풍을 재현한 작가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점이 색다르게 신사조로 다가온다. 2008년 이후로 자신의 회화세계와 조형어법을 확고히 다진 김형곤은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미술사에서 서양화는 1910년 이후에 들어왔잖아요. 일본이 더 서구 유럽이던 근현대 미술사조를 다 받아들였는데, 막상 서양 고전형식의 수용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20세기 근현대미술사에서 키아로스쿠로(chiroscuro)’와 ‘스푸마토(sfumato)’ 같은 기법을 응용해서 그림을 그린 사례란 흔치 않잖아요. 나중에 ‘한국미술사에서 이런 양식을 따라 한 작가도 있었네’ 하는 부분을 메꾸고 싶은 거죠.” (양구 작업실에서, 2020. 3. 4.)

 

 

 

​▲ 김형곤, 청-I 淸, Blue

Oil on Canvas, 72.7x60.6x4cm, 2019

 

 

 

 

​▲ 김형곤, 청-II 淸, Blue

Oil on Canvas, 72.7x60.6x4cm, 2020

 

 

 

 

▲ 김형곤, 청-III 淸, Blue

Oil on Canvas, 72.7x60.6x4cm, 2020

 

 

 

 

3.

김형곤은 캔버스 바탕질부터 손수 정성을 다해 시작한다. 린넨 천 짜임의 실눈을 덥을 정도로 젯소를 7차례 가량 반복해 밑칠 해 놓아야 직성이 풀린단다. 어두운 배경도 그냥 아이보리블랙이나 램프 블랙 같은 검은색 물감을 직접 바른 게 아니다. 울트라 마린, 래드 계열, 크림슨 레이크나 갈색조, 녹색 등을 뒤섞어 어두움의 깊이를 낸다. 또 옐로우 오커나 옐로우 라이트로 밝기를 세심하게 조절한다. 그래서 김형곤 회화의 배경은 깊은 푸른색, 붉은빛이나 녹청, 혹은 누런 기운의 색채감이 투명하고 미묘하다. 그림을 볼수록 그냥 배경이려니 하고 지나치지 않게 하며, 그 어두움의 심오한 색채 감성은 마력을 내뿜는 듯하다.

 

그림의 주 대상인 인체나 풍경, 꽃이나 과일 등 화면의 형상 묘사는 더욱 지성을 다한다. 대체로 한가운데 물상을 배치한 안정된 구성과 동양 수묵화의 여백 살림, 그리고 정확한 소묘는 김형곤 회화의 큰 미덕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상의 색별 다름을 까다롭게 선택한다. 여기에 섬세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 효과를 내는 붓질은 압권이다. 김형곤이 즐겨 언급하는 표현대로 ‘기억된 이미지’, 혹은 작가 ‘마음’ 심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마치 구도자의 자세를 떠오르게 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우리 화단에서 이렇게 화면을 정성스레 구축해본 화가가 드물지 않을까 싶다. 김형곤의 회화가 소품이면서도 대작 못지않게 감명을 주는 이유일 게다. 더불어 유채(油彩)를 지키는 일만으로도 큰 강점이다. 잘 알다시피 유채 물감은 다루기 까다로워 요즈음 작가들이 잘 쓰지 않는다. 유채와 질감이 비슷한 수성 아크릴릭 물감이 대세여서, 유채는 이제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들 정도이다. 이러한 김형곤의 유화 작업은 그 자체로도 우리 시대 회화의 한 신풍이라 일컬을 만하다.

 

유채화를 완성하고 바니쉬 같은 재료를 발라 반질반질한 표면 처리도 유럽의 고전 작품을 떠오르게 하는 기법이다. 직접 린시드 오일을 특별한 방식으로 합성해 윤기를 냈다. 작품의 마무리인 액자마저도 수입제품을 선택하거나 별도로 주문해 쓰고, 이름을 새긴 동판을 부착하는 것까지 고풍스럽다. 이는 그림의 화격을 높인 장인 정신이자, ‘오래된 기품’으로 새로운 감각을 내보인 것이다. 전통적 고전 방식에 충실하고 혼신으로 마무리한, 김형곤의 유화 작품은 ‘빛의 재해석’(샘터, 2014 ; 아트 허브 온라인 갤러리, 2017) ‘기억의 잔상’(박수근미술관, 2015) ‘소박’(박수근미술관, 2016) ‘봄’(갤러리 나우, 2017) ‘시절 인연’(인사아트센터, 2017) 등을 주제로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열한 번의 개인전과 여러 그룹전을 통해 선보였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대로 인물 초상화를 비롯해서 회화적 기량도 크게 인정받았다. 국내외 개인전은 물론이려니와 아트페어에서 상당히 대중적 인기도 끌었다.

 

그동안 10여 년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이번 개인전은 ‘적요(寂窈)에 핀 목련’이라는 타이틀을 정했다. ‘적요’는 본디 ‘寂寥’로 적막한 하늘을 상징하는 불교적 표현이기도 하다. ‘寂窈’는 ‘寥’를 심원하고 그윽하다는 ‘窈’ 자로 바꾼 것이다. 비슷한 의미지만, 지금 자신이 정좌한 공간이 지닌 고요함의 실제를 강조하고 싶은 조어(造語) 같다. 여기에 흰 목련을 자신과 동화(同化) 시키며, 양구 작업실 주변에 온통 목련을 심었단다. 목련은 백악기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지구상에서 오래된 식물로, 숭고한 정신이나 고귀함 등의 꽃말을 지닌다. 30여 점의 이번 전시 작품은 목련, 도화, 양구 사과, 누드, 목련꽃 꽂은 백자 항아리, 백자 달항아리, 모란무늬 청화백자, 동수리나 해 질 녘 풍경 등을 담은 유화이다. 목련 꽃이나 도화꽃 등 여러 봄꽃, 양구 사과나 과실, 양구 풍경을 통해 ‘자연의 순리’를 만난다. 여러 점의 누드를 통해 인간의 원초성을 떠올린다. 그리고 백자 달항아리나 청화백자를 담으며 한국미의 전통을 찾는 작업에 매진해 있다. 이들이 보여주듯이, 김형곤이 양구에 정착한 이후 유학에서 배운 티를 완연히 벗은 성과가 뚜렷하여 반갑다. 양구의 자연 풍광과 일상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욱 확고하게 다져낸 까닭이다. 이처럼 김형곤의 회화는 한 붓 한 붓 흐트러짐 없는 묘사에서 큰 감명을 준다. 그러면서도 인체나 백자 항아리 그림의 경우 짙게 드리운 그림자 표현이 대상의 원래 색이나 본디 지닌 이미지를 약화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도 남는다. 잘 그린 그림에 사족이겠지만, 어두운 배경과 형상의 가장자리가 더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작가가 멘토로 삼은 윌리엄 부게로의 세련된 화면과 붓질 감각을 되새겨 볼 만하다.

 

 

 

​▲ 김형곤, 공 空, Void I

Oil on Canvas, 20x60x4cm, 2020​

 

 

 

▲ 김형곤, Nude-III

Oil on Canvas, 41x31.7x2cm, 2020​ 

 

 

 

​▲ 김형곤, Nude-VI

Oil on Canvas, 33x53x4cm, 2020​

 

 

 

 

▲ 김형곤, 해질녘 sunset

Oil on Canvas, 33x21.3x2cm, 2019

 

 

 

 

4.

2012년 아예 귀국한 이후 김형곤은 박수근미술관 입주작가로 선정되고, 가나갤러리 장흥 아틀리에에도 입주해 다른 작가보다 창작공간의 여유도 얻었다. 또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백석대학교, 전남대학교, 인천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현재는 고향인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의 ‘미석예술인촌’에 터를 구해 작업실을 짓고, 세속을 잊은 채 그림에만 몰입 중이다. 양구 출신으로 박수근 선생의 대를 잇겠다는 각오가 남다른 듯하다.

 

나는 지난 3월 초 양구 읍내와 주변 군사분계선에 연해 산세를 품어 안은, 작업실을 방문했다. “산 자락 능선은 고요하다. 하늘에 이어진 구름다리는 정적이 스며들고 산새 소리 하나 없는 적막강산(寂寞江山)의 연출이다.”라고 작업 노트에 적었듯이, 박수근미술관 위 언덕에 지은 집은 바람 소리만 흐르는 별천지였다. 인적이 뜸한 깊은 산사나 다름이 없었다. 그림이 주는 인상대로 생활공간과 함께 쓰는 작업실도 정갈했다. 이젤 위의 캔버스에는 그 ‘적요’가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오랜 시간 다복다복 다듬어야 하는 김형곤의 작업과정을 떠올리니, 작가가 곧 도인의 경지에 오를 듯싶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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