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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갤러리마크] 강민수 Return to the Idyllic World 2019.9.5 ~10.7

2019.09.11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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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Solo Exhibition - Return to the Idyllic World : 낙원으로의 회귀

 

 

전시기간 : 2019년 9월 5일(목) – 2019년 10월 7일(월)

 

(Opening Day : 2019년 9월 5일, 목요일, 18:00)

 

전시장소 : 갤러리마크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 20길 3, B2)

 

관람시간 : 월-토 10:00 – 18:30 / 일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 무료관람

 

전시문의 : T (82 2) 541-1311    [email protected]    www.gallerymark.kr

 

 

 

 

낙원으로의 회귀    

 

고정된 프레임 속 그림을 보는 행위는 프레임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삶을 관조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림 속 사물과 인물, 시간과 공간은 예술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며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기능한다. 오늘날 현대인의 삶 또한 한 명의 사회적 자아에게 허락된 프레임 속에서 촘촘히 규정 지워지고 통제된다. 우리는 분과 초를 나누어 살며, 시간의 규격에 따라 봉급을 받는다. 부동산, 호적 등의 공간적 제약 또한 끊임없이 알람을 울리는 휴대폰 지리정보처럼 개인의 삶에 지속된다. 시공간적 프레임 뿐 아니라 그물처럼 얽힌 인간관계, 인과관계, 이익관계 역시 사회적 자아들을 켜켜이 고정하고 규정한다. 이들 프레임은 개인을 이해 가능한 하나의 좌표에 평면화하여 표구할 것이다.

 

프레임을 통해 그림을 읽어내고자 하는 평범한 행위는 강민수 작가의 연작 앞에서 철저히 실패할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사물과 인물, 시간과 공간이 암시되어 있지만 이들 요소가 어떤 경우에도 명징하게 결합되지 않는다. 전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물군들, 엇갈리고 뒤틀린 공간적 배경, 시점을 추정할 수 없는 시간적 흐름이 화면에 가득하다. 무엇보다 모노크롬과 자연색의 장면이 병치되어 있는 화면은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색 스펙트럼이기에 시각적 불편함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성이 발붙일 곳 없어 보이는 이 모순된 화면에서 작가는 ‘이상향의 공간에 나의 유년 시절과 당신의 유년 시절이 서있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술회한 바 있다. 과연 이 화면이 어떻게 이상적 낙원이 될 수 있으며, 작가가 말하는 유년과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

 

강민수 작가의 연작 작품은 유년 이래 우리가 상실한 것을 낙원에서의 일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그의 예술적 접근은 그러나 유년의 기억을 막연히 달콤하게 회고하는 수준을 분명히 넘어선다. 낙원에 대한 이해 또한 단순히 목가적 이상향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가 제시하는 지점은 불이해/불확실/불연속 속에 환희하던 유년의 자아로의 낙원적 회귀이다. 유년이란 그저 부모의 그늘 아래 생각 없이 잘 먹고 잘 놀았던 철없는 시절 그 이상의 본질을 지닌다. 어린 시절의 자아는 주어/동사/목적어, 시간/공간으로 채 썰어져 사회적 좌표로 분화되기 이전의 원형질적 존재이다.

 

강민수의 화면에서처럼 우리의 유년은 한 때 철없이 날아올랐다. 작가의 느슨한 붓질은 여러 겹 캔버스를 지나쳐 갔지만 그 공간의 깊이와 높이를 결코 암시하지 않는다. 우리의 유년 또한 막연하게 연결된 사회적/물리적 좌표 속에서 그저 그대로 즐거운 느낌으로 거쳐 왔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한 때 해지는 저녁 그 무엇도 바쁠 것이 없는 호수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쳤을 뿐, 정말이지 그것으로 그 뿐이었지 매 시간 단위로 돈을 지불받거나 평방미터 단위로 돈을 지불한 적이 없다. 존재하였으나 자아를 억압하지 않는 형태로 우리는 무수한 삶의 프레임을 관통하여 유희했을 뿐이다, 지금 작가는 만화경의 한 장면처럼, 고정되지 않은 채 부유하고 분산하는 이 유희적 자아에서 삶의 낙원적 기쁨을 찾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앞도 뒤도 없고 문도 창도 없는 빈 방과 빈 들에 다시 머물며 플라맹고와 대화하거나 하늘에서 내려앉는 별들에 대해 노래할 것이다.

노년의 파블로 피카소는 “어려지기까지 많은 세월이 지났네(It takes a long time to become young)”라고 술회한 바 있다. 삶의 격자와 좌표를 다 거치고 난 뒤에는,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그간 벗어던지고 온 우리의 흔적들이 어눌하고 모순된 언어로 오래도록 잊었던 장난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그들은 속삭일 것이다.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Verweile doch, du bist so schön!)”

 

송진협(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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