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 )
영국의 예술가이자 사업가, 컬렉터인 데미언 허스트는 30여 년의 작업 경력에 걸쳐 미술계에 꾸준한 영향력을 행세해오고 있는 현대미술가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동문들과 자체적으로 기획한 전시 ‘프리즈 Freeze’를 통해 미술계에 혜성처럼 등장하였다. 런던 도클랜드 부근의 방치된 창고 건물을 빌려 안젤라 불록, 맷 콜리쇼, 개리 흄, 사라 루카스 등 16명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한 이 전시는 광고업계의 대부이자 슈퍼컬렉터였던 찰스 사치를 비롯한 미술계 저명인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치의 전폭적인 후원을 업고 영국 및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신선한 흐름을 이끌었던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 중에서도 허스트는 단연 충격적이고 스펙터클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죽음과 삶, 아름다움, 예술과 과학 등의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어 왔으나, 동물의 사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가 그대로 전시한 충격적인 작품에서부터 실제 약을 사용한 페인팅과 설치 작업,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를 붙인 해골까지 작업에 사용한 매체는 무궁무진하다. 작업 초기부터 가장 오래 이어온 시리즈인 ‘스팟 페인팅 Spot paintings’, 죽은 동물을 소재로 한 ‘자연사 시리즈 Natural History series’, 약국에서 흔히 살 수 있는 약 상자나 알약을 이용한 ‘약 페인팅 Pharmaceutical paintings’, 죽은 나비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 ‘나비 페인팅’ 등 그의 작업 시리즈는 늘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받아왔으나, 그가 삶의 유한함에 대해 직관적으로 호소하며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획기적인 시각 언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허스트는 기존에 예술가에게 기대되었던 역할, 범위, 한계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든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화가로 알려진 그는 비즈니스 매니저와 함께 적극적으로 자신의 예술로 사업을 펼치며, 관행을 깨고 직접 경매에 작품을 내놓는 등 숱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작업의 내용은 물론, 작가로서의 행보에 있어서도 그는 여전히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현대미술가다. 그는 테이트 모던(2012년), 베니스 팔라조 그라시와 푼타 델라 도가나(2017년)을 비롯한 유수의 미술관에서 회고전 및 개인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