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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그룹인 블루숩은 1996년 모스크바 건축학교(Moscow Architectural Institute)의 졸업생이었던 알렉스 도브로브(Alex Dobrov, b. 1975)와 발레리 팻코넨(Valery Potkonen, b. 1972), 다니엘 레베데브(Danil Lebedev, b. 1974)에 의해 결성되었고, 2002년 그래픽 디자이너 알렉산더 로바노브(Alexander Lobanov, 1975)가 그룹에 합류하며 더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스코와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들은 베니스 비엔날레, 모스크바 비엔날레,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및 아트 바젤, 프리즈 등의 메이저 전시 및 아트페어를 통해 소개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에서 후원하고 모스크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러시아 최초의 컨템포러리 아트 프라이즈인 Innovation (최고상, 차세대상, 비평상, 큐레이터상, 공공미술상의 5개 부문으로 구성됨)에서 최고상(The Best Work of Visual Art)을 수상하며, 러시아 최고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그룹으로 주목받아오고 있다.
러시아의 자연환경 혹은 친숙한 풍경을 3D 모델링과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통해 재현해 내는 블루숩의 작업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의 결합을 통해 감상자를 향해 끊임없이 잠식해오는 효과를 자아낸다. 2016년작 Cascade는 5분 가량의 애니메이션으로 정체 불명의 액체가 계단을 따라 천천히 흘러 내리는 모습이 강렬한 음악과 함께 연출되고 있다. 이상하리만치 천천히 흘러내리는 액체는 블루숩이 창조한 풍경의 인공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하며, 거대한 계단은 동적인 느낌을 준다.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점점 템포가 빨라지며, 물이 맨 아래 계단까지 찰 때쯤 감상자를 질식시킬 것만 같은 실감을 자아낸다.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이 짧은 에피소드는 쌉쌀한 여운을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같은 해 러시아 최고 컨템포러리 아트 어워드인 칸딘스키 프라이즈를 수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