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 )
Four Seasons(四季), 석철주 개인전
작년 8월 이례적으로 다섯 개 갤러리에서 공동 주최하고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한국화가 석철주 작가의 전시를 금산갤러리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대규모 회고전의 형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중견작가의 힘을 보여주었던 석철주 작가는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최근에는 Sky A&C 채널의 한국의 대표 화가 시리즈에서 한국 미술을 이끌어가는 작가 중 하나로 크게 다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미묘한 색감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석철주 작가의 신작을 중심으로 15여 점의 대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크릴과 에어건 등 서양의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지만 한국적인 주제와 정서를 다루는, 현대적인 혹은 국제적인 한국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볼 수 있다.
아스라이 안개가 낀 듯한 풍경화인 시리즈는 수묵화로 표현되어 온 꿈 속의 전경을 고운 색감으로 표현하여 강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시대를 부드럽게, 천천히 감싸 안는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안쪽에는 강한 컬러를 칠하고 그 위에 흰 색 물감을 에어건으로 도포한 뒤 붓으로 힘있게 그린 산자락은 강한 기운을 지녔지만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정을 지닌 선비의 모습을 닮아있다. 여백이 자아내는 깊이감과 자연에서 온 듯한 고운 색감은 서양화가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에서도 강한 에너지를 가진 검은 풀들이 흔들거리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재현하고 있다. 시리즈는 추억 속의 항아리, 독, 버선, 실패 등 강인하면서 따뜻한 한국의 어머니상을 은유 하는 사물들을 주제로 한다.
석철주 작가는 도제식 교육을 받은 세대의 작가이다. 청전 이상범에게 소일 삼아 배우기 시작한 동양화 교육이 스승이 작고할 때까지 5-6년간 이어졌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석철주는 동양화를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되었다. 그를 이상범의 ‘무릎 제자’라고 부르며 전통적인 방식의 사제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로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했다. 그가 늦은 나이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대 초 작가로서 첫 발을 디딜 당시는 한국화 분야에서 수묵화 운동이 확산되고 현대화를 위한 방법론 논쟁이 한창이던 때였다. 1990년부터 이미 그는 전통적 소재의 발굴과 매체적 실험을 병행하며 한국화의 현대화의 요구에 부응하며 주목 받는 중견화가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를 시작하면서 개인적 기억에서 벗어나 전통 미술과 보편적인 동양화 담론으로 관심을 전환하며 일상에 매몰된 현대인의 척박한 삶에 대한 고민을 통해 안견의 에서 도달할 수 없으나 꿈꿀 수 있는 이상향을 발견하고 이 연작에 정진해 왔다.
그러나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 다시 한 번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신작들은 미묘한 색감으로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자유자재로 조율하고 화면을 보일 듯 말 듯 한 촘촘한 망 구조로 마무리한 대작들이다. 그는 이 망이 현대의 네트워크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현대인들의 네트워크 너머 우리의 뿌리, 우리의 문화를 꿈처럼 간직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과 끊임없는 변화를 계속하는 작가의 젊은 정신을 느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