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GE GALLERY는 2019년 12월 5일부터 2020년 1월 23일까지 한국의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임흥순의 개인전 <GHOST GUIDE>를 선보인다.
‘<GHOST GUIDE>고스트 가이드’는 임흥순 작가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국내에 선보이는 갤러리 첫 번째 전시이다. 작가는 본 전시를 통해 2018 카네기 인터내셔널에 출품하여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좋은 빛, 좋은 공기 Good Light, Good Air” 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할 뿐만 아니라, 전시명과 동명이기도 한 “고스트 가이드 Ghost Guide” 및 “친애하는 지구 Dear Earth” 등 미공개 영상ㆍ설치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좋은 빛’은 광주를, ‘좋은 공기’는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수도)를 이른다. 좋은 빛과 좋은 공기의 두 도시는 각각 1980년대와 70년대에 군부 정권의 독재 아래서 집단 학살을 경험한 바 있다. 그로부터 40 여년이 흐른 지금, 참혹한 학살은 과거의 사건으로 남았고 우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곳에는 여전히 그 시간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 속에서 유령 같은 존재로 남아 주변부를 맴돈다. 임흥순은 범람하는 기억 속 유령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청해 듣는다.
4.3 제주 학살의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비념>(2012), 옛 구로공단 여공부터 오늘날의 여성 노동자들의 말로 이루어진 <위로공단>(2014), 해방공간기, 베트남 전쟁, 빨치산 등 역사적 사건의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던 여성(할머니)들의 이야기인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7), 이데올로기와 매스컴에 가려진 여성 탈북자들의 이야기 <려행>(2019)에 이르기까지, 임흥순은 주변부의 유령을 불러내어 개인의 진솔하고 내밀한 삶의 이야기를 경청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에서 임흥순은 유령(그)들을 불러낸다.(“당사자의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는 잊혀지길 원치 않는 유령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복원하여 엮어내고, 사이 사이에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풋티지(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사회적 제의로 확장한다.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보이지는 않았던 유령들은 이로 인해 본래의 모습과 이름을 찾게 되고 이는 사회적 유령들에게 애도와 위로를 보내는 임흥순 작가만의 방식이다.
임흥순 작가는 본인의 작업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임흥순이 불러낸 유령들이 다시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보는 우리의 몫이다. 더 나아가 여전히 주변부의 그늘을 맴돌고 있는 유령을 불러내고 본래의 형태를 되찾아 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예술과 역사, 기록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이며 기대를 뛰어 넘는 신선한 충격으로 전시의 풍경들이 문화, 시대, 지리를 가로지르는 생생한 현장을 느끼실 수 있으며,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해체하는 동시에 확장하는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