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수는 2019년 9월 24일부터 10월 15일까지 4개국 연합갤러리가 일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그룹전에서 이희준 작가의 쿼터(1/4) 솔로쇼를 개최한다. 전시의 타이틀 <Aa>는 ‘Architecture & Abstract (건축 & 추상)’의 약자로, 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도시 풍경과 건축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추상화적 회화로 재구성하는 작가의 작업을 함축한다. 이희준은 삶 주변을 둘러싼 풍경 곳곳에서 마주한 비례와 균형, 색채로부터 작업의 모티프를 찾는다. 이렇게 찾아 모은 모티프들을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작가는 캔버스 화면 위 기하학적 색면으로 이루어진 추상 회화를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작업의 기반이 되었던 대상보다 한층 더 추상적인 도시 풍경과 건축을 다룬 작가의 최근 시리즈 ‘A Shape of Taste’ (2018) 6점과 ‘Biei’ (2019) 3점을 소개한다.
‘A Shape of Taste’ 시리즈는 최근 주택단지에 골목 문화를 형성하며 핫플레이스로 평가받는 홍대, 상수, 연남, 한남 등지에서 보이는 현대적인 감각을 입은 리모델링 건축물을 소재로 한다. 시리즈의 타이틀에서도 나타나듯이 작가는 특정 건축물이 아닌 시대와 용도에 따라 변화해 온 건축의 표면과 감각에 집중한다. 한 지역의 분위기나 한 시기의 미감에서 구체적인 특징이나 표상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익명의 개인들이 쌓아 온 감각들을 담고자 했다. 그는 53x53cm 크기의 정방형 화면에 기존의 풍경을 색과 형태로 단순화한 후 레이어를 더하고 빼는 조형적 실험을 거친 결과물을 보여준다. 이렇게 쌓여진 여러 작은 회화 속 일부 조형들은 선별되어, 다시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을 거쳐 182x182cm 크기의 커다란 화면에 한층 더 추상화된다.
‘Biei’ 시리즈는 작가가 훗카이도를 여행하던 중 잠시 머물렀던 작은 도시 비에이에 대한 희미한 기억의 잔상을 회화로 옮긴 작업이다. 스치듯 지나쳤던 비에이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은 높은 명도의 색면 위 진한 색의 선과 도형이 올려져 대비 효과가 두드러지는 회화로 재구성되었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유동하는 지금의 도시 풍경 속, 작가는 스치듯 지나가는 일상의 파편들을 캔버스 위 추상화적 언어로 새로이 구축한다. 우리의 표피적 일상이 바로 추상은 아닌지 고민하며, 추상화적 회화를 통해 오늘날의 추상적인 풍경을 보다 근본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전시장 3층에 걸린 그림들은 비에이의 풍경으로부터 더욱 멀어져 존재하고 있으며, 작가는 점차 더 흐릿해져만 가는 감각을 추상화적 회화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희준은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글라스고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정 장소, 시대, 문화에서 얻는 경험을 바탕으로 추상화적 작업을 이어나가며 회화 자체로서 새로운 시각성을 제시하는 그는 동시대 아트씬에서 단연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올해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을 수상했고, “불안한 사물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2019)”; “산책자들 (아트스페이스 휴, 파주, 2019)”; “팬텀시티 (세화미술관, 서울, 2019)”; “기하학 단순함 너머 (뮤지엄 산, 원주, 2019)”; “Motif (학고재 갤러리 서울, 2018)”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네오트리모이 투마주(니코지아, 키프로스)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에 그의 작업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