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병우와 영국을 대표하는 마이클 케나, 이 두 작가의 주혹 같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2015년 2월 6일부터 3월 8일 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 에서 열린다.
이 두 작가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다.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30년이 넘도록 한결 같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 사진 가운데에서도 유독 풍경사진만을 고집하며 작가로 한길만을 걸어왔다.
이런 못 말리는 고집덕분일까?
세계 무대에서 이 둘은 그 실력을 인정 받으며 권위 있는 굵직한 미술관들과 각국 화랑에서 해마다 큰 전시회가 열린다. 그리고 이 두 작가의 고집스런 예술세계를 존경하는 영국 가수 엘튼 존은 이 둘의 열렬한 팬 이기도 하다.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의 소나무” 라는 공통 분모로 두 거장이 처음으로 만난다.
30년 넘게 한국의 소나무만을 찾아 다닌 사진작가 배병우. 그의 지조 있는 내면과 닮은 경주 남산의 웅장한 소나무 사진 3 점이 이번에 전시된다. 2m 60 cm 에 달하는 대작들이다.
이와 나란히 서양인의 이국적인 시각으로 강원도 삼척의 속섬을 촬영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열광했던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마이클 케나의 작업 흐름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그를 풍경사진의 거장 대열에 올려놓은 중요한 작품 5점이 국내에 처음으로 전시된다. 80-90 년대에 이미 솔드아웃 되었던 작품들로 더 이상 판매가 불가능한 작가소장분 AP 에디션이다. 마이클 케나의 솔섬 작품이 탄생하게 되기까지 그가 투자한 수십 년의 시간들을 증명해 주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지난 10월부터 파리, 독일, 미국, 그리고 영국의 화랑과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마이클 케나의 “프랑스” 시리즈 작품들 중에서 선별한 20 여 점의 풍경사진들도 함께 선보인다. 파리 세느강,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의 샤토 로칠드 포도 밭, 브르곤뉴 지방의 시골 마을, 그리고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니스 해변 등, 풍경 사진의 정수를 담아낸 이국적인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 해야 할 사진은, 풍경사진의 대가이자 사진사의 역사적 인물인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을 존경하며 마이클 케나가 그에게 오마주를 표한 브레타뉴 지방의 시골 길을 담은 작품 “Hommage to Henri Cartier Bresson study 2, 1993” 이다.전시 오프닝이 열리는 2월 6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공근혜갤러리 전시장에서 배병우 작가와 마이클 케나, 두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이 일반인 모두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의 자연 경관이 배경이 된 두 거장의 소나무와 솔섬 사진에 얽힌 지난 이야기를 놓고 프로 사진작가와 아마추어 사진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예술로서의 사진이 무엇인지, 예술을 대하는 자본가가 가져야 할 윤리와 도덕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 전시를 기획한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힘과 도덕을 져버린 자본의 힘으로 예술가로 외길 인생을 바친 이 두 작가의 고집과 지조를 짓 밟으며 예술의 가치를 하루 아침에 몰락시키는 안타까운 일이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 법원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흔한 풍경사진” 이라는 판결로 한국의 전업 프로사진작가들의 생계를 막아버렸다.
한국인의 굳은 절개와 지조 있는 영혼을 담은 소나무. 우리 조상들이 무게를 두었던 내면의 세계를 지금 우리는 왜 부인하고 있는 건지? 그 내면의 영혼을 반영하는 “사진예술”을 우리들 스스로 “기술”로 전락시켜 버린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