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갤러리에서는 김성남 작가의 ‘그곳… 마주하다’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2018년 1월 17일부터 2월 12일까지 개최한다. 초인(Übermensch)을 연상시키는 직립한 인간의 누드와 동물의 대비를 강렬하게 표현해온 구작과 고즈넉한 고목나무와 찬란한 녹색 생기를 머금은 우거진 숲과 같은 풍경으로 이루어진 신작들의 조화는 그의 작품 흐름과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전시를 선사할 것이다.
김성남은 1996년 첫 개인전부터 줄곧 태고적 인류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묘사해왔다.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생전 의지는 인간의 누드와 동물의 강한 대비로 드러났으며, 이러한 주제를 표현하는 작품들의 제목으로 니체의 철학을 연상시키는 ‘초인(Übermensch)’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가 나체의 인간과 함께 닭, 오리, 소, 염소와 같은 희생제의에 사용되는 동물들을 작품에 등장시킨 이유는 피로 물든 인간과 동물의 몸을 통해 인간이 저지른 죄악에 대한 대속(代贖)을 말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당대의 다른 어떤 작가와도 다른 주제의식을 가지고 독특한 작업세계를 구축한 그는 2003년경부터 풍경의 연작을 시작했는데, 숲과 나무를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은 여느 아름다운 광경을 형상화하는데 그치는 대부분의 풍경화와는 달리 자연의 시작과 끝을 한결같이 차분하게 담아낸다. 그의 작품에는 주로 삶의 생기를 느끼게 하는 초록빛을 머금은 밀도 높은 잎새들로 이루어진 숲 또는 고요하고 쓸쓸함마저 자아내는 고목이나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같은 풍경들이 등장한다. 캔버스는 수십 차례의 붓질과 나이프를 통해 오일을 덧칠하고 긁어내기 반복하는 작업들로 가득히 메워진다. 그 격렬한 텍스쳐들은 신성한 숲의 뒤엉킨 나뭇가지와 빽빽한 잎새들의 움직임과 질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의 근작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성한 숲은 사회적 상황의 상징물 또는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근대의 합리주의 정신이 파괴한 자연에 대한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자연이 자기정화를 위해 요구하는 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변화 또는 발전하는 김성남 작가만의 예술적 철학을 보여줄 것이다. 그의 구작과 신작은 소재 면에서 보면 분리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자연’과 ‘인간’이라고 하는 두 테마로 현대인의 삶을 성찰한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 이와 같이 그의 작품들은 관람자들에게 선입견과 편견을 버린 시각을 통한 원형으로서의 자연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