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엠(Gallery EM)에서는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정보영 작가의 개인전 《조우 Encounters》 전을 선보 인다. 조소적인 브론즈작업을 위주로 컨템포러리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정보영의 첫 회화전인 이번 전시에서 는 잉크 드로잉으로 확장한 작가의 새로운 수묵 추상 작업 20여 점을 선보인다. 정보영의 이번 수묵 작업은 나무 를 활용한 기존 조각작업 속의 반복적인 수작업과 수묵으로 그리는 행위의 사색적 과정을 통해 이뤄낸 ‘성장의 과정’과 ‘시간의 기록’이며, 나아가 유기적 과정 속에 작가 자신의 내면과 자연의 원리를 반향 시켜 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정보영은 그동안 여러 나무에서 벗겨낸 수많은 나무 껍질 조각들을 인위적인 형태에 결합하여 자연 본연의 모습처럼 재조합하는 조각작업에 몰두해왔다. 수행과도 같은 기 존의 연속적인 수작업과, 조용한 사색 속에서 붓으로 시간의 흔적을 그리는 이번 수묵 작업의 공통점은 ‘중첩된 행위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뚜렷한 방향이나 목적이 없는 반 복의 결과물로 나온 관념적인 작품에도 사실적 감흥은 공존하고, 추상적인 것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더한 디테일이 현실성을 부여하며 구상과 비구상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이번 작업에서 정보영은 점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하여 붓이 그 둘레를 공전하듯 도는 동 작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간과 호흡의 단면이 생기고 붓자국이 마르기 전 겹쳐진 또 다른 붓질이 그 흔적들 사이에 선을 그려낸다. 이렇게 매번 더해지는 획에는 다음의 획을 규정짓는 약간의 힘과 질서, 자유로움과 가능성이 어울리며 조율된다. 특히, 수묵의 필선에 스며드는 순간성, 추상성, 먹의 농담과 한지 특유의 발묵을 통해 작가는 그리는 순간의 미세한 변화에 반응하고 이를 기록 한다. 여기에 한지에 수묵이라는 매체 - 나무의 성질이 살아있는 한지에 나무의 재로 만들어진 먹 - 에 내재된 물성과 정신성은 작가의 작품과 작업과정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어우러진다.
이전 조각 작업인 《불가능한 나무 Impossible Trees》 시리즈 속 브론즈 오브제 등을 통해 정보영은 인공과 자연 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관념과 이에 대한 성찰적 질문들을 다루어왔다. 여기서 나무는 재료적 목재에서 나아가 자연적인 것을 대변하는 존재로, 철학적인 탐구 대상이었다. 이번 수묵 추상 작업은 작가가 벨기에, 중국 등 10여년의 해외생활을 마 치고 2012년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 다시 보게 된 한국 소나무의 선과 표면에서 영감을 받아 전개한 작업이다. 이전 수작업 속에서 나무는 재료적 물성에 대한 이해를 넘어 자연 을 대변하는 소재였다면, 이번 수묵 추상 작업에서 작가는 나무를 통해 자신에 내재된 직관적인 자연을 발견하고 이를 내면으로 심화 확장시켜 서예적 필치로 표출해내고 있다. 이 처럼 정보영의 수묵 추상화는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체득된 추상적 관념을 기반에 두고 질 서와 자유로움이 공존하며 성장, 시간, 에너지, 연결, 순환 등 ‘자연’에 대한 작가의 확장된 탐구 영역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