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김아미
2017.03.20
[뉴스1] 김아미
'핑크 포이즌' 전시 전경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제공) © News1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구민정·심래정 '핑크포이즌'전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신진 예술가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의 일환으로 젊은 작가 구민정·심래정의 2인전 '핑크 포이즌'을 최근 개막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발표가 있던 지난 10일 율곡로 옛 공간사옥 터에 자리잡은 미술관인 아라리오뮤지엄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는 두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욕구'와 괴리된 현실 간의 간극을 '소화 불량'이라는 콘셉트로 풀어냈다.
전시 주제인 '핑크 포이즌'은 분홍색을 띤 미국 소화제 '펩토 비스몰'(Pepto Bismol)을 모티브로 했다. 아름다운 색감과 달콤한 향을 가진 약이지만, 입에 넣는 순간 강렬한 쓴 맛이 퍼지는 약이기도 하다. 보여지는 것과 실제 맛이 달라 '속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펩토 비스몰의 기억이 축적되면 비슷한 향이나 맛에도 구토를 일으키는 의학적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작가는 '창작 욕구'라는 달콤한 욕망의 배신으로 인한 창작자들의 '소화불량' 상태를 '구토'로 표현했다. 불안정한 현실, 제한된 전시 기회, 자본의 제약 등 때문에 축복이면서 재앙이 돼 버린 창작 욕구를 이야기한다.
인체의 장기(臟器)를 연상시키 듯 내부 동선이 구불구불한 건축 구조가 특징인 아라리오뮤지엄에서 두 작가는 그간 쌓여왔던 답답함의 포화 상태를 시각화했다. 심래정 작가는 전시장을 빽빽하게 채우고, 구민정은 구토하듯 공간 속에 쏟아냈다.
구민정 작가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제공) © News1
심래정 작가가 선보인 신작 '식인 왕국: 생산 공장'은 지난해 제작한 '식인 왕국: 수상한 신호' 이후 내놓은 '식인 왕국'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인육 통조림의 생산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장면들을 의료용 비닐 같은 화면에 만화처럼 담아내 식인 행위의 '시스템화'를 은유한다. 작가는 "인간이 속한 여러 사회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좌절되었을 때 상대를 향해 표출되는 파괴 본능을 식인 행위에 빗대었다"고 말했다.
구민정 작가의 작품 'ㅁㅁㅁㅁ'은 색색의 오브제들과 대형 회화 작품들이 어우러져 미술관 지상 1층 천장부터 지하 1층 바닥까지 쏟아져 내리듯 설치됐다. 구 작가는 "담쟁이 덩굴과 검은 벽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라며 "검은 배경의 캔버스 화면에 유기적인 생물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상단에 심어놓음과 동시에, 평면에서 3차원의 형태로 변모한 이미지들을 하단으로 쏟아지듯 연출했다"고 말했다.
송예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선임 큐레이터는 "발전 가능성 높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도전과 실험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 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11일까지.
심래정 작가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제공) © News1
am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