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박정환
2015.10.31
[뉴스1] 박정환
조환, '무'제' (사진제공 학고재)
"쇠를 레이저로 깎아낸 작품이 무슨 동양화냐 싶겠지만 저는 동양화의 핵심이 정신에 깃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먹과 화선지라는 재료에 함몰되지 않고 철판 위에 동양사상의 진수를 옮겼습니다."
조환(57) 작가는 중국 당나라의 서예가 장욱(張旭)이 쓴 반야심경을 철판에 새긴 작품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 전시장 한쪽 벽을 꽉 채웠다. 녹슨 나룻배가 불교의 대표적 경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형상의 작품이다.
반야심경을 차용한 조환의 '무제'를 비롯 한국·중국 작가들이 전통 수묵화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당대 수묵'전이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 시작된다. 김선두, 김호득, 조환 등 한국 작가 3인과 웨이칭지(Wei Qingji), 장위(Zhang Yu) 등 중국 작가 2인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29일까지 이어진다.
김호득(65) 작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큰 붓으로 그어내는 일필지휘로 유명하다. '겹-사이' 연작을 선보인 그는 이날 학고재에서 열린 전시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모여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길래 기꺼이 참여했다"며 "가장 현대적 작품을 고르다보니 붓그림을 내놨지만, 시간과 공간을 탐구하는 설치작품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청준(1939~2008) 소설가와 오랫동안 작업한 김선두(57) 작가는 '별을 보여드립니다-붉은 땅'과 '싱그러운 폭죽'을 준비했다. 김 작가는 "이청준 선생과 함께 작업한 작품이 100여 점이 넘는다"며 "동명의 소설에서 제목을 가져왔지만, 이번 작품은 선생을 존경하는 의미로 제목만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작가 장위(56)와 웨이칭지(45)는 사제지간으로 세계 최대 미술행사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중국관 전시에 참여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세계는 확연히 구분된다. 웨이칭지가 경쾌하다면 장위는 묵직하다.
장위는 작가의 지문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인' 연작으로 유명하다. 중국 전통물감을 손가락에 묻혀 하나씩 찍어가며 75일간 작업한 '지인'(2011.11-1)이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지장을 찍는 것이 서명하는 방식이었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수없이 확인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웨이칭지는 퓨마, 나이키, 파라마운트 등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상표를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결투2'는 1980년대 중반 그가 겪은 개방의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젊은 여성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를 들고 퓨마 상표와 대결하고 있다. 그는 "퓨마의 자리에 나이키, 맥도널드, 샤넬이 들어와도 상관없다"며 "전통 방식으로 수묵화를 그리지만 내가 사는 시대의 고민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학고재 관계자는 "아시아 동시대 수묵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가려고 기획했다"며 "동명의 제목으로 1년 6개월 간격으로 지속해서 개최해 수묵화의 겹을 두껍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료. 문의 (02)720-1524~6.
박정환 기자(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