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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통신One]佛 폐광촌에 '루브르 박물관'이 들어선 까닭은

2020.02.03

[뉴스1] 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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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관 '루브르 랑스'…실패 논란 딛고 다시 날갯짓

'루브르 랑스' 상설 전시실 © 정경화 통신원

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지역 랑스시(市)엔 루브르박물관 분관인 '루브르 랑스'가 있다. 지난 2012년 개관한 이곳에선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 컬렉션 가운데 일부와 기획 전시물을 전시해 지역 주민이나 여행객들이 굳이 파리에 가지 않더라도 이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루브르 랑스는 폐광(廢鑛) 부지 위에 세워져 지금도 건물 주변에선 과거 현지 탄광에서 석탄을 캤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랑스 일대를 포함하는 노르파드칼레 광산 유적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탄광 도시로 호황을 누렸던 랑스는 1960년대 시작된 석탄 채광 감소와 90년대 석탄 사양화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4년엔 프랑스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시기 랑스의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20% 가까이가 무직 또는 불완전고용 상태였다. 당시 이 지역 관리였던 다니엘 페슈롱은 "석탄 산업이 쇠락하자 프랑스는 우릴 저버렸고 이곳은 '유령도시'가 됐었다"라고 말했다.

루브르박물관 분관의 랑스 건설이 결정된 것도 이 무렵이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에만 예술과 문화가 집중돼 있다"는 비판에 따라 수도 파리 시내 주요 시설들을 지방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다. 장 피에르 라파랭 당시 총리는 탄광촌 쇠락으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루브르 분관을 이곳에 짓기로 했다.

랑스 주민들도 루브르 랑스 유치로 관광객이 늘면서 도시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루브르 랑스 개관과 함께 반짝 증가했던 관광객은 이듬해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랑스 시내엔 다른 볼거리가 없어 박물관만 둘러보고 다른 도시로 떠나는 관광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랑스 시내엔 호텔이 3곳밖에 없었고, 가장 좋은 '3성급' 호텔은 단 1곳뿐이었다고 한다.

루브르 랑스 정원에서 보이는 노르파드칼레 광산 유적 © 정경화 통신원

이와 관련 경영학박사 장 미셸 토블렘은 2016년 일간 르 몽드 기고에서 '루브르 랑스' 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로 △현지에 다른 문화·관광요소가 없는 데다 △박물관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점, 그리고 △'엘리트주의'적 전시물 때문에 서민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점 등을 꼽으면서 "루브르 랑스가 돈만 많이 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해 9월 마리 라반디에가 루브르 랑스 관장으로 취임한 뒤론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재작년엔 박물관 옆 옛 광산촌 건물에 '4성급' 호텔이 들어섰고, 작년엔 53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갔다. 루브르 랑스와 옛 탄광지역에 대한 관광가이드 책도 나왔다.

라반디에는 관장 취임 이후 상설 전시물에 대한 무료관람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라반디에는 최근 공영라디오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수준이 낮고 빈곤한 지역 주민들을 박물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예술작품을 볼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관람료를 받는다면 거기에 모순된다"고 말했다.

라반디에 관장은 "모두가 다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택해 전시물을 편성한다"며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을 위해서도 지역 상황을 고려한 주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브르 랑스에서는 올 3월까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뒤 프랑스 북부로 이주했던 폴란드 청년이 찍은 사진들이 전시된다. 이 청년은 광산 노동자인 아버지와 함께 랑스시 근처에서 살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이 전시를 관람하던 한 주민은 "이 땐 우리 동네가 이런 모습이었다. 사진을 보니 그 시절 내가 살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함께 온 가족들과 추억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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