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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인터뷰] 박기웅, 원조 '미대 오빠'의 빛나는 귀환

2021.04.14

[ize]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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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샵 럭셔리판단서 화가로 개인전 개최

박기웅,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요새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배우 박기웅은 학창시절부터 미술을 전공한 ‘원조 미대오빠’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화가의 꿈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가슴속 깊이 남아있었다. 감을 잃지 않으려 배우 활동 중에도 늘 크로키북에 연필이나 목탄 등으로 연습했을 정도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미술에 도전하는 스타들 사이에서도 ‘실력자’로 구분되는 박기웅은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한 그림들로 화가로서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박기웅은 최근 인물화 '이고'(EGO)를 한국회화의 위상전에 출품해 특별상인 'K-아트상'을 받고,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명품샵 갤러리 '럭셔리판다'에서 인물화 2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유명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박기웅의 작품들은 더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명품보다 더 명품처럼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림을 연기보다 먼저 시작했어요. 학창시절부터 같이 그림을 해왔던 친구들은 작가가 되거나 지망하고 있고 또 관련 직종에 많이 있어요. 그래서 늘 그림과 함께 하고 있었죠. 공백이 있었지만 친구들 덕분에 계속 그림을 그려왔어요. 사실 친구들에 비해 그림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진짜 잘하는 작가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여태 그림을 노출하지 않았던 것도 있어요. 때문에 상을 받고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럭셔리판다'에 전시 중인 박기웅 작품,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배우로서 먼저 유명세를 얻은 만큼 그림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더 어려웠다. 본업이 주는 영향력을 알기에 더 신중하게 접근했고, 매 작품마다 최고가의 재료들만 사용했다. 배우라는 타이틀 아래 자신의 작품이 저평가되는 것보다 고평가되는 게 더 두려웠던 그는 남들보다 두배 세배 더 열심히 그림에 몰두했다. 집안에 작업실을 마련해 눈 뜨자마자 그림부터 그렸을 정도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벌써 50점이 넘는다.

"유화를 2019년부터 작업해서 지금 50점이 넘어요. 사실 작업하면서 찢어버린건 더 많죠. 보관할 때가 없어서 장롱을 뚫고 저장고를 만들어놨어요. 외부에 따로 작업실이 없다보니 집에 남는 방에 김장 비닐을 치고 바닥도 작업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집이 작업실이 되니 자기 직전까지 그림을 그릴 때가 많아요. 자다가 일어나서 덧칠하고 다시 자기도 하고요. 눈뜨면 바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이번 전시는 ‘럭셔리판다’ 공동 대표이자 연예 기획사 마운틴무브먼트 황지선 대표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이뤄지게 됐다. 박기웅은 여러 정식 갤러리에서도 러브콜을 받았지만 제약된 공간이 아닌 좀 더 접근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나기를 바랐다.

“다른 갤러리에서 접촉도 왔고, 그래서 정식 갤러리에서 전시를 할까 고민도 했어요. 황지선 대표님이 이번 전시에 대해 설명해주셨을 때 저의 감성을 많이 건드렸어요. 갤러리에서 그림을 전시하면 일반 대중분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림을 전시장에서만 본다는 게 스스로를 가두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럭시리판다’의 두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고 공간을 보니까 제 작품에 정말 진심이더라고요. 프레임마다 그림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특수 제작해주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걸린 20여 개의 전시작은 오픈과 동시에 벌써 5점이 팔려나갔다.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늘자 기쁜 마음도 컸지만, 작품을 아이라 칭할 정도로 애착이 많은 만큼 아쉬움도 컸다고 털어놓는다. 나수민 럭셔리판다 공동 대표 역시 “그림이 나갔다고 하면 기분이 오히려 안 좋아진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아쉽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전시회의 작가, 기획자 모두가 작품에 애정이 가득하다.

박기웅,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이제 화가로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기웅은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공부를 통해 세계관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림체만큼 작품을 기획하는 의도나 기법, 최근의 흐름 등을 연구하며 대중에게 더욱 많은 감흥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혼자 그림에 취해서 전달이 안 되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고'의 경우는 흔들리는 사람을 표현했는데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정말 아끼는 작품이예요."라고 설명했다.

"시작은 클래식 인물화로 했다가 패턴을 달리하면 어떨까 해서 변화를 주고 있어요. 아무래도 인물화는 감정이 중요하잖아요. 클래식 인물화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도 좋지만 유화가 다양하게 나오는 만큼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변형하고 있어요. 전시된 작품들도 그림체가 바뀌어 가는 일대기를 지켜볼 수 있어요."

자신의 작품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냐 묻자 박기웅은 "다 내 새끼들 같다"는 짧고 굵은 한 마디로 그림을 대하는 자세의 진중함을 느끼게 했다. 실제 그의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인물에게서 나오는 다양한 역동성뿐 아니라 감각적인 색채 쓰임에 압도되는 느낌이 든다. 배우로서 그의 연기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화가로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건 또 다른 면모로 즐겁다. 다음에 그를 마주하는 건 전시회, TV-영화 중 어느쪽 일까?

"연기와 그림은 되게 다른 부분이 있어서 좋아요. 연기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구성원이 되는 종합예술물이죠. 제가 맡은 배역이 주제가 되기도 하고 부주제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그림은 제가 전지전능한 인물이 되는 거잖아요. 잘해도 제가 잘하고 못해도 제가 못한거니까. 창작의 책임감이 있고, 작품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있어요. 비슷하게 보이지만 반대되는 부분이 있어서 두 가지를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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