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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기자수첩] 길거리 흉물된 ‘공공조형물’ 해법없나

2018.12.03

[머니S]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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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 서울시립대 교수가 제작한 '일어서自!'는 철망형태로 제작해 높이 4m 초인상인 조형물이며 속이 뚫린 철망으로 된 사람이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형상으로 시민들이 현장에 마련된 돌을 철망 조형물안에 채워넣으면서 완성해가는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 사진=뉴시스

길을 가다 보면 왜 빌딩 앞에 이런 흉물스런 조형물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유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전체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은 건축비의 0.7% 이상을 들여 공공조형물을 설치하거나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규정 때문이다.

예술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시민이 좀 더 예술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란다. 하지만, 일부는 도시의 흉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어서 원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평소 관리가 잘되지 않아 새까만 먼지로 뒤덮여 있거나, 녹이 슨 채 방치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이렇게 목적이 퇴색되다보니 ‘판박이’ 공공조형물이 넘쳐나고 ‘리베이트’로 수십억 챙긴 시행사 대표가 구속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조형물 프로젝트의 고질병'으로 알려진 리베이트는 건축주와 기획자, 건축주와 작가 간에 발생하는 행위로 사실상 중개 수수료보다 더 심각하게 곪은 문제다. 공공조형물 설치과정 또한 각종 불공정거래와 부정행위가 이미 관행처럼 되다시피 했다.

1984년 도입한 ‘건축물에대한미술장식제도’는 1995년부터 의무화되면서 공공조형물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미술계는 의무화 초기인 1995년에 연간 700억 원 규모였던 공공조형물 시장이 최근 들어 800~1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매년 1천 점 가량의 작품들이 세워지고 있어 프로젝트당 1억 원 이하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건축공사는 조형물이 완성되지 못하면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다. 건축주로서는 건축비 0.7%의 정해진 비용으로 작품구색도 맞추고 빠른 시일 내에 일을 마쳐줄 작가를 선택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건축주가 미술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건물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 줄 작가 선택, 조형물 종류와 개수 선정, 위치 결정, 심의 통과 등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 과정에 조형물 설치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 해결을 대행해 주는 중개인(업체)이 개입되고 중개 수수료와 리베이트가 발생한다. 중개인(업체)은 주로 상업화랑, 갤러리스트, 조형물 전문 컨설턴트와 기획사다.

전문 컨설턴트는 건축물 도면을 보고 조형물 설치에 대한 세밀한 방향을 설계한다. 작가 섭외, 작품의 공공성과 건물과의 조화, 심의과정 통과 절차도 컨설턴트의 몫이다. 그 대가로 작가에게 주어진 프로젝트 비용의 30~40%를 중개 수수료로 받는 것이 관행처럼됐다.

그럼 이런 관행이 어떻게 시작했을까. 미술계 관계자들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이런 문제를 예측됐다고 말한다. 지금도 별반 차이가 없지만 당시에는 ‘도대체 왜 내가 건물을 짓는데 의무적으로 미술장식을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건축주들이 대부분이었다.

건축주는 금액이 정해져 있으니 제작비 자체를 줄일 수는 없고 대신 정해진 비용에서 얼마를 리베이트로 꺾어주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건축물미술장식 제도상 건축주와 작가가 직접 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어 중간 기획자가 공식적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점도 리베이트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프로젝트 비용이 1억 원이라 하자. 중간에 컨설턴트가 개입할 경우 우선 건축주가 그에게 1억 원을 줬다가 3, 4천만 원을 리베이트로 돌려받는다. 혹은 건축주가 작가에게 1억 원의 제작비를 제공한 후 컨설턴트가 중개수수료와 리베이트 비용을 포함해 7000만원 가량을 받아서 일부를 건축주에게 돌려준다. 이 같은 과정에서 각종 탈세가 행해진다.

공공조형물 프로젝트에는 비단 리베이트 관행만 문제가 아니다. 불투명한 발주, 공모, 심사, 선정 등 전 과정에서 부도덕한 행위들이 난무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협회 등 굴지의 미술단체들이 건축주에게 압력을 가해 작가를 바꾸는가 하면 준공허가권을 쥔 공무원들이나 건축주의 지인이 개입해 중간에 작업을 다른 작가에게 넘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지역 내 막강한 네트워크 커넥션을 자랑하며 자신이 직접 개입하거나 중간에 개입해 상납이나 향응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일부 건축주와 작가 사이에서 특정 브로커와 결탁해서 조형물을 독식하거나, 건축주에 리베이트를 주는 나쁜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돼야 한다. 조형물의 상당수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거나 방치돼 있는 현실에서 애초의 법 취지를 살리면서 무분별한 조형물 건립을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축물 미술작품 선정에 공정성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건축물 미술작품 부조리가 예술인의 기회를 빼앗아 돈을 버는 아주 나쁜 적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도는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에 공모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019년부터는 경기도는 이 같은 내용의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 제도 개선 계획(안)'을 마련해 이르면 2019년 초 건축물 미술작품 선정 과정에 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공공조형물을 설치할 때 건축허가 단계에서부터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건물주 건축주 예술가 시민이 함께 그 지역의 장소나 역사성에 대한 고려와 주변 경관에 어울리게 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야 한다.

공정한 심사제도를 도입하여 원래 취지대로 예술인 1명이라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도시의 이미지와 품격을 결정하는 공공조형물이 우리 앞에 다시 친근하고 품격 있게 오래도록 서 있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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