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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분서갱유'? 자료 폐기 시끌...미술품 감정 시장 3파전 돌입

2019.06.2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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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해산...'16년 DB' 폐기 분쟁
평가원 대주주 2명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설립
영리목적 민간 감정기구 등장 감정 시장 활기 전망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유일..8월경 화랑협회 감정업무 재개

【서울=뉴시스】한국화랑협회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해산되면서 감정서등 자료가 폐기될 위기라며 ‘미술품 감정 데이터베이스 폐기 금지 요청' 서를 배포했다.

미술품 감정에 깊이 관여했던 감정 전문가는 최근 사태에 대해 딱 잘라 이렇게 말했다.

"분서갱유(焚書坑儒)"다.

이토록 극렬한 표현이 나온건 '미술품 감정 데이터베이스'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9년 3월까지 16년간 발행한 '감정서'가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그림의 진짜, 가짜 판정은 물론 작품가격 시가 감정이 모두 들어있는 자료다. 그렇게 발행한 '감정서'는 9296점이다.

한국화랑협회와 제휴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해산되면서다. 지난 2월 업무 제휴가 끝나자 감정평가원 대주주 2명이 새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한국화랑협회(회장 최웅철)는 "감정 데이터베이스 폐기는 '먹튀'"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관련 21일 오전 한국화랑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최웅철 회장은 "이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해"라며 강력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협회측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청산 진행 과정에서 화랑협회와 업무제휴에 있던 '감정 데이터들을 폐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미술품 감정데이터베이스에는 우리나라 미술품 감정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를 폐기하는 경우 미술품 감정의 역사가 수십년 퇴보하는 결과이며 기존에 발급딘 수많은 감정서의 효력 무효와 감정서 유무의 확인조차 할수 없게된다.”

최 회장은 "143개 회원 화랑의 직접적인 유통질서에 대한 중요한 문제"라며 "이러한 혼란을 야기시킨 감정평가원 대주주 화상들을 징계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감정위원간 '감정 싸움'은 법적으로 번졌다.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일부 주주들이 신규 설립된 감정센터 대주주를 대상으로 청산인 해임청구소송을 지난달 17일 제기했다. 또 '감정 데이터베이스'등 평가원 감정자료등에 대한 가처분 금지신청을 낸 상태다. "평가서를 발급한 법인이 해산됐으니 문서의 법적 효력도 없어졌기"때문이다.

9000여건에 달하는 감정서가 무효가 될 판이다. 결국 작품 감정서를 가지고 있는 컬렉터들만 손해를 보게 될 처지다. 이들은 최고 66만원까지 감정료를 내고 진위 감정을 받았고, 그 감정서를 믿고 있다.

법적 분쟁이 된 '감정 데이터베이스'는 양쪽 모두 건드릴수 없는 뜨거운 감자다. 가처분 신청이 들어간 자료는 보존되어 있는 상태지만, 청산인은 "당장 폐기 또는 10년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게 협회측의 설명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1일 오전 서울 인사동 한국화랑협회에서 최웅철 회장이 미술품 감정평가원 해산에 대한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상들은 그림도 위조되는 세상에서 감정서 위조는 '식은죽 먹기'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엄중구 샘터화랑 대표는 "감정기록카드는 의사들의 환자 기록 카드와 같다"며 "작품 진위여부는 물론 감정서 진위 유무도 필요한 시대에서 데이터베이스 폐기는 연구자료가 없어지는 것이자 미술시장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와 감정센터가 싸우는 동안 실제로 미술시장은 혼란스럽다.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하는A씨의 황당한 일이 알려졌다. 그림을 구매한 컬렉터 B씨가 그림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물러달라고 하면서 벌어졌다. A씨는 지난 3월까지 문을 열었던 ‘(주)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서 감정보증서를 받아 판매했었다. 그런데 B씨가 최근 설립된 ‘(주)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에서 ‘위작’ 의견을 받은 것이다. 화랑주인 A씨는 결국 그림거래를 취소했다. 평가원의 해산으로 더이상 감정보증서의 공신력이 없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한국화랑협회 윤용철 부회장은 "그만큼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이중섭 작품 경우 사인도 수백개가 있다. 비교 분석이 돼야한다. 그래서 그동안 구축한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로 문을 연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기존 데이터베이스는 큰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준모 감정센터 대표는 "일종의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데이터는 6개월안에 구축할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위조된 이우환 작가의 작품 '점으로부터 No. 780217'의 감정서. 한국화랑협회 제공.

◇ 미술품 감정 왜 중요한가

미술품 감정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싸움이다. 진위의 판정에 따라 그림이 휴지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4000억대 규모인 국내 미술시장은 위작 논란이 일면 휘청거린다. 공신력있는 미술품 감정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 미술품 감정 역사는 짧다. 1982년 한국화랑협회에서 감정업무를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천경자 위작사건, 이중섭, 박수근, 이우환 위작 논란도 화랑협회(감정평가원)감정에서 불거졌다. 화상들이 대부분 감정위원으로 참여하고 비공개로 이뤄져 '짜고치는 담합'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인사동에서 장사하면서 맺어진 인간관계"로 친목회라는 비난이었다.

2000년 이후 국내미술시장이 커지면서 '감정의 판'도 커졌다. 한국화랑협회 감정업무도 4번이나 간판을 바꿨다. 1982년 미술품 감정위원회로 설립된 후 지난 2002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를 창립했다. 2007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후 2011년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와 주식회사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으로 법인명을 변경 운영돼 왔다.

같은 업무를 굳이 두 개 기관이 나눠 한 데에는 "당시 사단법인이 영리활동을 추구하는 것이 법인 설립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화랑협회는 오는 8월경 다시 감정업무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협회 앞에 사무실을 얻어놓고 장비를 준비중에 있다. 최웅철 회장은 "3월부터 발급해오던 감정서 책임과 확인주체가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미술시장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한국화랑협회 감정운영위원회에서 감정업무를 독자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화랑협회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해산 책임도 있는 만큼 '감정 데이터'가 확보되면 의뢰인들의 감정서를 확인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2008년 설립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홈페이지

◇미술품 감정도 경쟁시대..3파전 돌입

협회와 손잡았던 감정평가원이 해산되면서 국내미술품 감정시장은 3파전,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미술품 감정기구는 문체부가 법인인가해 2008년 설립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대표 김영석)가 사단법인으로 유일하다. 1998년 서울옥션이 창립한 후 열린 경매와 현재 열리는 각 경매사의 추정가 낙찰가를 포함한 자료부터 아트페어 판매 작품값까지 약 20만점의 작품가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2008년부터 '작품가격'책을 매년 발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영리목적 주식회사로 지난 3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공동대표 정준모-이호숙)가 창립하면서 감정 시장이 주목되고 있다. “여러 민간 감정기구가 경쟁해야 발전이 있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누가 감정위원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3파전'이라고 하지만, 감정위원들은 한계가 있다. '겹치기 감정'도 할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화랑협회 감정업무가 멈췄지만, 현재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감정연구센터에서 매주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 알만한, 감정위원들이 양쪽을 오가며 감정을 보고 있다.

3곳 모두 "감정 인력풀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는 같다.

화랑협회는 "그동안 50여명의 감정위원을 확보하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학계 전문가들도 초빙, 감정위원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지난 3월 창립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홈페이지.

새로 문을 연 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40대 후반의 신규 감정위원의 참여로 감정위원 세대교체를 내세웠다. 정준모 대표는 "앞으로 박물관 미술관 학계 전문가등의 인력풀을 구성해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돼 감정업무를 진행할 것”이라며 서양화(10명) 동양화(10명)는 기본, 도자기 감정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공립미술관 작품수집 진위 컨설팅, 공공기관 소장품 가치평가와 미술품 담보대출도 추진한다. 그동안 옥션사에서만 하던 미술품 담보대출은 "금융권과 공동연구를 통해 기반 구축하고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원 데이터베이스 폐기 논란 분쟁으로 시끄럽지만 민간 감정기구의 등장으로 '감정업무'는 오히려 투명해질 전망이다.

최웅철 화랑협회장은 "앞으로 감정은 기존 감정법에 과학적 감정기법을 도입한다"고 했다. "기존에 종이 형식으로 발급된 감정서는 보존이 약해 분실할 경우 재감정을 해야하는 단점을 보완, 블록체인 기술로 감성서를 발급, 온-오프라인 감정서를 함께 발행할 것"이라면서 "위조 감정서를 미연에 방지하여 감정서의 투명하고 과학적인 유통관리를 할수 있고, 작가나 화랑또한 작품의 거래 데이터로 활용할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준모 한국미술감정연구센터 대표는 "감정을 하는 제일 큰 재미는 모르던 그림을 찾아내는 것과, 옛날에 나왔던 그림이 15~20년만에 다시 나오는 그림을 보는 일"이라며 "그런 그림을 의뢰인 동의를 얻어 학계와 미술계에 알리는 전시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시가감정을 전문화해 외국의 시세평가 감정단과 업무제휴를 하고 기업과 컬렉터들의 자산을 정확히 평가하겠다"며 "미술품 감정의 객관성을 담보한 새로운 일들로 미술시장이 더욱 확장되는 길로 이끌겠다"는 포부다. 현재 진행하는 2곳 감정료는 40만~66만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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