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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수경 "깨진도자기는 잊어주세요… 황금돌은 삼라만상"

2015.09.1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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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가 '그냥 돌'에 금박을 입힌 '그곳에 있었다'는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2015-09-18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믿음의 번식' 개인전
3D로 제작한 조각, 전생체험한 회화등 선봬.

'황금 돌' 두덩이가 빛을 받고 있다.

조명발일까. 금빛발일까.

'깨진 도자기 작가'로 알려진 이수경의 신작 '그곳에 있었다'는 작품이다.

높은 좌대 위에서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두개의 '돌 덩어리'는 왜, 어떻게 만들게 됐을까.

17일 서울 도산대로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400년만에 천년고찰 해남 대흥사에서 개금불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면서 "풍류남도 이승미 행초미술관에서 기획전을 계기로 올초 강진 해남을 방문하고 백련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생긴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시작은 '그냥 돌'이었다. 북한강쪽 채석장에서 주운 돌 2개에 금박을 입혔다. 하나는 자신이 갖고, 하나는 강진 백련사 주지 스님에게 선물했다. '황금돌'이 된 돌은 가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스님은 이 황금돌을 사찰 신중에 봉헌하고, 또 다른 두개의 돌을 작가에게 건네며 또 다른 지인을 추천한다.

황금돌의 '빅뱅' 순간이다. 이후 돌은 돌고 돈다. 작가의 지인과, 그 지인의 지인, 또 그 지인의 지인의 지인으로 이어지는 돌의 교환은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다.

결국 전시장에까지 등장한 '황금돌'은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려는 에너지를 강하게 내뿜고 있다.

작가는 "삼라만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부처고 보살'이라는 법어를 인용하며 "동아시아 문화권에선 불교를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다. 하나의 종교라기보다는 부처가 스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모두 잠든' 연작. 바리공주, 서왕모, 타라와 같은 민담이나 신화 속 인물들이 고단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깜빡 잠든 순간을 포착한 조각 작품이다. 2015-09-18

정작 자신은 카톨릭교인이라는 그는 이번 전시에 '미신적이고 종교적인 작품을 쏟아냈다.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무의식을 담아냈다. '4차원 세계'라는 작가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분위기다.

설치미술가로 알려졌지만 원래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그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제는 100점도 실컷 그릴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전생체험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전문 심리상담사를 찾아 1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최면 상담을 받았다.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그리고자 하는 것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전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강렬한 이미지들과 마주쳤는데, 그때 본 광경이나 사람들을 다 그리려면 죽을 때까지도 다 못 그릴 것 같아요. 엄청난 자산이 됐어요. 그릴 것들이 너무 많아 행복해요"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전생 역행 그림'이라는 회화시리즈로 나왔다. 동물 시체를 깔고 수정구 위에 앉은 벌거벗은 노인과 최면속 위기 상황 때마다 등장했던 여자들을 반복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전시장 한복판에 놓인 조각도 눈길을 끈다. 대리석처럼 매끈한 작품들은 3D로 제작했다. '바리공주' '서왕모'(西王母) '타라'(Tara) 가 비스듬히 누워 있는 조각상은 모두 3D모델링과 3D프린터로 뽑아냈다.

"3D프린터가 생기니까 작품이 손상될 고민이 없어졌다"는 작가는 "3D프린터만 있으면 달나라에서도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겠다"며 조각가로서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그렇다고 에디션은 없다. 전시작품 딱 하나뿐이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믿음의 번식'이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동물이 새끼를 낳고, 새끼가 또 새끼를 낳는 것처럼 번식되고 사라져가는 것처럼 결국 예술작품도 관계와 관계속에서 이뤄지는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작가의 생각에서 나왔다.

아뜰리에 에르메스 김윤경 큐레이터는 "특정종교를 가진 사람이 보기에는 불경스럽겠지만 이번 전시는 미신이나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종교도 결국은 인간이 가진 제도라는 것과 원래 본성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은 에르매스 명품매장 지하에 있다.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02-3015-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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