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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정지 화백 40년간 자강불식…'단색조 회화-서체를 끌어들이다'

2020.10.1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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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선화랑서 14일부터 개인전
2018년에 전시 이은 90년대 작품 소개

[서울=뉴시스] 동그라미-2000 160x160cm Oil on canvas 2000

“쓰기-긁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 것은 어떠한 ‘사물’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회화적 요소와 문자적 요소를 병합했을 때 어떠한 ‘양상’을 드러내는지에 관심이 있다.”

추상화가 이정지(79)화백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14일부터 열린다.

'1990년대 단색조 회화-서체(書體)를 끌어들이다"를 타이틀로 2018년 선화랑에서 연 개인전에 이은 전시로, 80년대 이후 또 한 번의 변화를 모색했던 1990년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 화백이 40년 이상을 매진하며 지금의 작품세계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천이 된 두 시기의 작품이다.

1990년대 작품에 등장하는 서체의 획들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와 만나 서로 이어지고 사라지고 변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획과 획이 서로 침투되기도 하면서, 배경과 수많은 터치의 크기, 형태, 방향, 속도에 따라 하나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물감, 나이프로 긁어낸 서체의 획과 터치들은 서로 밀려나거나 결합하여 물성이 강조되는 화면을 표현했다.서체들은 배경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감으로 통일감 있는 화면을 만들고 있다.

1990년대는 1980년대에 이어 일관된 회화 언어의 연속이며 더욱더 신체의 행위가 지니는 회화적 요소에 몰두하려는 면모를 보인다.

[서울=뉴시스] 이정지 화백. 사진=선화랑 제공.2020.10.12. [email protected]

"이정지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쓰기’의 방법이다. 그는 붓을 사용하는 대신 나이프로 긁어서 한자를 쓴다.현대회화에 서예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모필의 유연함을 살려 서체적 필선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이정지처럼 붓으로 획을 긋는 대신 나이프로 획을 긁어 글자를 쓰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김이순 홍익대학교 교수)

또한 이정지의 작품에서 ‘쓰기’ 이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밑 작업’ 이다. 단색조이면서도 독특한 마티에르를 지닌 화면은 철저한 밑 작업에서 얻어진 결과다.

[서울=뉴시스] “MU®UE 94-4_290.9×218.2cm_Oil on canvas_1994

단색조 회화의 범주에 있는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논할 때 흔히들 작가의 수행적 작업 태도를 거론한다. 이정지의 작품 역시 수행적 결과물임이 틀림없지만 이와 구별되는 이 화백만의 지향점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화면의 깊이와 행위의 표면에서 오는 시각적 세계와 초월적 세계에 몰두해 왔다. 그것은 정신과 물질, 표면과 내면,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 생성과 붕괴 등 서로 다른 세계를 통합 조율해 나가는 일이다."

이정지 화백은 "자유로운 붓놀림에다부드럽고 완만한 느낌을 주는 롤러, 예리하고 명쾌한 속도감을 유발하는 나이프는 유채의 특성과 함께 작품세계를 펼쳐가게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내가 그리는 뫼비우스 원형상은 시작과 끝이 없는 우주를 상징하는 일원으로 여러 의미를 포함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하나로, 둥그런 심상(心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9712 共生(Symbiosis) Oil on Canvas 1997

[서울=뉴시스] 선화랑 이정지 개인전 전시 전경.

그가 40여 년간 단색조회화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선화랑 원혜경 대표는 "동양예술이 생생불식 (生生不息) 하는 도(道)와 천지자연의 조화를 스승 삼았듯이, 이정지 작가는 조화와통합을 예술의 지향점으로 삼아 자강불식 (自强不息) 하는 태도로 작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966년 홍익대 회화과 (서양화)출신으로 분위기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독보적인 여성 추상화가로 꼽힌다. 단색조와 만난 서예 회화 작품 35 여점이 전시됐다. 50호,100호는 소품으로 보일만큼 300호, 200호,150호 크기의 작품들이다. 전시는 11월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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