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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1년치 방귀 '50만원', 디지털 집 '5억원'…NFT가 뭐라고

2021.03.24

[머니투데이]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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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을 새 투자처 의견도 있지만, 투기 우려 목소리 커

비플의 '매일-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사진=로이터

아무도 거주할 수 없는 집이 최근 50만달러(약 5억6400만원)에 팔렸다. 현대 예술가 크리스타 킴이 만든 '디지털 하우스' 얘기다. 이 집은 들어갈 수도 누워볼 수도 없다. AR(증강)·VR(가상) 고글을 사용해야만 볼 수 가상의 공간이다. '집'이라고 불리지만 실은 하나의 디지털 파일에 불과하다.

이뿐이 아니다. 3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이미지(JPG) 파일 1개는 무려 6930만달러(782억원)에 거래됐다. 판매된 작품은 '매일-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으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이 2007년부터 연재한 작품을 한데 모은 것이다. 이 작품으로 비플은 미국 조각가 제프 쿤스, 영국 출신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작가 중 세 번째로 비싼 경매 기록을 갖게 됐다.

이처럼 디지털 파일 하나가 수억, 수백억에 팔릴 수 있었던 건 작품에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영상, 음악 파일 등에 NFT를 적용하면 블록체인에 소유권, 거래 이력 등의 정보가 저장된다.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인 셈이다. 위조·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쓰기 때문에 NFT 작품은 희소성과 고유성을 지니게 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불리는 가상자산에 투자자가 몰린 데 이어 최근에는 NFT 기술을 쓴 자산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이달 초 NFT가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경매에 내놓아 20분 만에 580만달러(약 65억원)를 벌었다. 미국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얼굴 없는 그래피티 미술가 뱅크시의 작품 '멍청이들'(Morons)을 불태운 뒤 NFT로 만들어 38만달러(4억3000만 원)에 팔았다.

미술 작품만이 아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15년 전 올린 트위터 글 한줄은 NFT 경매를 통해 22일(현지시간) 1630.5825601이더리움에 팔렸다. 판매 시점의 시세로 환산하면 291만5835달러(32억900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심지어 미국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는 자신과 친구 4명의 방귀 소리를 1년간 모아 만든 '마스터 컬렉션'을 NFT 경매에서 434달러(49만원)가량에 판매했다.

32억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된 잭 도시 트위터 CEO의 15년 전 트윗 글/사진=트위터 갈무리

NFT 열풍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소셜캐피탈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NFT가 디지털 자산의 다음 개척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우려도 크다. NFT가 비트코인 등과 마찬가지로 투기성 높은 자산이며, 최근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라는 것이다.

보케 캐피탈의 설립자인 킴 포레스트는 로이터에 "비트코인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NFT 등 가상 자산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며 NFT의 장기적인 전망은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업체 코스모스의 수석 개발자 빌리 레네캄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ICO(암호화폐 공개) 열풍을 언급하며 "2017년에도 매우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시장이 하락할 때 위험이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NFT 방귀 소리를 판매한 라미네즈 말리스의 비판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뉴욕포스트에 "NFT 열풍은 터무니없다"며 "본질적으로 형체가 없는 자산에 가치를 두는 것으로, 단순히 소유권을 나타내는 디지털 문자와 숫자의 나열일 뿐이다. 이런 광란의 시장 이면에는 디지털 예술 애호가가 아닌 빨리 부자가 되려는 투기꾼 같은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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