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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백남준아트센터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개막

2023.03.09

[뉴시스] 이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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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김성환, 업체eobchae×류성실, 노진아, 진시우 등
6월25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제2전시실 무료 전시

백남준아트센터 신소장품전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On Collecting Time' 포스터.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과 기계의 시간'을 다루는 백남준아트센터 신소장품전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On Collecting Time'가 9일 개막한다.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는 코로나19로 미술관이 닫혔던 2020~2021년 백남준아트센터가 수집한 동시대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구성됐다.

안규철, 김성환, 업체eobchae×류성실, 노진아, 진시우, 김희천, 박선민, 박승원, 언메이크랩 등 넓은 시간 스펙트럼 안에 자리한 아홉 작가(팀)의 작품 11점을 선보인다.

비디오,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형식 속 '인간과 기계의 시간'을 다룬다. 또 특정한 역사적 시간을 성찰하며, 비결정적이고 우연한 시간의 시(詩)적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가 백남준의 작품뿐 아니라 동시대 미디어아트 작가와 작품을 수집·연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리는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공간 예술'의 범주에 '시간 예술'을 편입시킨 백남준 예술의 지평을 확대해, 시간의 허리를 베어 낸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논쟁을 만들고 토론을 제기한다. 우리는 '시간'을 담은 이 소장품들이 완결된 것이 아닌 변이와 성장의 과정을 거치는 유기적인 것으로 상상해 보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01. 안규철, 〈야상곡 No. 20 대위법〉, 2013/2020, 퍼포먼스/설치(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규철 '야상곡 No. 20 / 대위법'

'야상곡 No. 20 / 대위법'은 일정한 시간에 동일한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와 연주가 끝날 때마다 피아노의 해머 88개 중 하나를 무작위로 빼내는 조율사가 만드는 이중주다.

건반의 음이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연주는 조금씩 해체되고 최종적으로 침묵을 향해 다가간다. 작품의 시간은 '음(音)'을 소멸시키고 우연의 소음을 만든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악보 드로잉은 프레데리크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구성하는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까지 모두 50개의 음을 분해해 111장으로 표기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아바나의 뒷골목 공터에 놓인 낡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과 그 피아노 건반을 갉아먹는 흰개미 떼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전시기간 매주 금·토요일 2시, 4시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연주한다.


김성환 '<드로잉 비디오> 설치'

김성환, 〈드로잉 비디오〉 설치, 2008/2021(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7년 행했던 세 번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김성환의 '<드로잉 비디오> 설치'는 작가의 초기 비디오 작업 중 하나로, 첫 국내 전시다. 드로잉 세 점과 '드로잉 비디오', '커버' 비디오 두 점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품이다.

주요 작품인 '드로잉 비디오'는 2007년 김성환과 권병준,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가 함께 공연했던 '푸싱 어게인스트 디 에어(pushing against the air)'라는 퍼포먼스에서 김성환의 라이브 드로잉 기록을 담고 있다.

'〈드로잉 비디오〉 설치'의 또다른 영상 '커버'는 김성환과 긴 시간 공동으로 작업해온 디그레고리오의 작품이다. 개와 함께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남성의 모습을 찍은 16㎜ 필름인 '커버'가 '〈드로잉 비디오〉 설치'의 구성을 이루는 것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협업의 의미한다. 김성환 작업의 일부인 디그레고리오 음악에 바치는 헌사다.


업체eobchae×류성실 '체리-고-라운드'

업체eobchae × 류성실, 〈체리-고-라운드〉, 2019, 단채널 비디오, 27분 9초 (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구 속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시점의 서사로 구성된 '체리-고-라운드'에서는 '체리 장'과 '발해인1'이라는 인물의 브이로그와 2인칭 시점 이야기가 교차된다.

첫 파트는 2019년 가상의 도시 '선전시(市)'에서 체리 장이 스스로 고안한 '브라이트닝 이론'에 따라 지구를 하얗게 만드는 비법을 담은 인터넷 방송을 송출한다.

두 번째 파트는 방송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얻게 된 체리가 브랜드 이미지로 생성·소비되며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 번째 파트는 서기 2049년 전자정부의 감시체계가 강화된 선전1시에서 벌어지는 발해인1의 모험을 담았다.

작품은 기후와 환경의 문제, 디지털 통제와 감시, 권위주의 정치와 양극화된 경제와 노동 등 사회적 이슈들이 얽혀 있는 가상 사회를 다루면서 그 속에 소비되는 동시대 미디어의 얄팍하고 자기 과시적인 측면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노진아 '진화하는 신, 가이아'

노진아, 〈진화하는 신, 가이아〉, 2017/2023, 인공지능 로보틱스 조각(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시간과 맞물려 데이터를 축적하고 말하는 인공지능이 내장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 2023년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며, 변화하는 데이터에 근거한 작품이 소장됐을 때 어떻게 전시하고 보존할지 질문한다.

가이아란 대지의 어머니이자 스스로 조절하며 상호작용하는 지구를 칭한다. 자기조절 시스템을 가진 지구 생명체를 동경해 '가이아'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기계인형은 반은 사람, 반은 나무의 형상을 했다.

단순한 질문에도 꽤 복잡하고 철학적인 대답을 한다. 완성되지 않은 인공생명체는 여전히 아기같은 단계지만 관객과 대화를 학습해 놀라운 속도로 자란다. 또 어느 순간 자기조절 능력과 자기복제 능력을 갖추고 우리를 지배하는 여왕, 가이아가 될 수 있다.

작가는 원본과 복제물인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가 경쟁과 대결보다 오히려 공진화(共進化)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진시우 '퍼포머를 위한 디렉션' 등

진시우, 〈퍼포머를 위한 디렉션〉, 2014, 사진(사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퍼포머를 위한 디렉션'은 작가가 팔뚝에 쓴 '퍼포머를 위한 지시문'을 찍은 사진이다.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이 작업을 하면서 작가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요소 즉 '관객 자체가 퍼포머가 되고, 그 관객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객이 존재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복원과 변형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어떤 것'은 단채널 비디오와 오브제로 구성된 설치 작품이다. 영상은 관객 K와 작가의 대화를 텍스트로 구성한 것이다. K가 훼손된 작품을 복원하길 설득하자, 작가는 작품이 제작되고 훼손된 이후까지 과정을 들려주며 복원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함께 설치된 오브제는 영상 속 대화 주제인 작가의 작품, 즉 부서진 나무 의자와 의자 다리에서 떨어져 나간 쥐 형상이다.

'스타카토 블랙'은 단채널 비디오와 드로잉 두 점으로 구성된 설치 작업이다. 비디오는 배우의 깜빡이는 눈을 클로즈업해 롱테이크로 찍은 것이다. 작품 제목인 '스타카토 블랙'은 작가가 새로 만들어낸 검은색 이름이다. 관객들은 텍스트를 읽고 작품을 이해하는 동시에 영상을 보면서 눈을 깜빡이는 스스로의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그 밖에도 ▲박승원 '지극히 평범한 하루' ▲언메이크랩 '유토피아적 추출' ▲박선민 '버섯의 건축' ▲김희천 '탱크' 등이 전시된다.

전시는 오는 6월25일(매주 월요일 휴관)까지 백남준아트센터 2층 제2전시실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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