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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타이어, 독일 'iF 디자인어워드' 본상 수상

[뉴시스] 이동민 | 2024.03.04

넥센타이어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4'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넥세라(NEXERA)'와 '넥서스(NEXUS)' 등 두 작품이 본상을 수상 했다고 4일 밝혔다. 독일 인터내셔널 포럼이 주관하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는 레드닷 어워드, 미국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이번 어워드에서는 72개국으로부터 접수된 약 1만800여개의 출품작이 경쟁을 벌였으며,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132명의 심사위원단의 평가에 의해 수상작이 선정됐다. 넥센타이어가 수상한 두 작품은 세종대 디자인이노베이션학과 학생들과 산학협업을 통해 이뤄낸 결과물로 넥센타이어의 디자인 철학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궁극적인 아름다움(Ultimate Sensual, Timeless Movement)'을 바탕으로 재해석해 풀어낸 시각디자인 작품이다. NEXERA는 1942년부터 시작된 넥센타이어의 역사를 바위의 층리(퇴적 구조에서 보이는 평행한 줄무늬)로 비유해 표현한 창작물로, 넥센타이어의 역사를 책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NEXUS는 '넥스트 위드 어스(NEXT with US)'의 줄임말로, '미래(NEXT)의 주역(US)인 개인, 지역, 공동체가 넥센타이어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브랜드 디자인이다. 이 브랜드 디자인 결과물은 에코백, 사무용품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앞으로도 산학협업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 차별화된 디자인 철학을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RM도 찾은 그곳, 거대한 숲속의 미술관

[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2024.02.24

“아, 가장 역동적인(dynamic) 미술관이죠.”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만난 한 큐레이터는 이 미술관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코멘트했다. 전시를 보던 중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 소장처가 이곳이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지 10년도 안된 젊은 사립 미술관. 그러나 컬렉션이나 전시,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로 따지자면 필라델피아의 반스파운데이션, 뉴욕의 프릭컬렉션이 연상되는 미술관. 방탄소년단(BTS)의 RM이 2021년 찾아 ‘돌의 마을’이라고 포스팅한 그곳. 바로 글렌스톤 미술관(Glenstone Museum)이다. 글렌스톤 미술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품을 들여야 한다. 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30분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에 위치하고 있다. 16만평 숲 안에 숨어있는 미술관 빌딩이 낮아지고 도로가 좁아진다. 회색 풍경이 평야와 낮은 구릉이 섞인 초록으로 바뀔 때, 한적한 시골길에서 갑자기 글렌스톤 미술관 팻말이 나타난다. 탁 트인 평지에 낮은 돌담길,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미술관임을 모르고 지나치기 딱 좋다.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현대미술관이자, 최고 컬렉션으로 꼽히는 이 미술관은 16만평 숲 안에 숨어있다. 글렌스톤 미술관은 2006년 미국 다나허 그룹(생명공학 분야, 진단 분야, 환경&응용 솔루션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의 창립자 미첼 레일즈(Mitchell Rales)가 설립했다. 이때는 일주일 중 이틀만 일반 관람객을 받았다. 컬렉션은 훌륭했지만, 미국의 다른 사립 재단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미술관 확장 공사가 시작된 2013년까지 누적 관람객은 1만명에 불과했다. 확장 공사는 2018년까지 약 5년간 이어졌다. 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약 2억1900만 달러. 미술관 부지도 53핵타르(16만평)로 커졌다. 2019년엔 미술잡지 아폴로가 ‘뮤지엄 오프닝 오브 더 이어’(올해의 개관 미술관)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관객에게 글렌스톤 미술관이 익숙해 진 것은 이 같은 규모나 명성 때문이 아니다. 미술 애호가로 잘 알려진 BTS의 RM이 2021년 방문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돌의 마을’이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미술관 이곳저곳의 모습을 남긴 것이다(글렌스톤이라는 이름은 인근 도로인 ‘글렌 로드’와 주변에 있는 채석장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매달 1일 오전 10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달치 예약을 받는데, RM의 방문 이후 오전 예약은 보통 3분 안에 마감되고, 10분 안에 한달치가 전부 마감된다. 정문에서 주차장까지 차로 1~2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면 귓가엔 ‘차라락 차라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로에 깔린 작은 자갈들이 차바퀴에 부딪혀 내는 소리다. 미국 국립공원의 입구에도 이 같은 자갈이 깔려있다.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ASMR은 이 미술관이 아스팔트가 깔려있는 우리의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곳이라는 걸 넌지시 알려준다. 에밀리 웨이 레일즈(Emily Wei Rales) 관장은 “예술적 경험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의미 있는 조우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술 경험은 이미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16만평 숲은 그 자체로 미술관이다. 기나긴 산책로 끝에서 만난 신전 같은 미술관 ASMR이 끝날 때쯤 주차장이 나타난다. 주차를 하는 곳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주차장은 아니다. 군데군데 놓인 나무와 돌이 바닥에 그려진 페인트 안내선을 대신한다(글렌스톤 미술관에서는 ‘주차숲’(Parking Groves)으로 부른다). 나무를 들이 받지 않고 돌에 긁히지 않으려면 특정한 공간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데, 주차하고 나오며 뒤를 돌아보면 안내선 없이도 반듯하게 정렬된 차량들에 웃음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미술관인 본관까지 거리는 약 500미터, 천천히 걸어서 10분 정도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서둘러 미술관으로 가지 못한다. 광활한 목초지 사이 잘 만들어진 산책로가 먼저 관객을 맞이한다.

국제갤러리, 프리즈 LA 출격…박서보·김윤신·박찬욱·길성 등 전시

[뉴시스] 박현주 | 2024.02.23

국제갤러리는 오는 29일부터 3월3일까지 개최되는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2024(이하 프리즈 LA)에 참가한다. 지난해 샌타모니카 공항에 새롭게 둥지를 튼 프리즈 LA에는 총 21개국 95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주요 섹션인 ‘메인(Main)’과 근 12년 내 설립된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포커스(Focus)’ 섹션으로 펼친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대가 박서보, 하종현,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파이프 작가 이승조 등 국내 주요 미술가들을 전시한다. 박서보의 작품은 '묘법' 연작을 세라믹으로 제작한 'Écriture (描法) No. 230216'(2023)을 출품한다. 전문 도예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해당 작품은 세라믹의 주재료인 ‘흙’을 통해 작가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Conjunction 22-38(2022)'도 소개한다. 한국 아방가르드의 시초이자 단색화의 주역으로 활동해 온 하종현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어 현재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순회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서 초기 '도시 계획 백서' 연작 등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사에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했다.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50살’ 허쉬혼 미술관의 다음 발걸음은

[뉴시스] 이한빛 | 2024.02.17

허쉬혼 미술관 조각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조각은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발레리 J. 플레쳐(Valerie J. Fletcher) 허쉬혼 미술관 선임 큐레이터는 인간의 형상을 한 작업들, 전후 불안을 반영한 휴머니즘, 새로운 시대의 언어인 추상, 기하학적 조각들로 나눈다. 앞의 두가지가 상대적으로 구상에 가깝다면, 뒤의 두 가지는 추상이다.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이 허쉬혼의 그리니치 맨션을 방문했을 때, “고뇌, 존엄, 인내, 자기희생”(agony dignity endurance self-sacrifice spiral)이라고 극찬한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대표적인 인간형상의 작업들로 꼽힌다. 전후 휴머니즘은 인간의 형상이되, 작가의 감정을 담아낸, 절반 정도 추상에 발을 걸친 작업들이다. 헨리 무어의 ‘앉아있는 여자’(Seated Woman)나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기념비적인 두상’(Monumental Head) 등이 있다. 20세기로 넘어오면 추상의 시대가 열린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화를 시각예술은 추상이라는 언어로 번역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하학적 실험까지 이어지는데, 추상의 대표작가로 루치오 폰타나(‘Spatial Concept: Nature’)가 있다면, 후자엔 알렉산더 칼더가 있다. 흥미로운 건 조각이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설치됐다고 영원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작품이 교체된다. 최근에는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작가였던 시몬 레이(Simone Leigh)의 조각이 그의 개인전을 맞아 미술관 정문에 설치됐다. 스미스소니언은 스스로를 “현대 예술과 문화의 선도적 기관으로, 우리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들을 위한 국가적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브람 러너 허쉬혼 미술관 초대 관장의 10년 임기 동안 컬렉션은 6000점을 넘어섰다. 20세기 후반, 동시대 미술을 주 타깃으로 체계적인 컬렉션을 구축했다.(한국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김창열, 임충섭 작가의 작업이 소장품 리스트에 올라있다.) 대규모 개인전으로 작가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도 허쉬혼 미술관의 특징이다. 관객과의 소통이 미술관 정책의 주요 이슈가 된 지금, 허쉬혼 미술관의 다음 스텝은 무엇이 될까? 미술관은 개관 50주년을 앞두고 원래 미션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멜리사 치우 관장은 DCis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법, 재료, 규모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3차원적으로 풀어낸다. 공연예술을 유연하게 끌어들이려 한다. 우리 미술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디오와 뉴미디어 컬렉션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미술 영역의 확장, 다양성의 존중, 접근성의 강화가 허쉬혼 미술관이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지향하는 방향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기를 기대한다. (다음 주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18]

[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 2024.02.12

프랑스 농민시위는 대단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향하는 다수의 고속도로는 봉쇄당했고, 도로의 정체도 끔찍했다. 도로의 갓길로 처참하게 쏟아진 사과, 오이, 토마토 같은 과일과 야채들이 보였고, 불에 검게 탄 구겨진 대형트럭도 있었다.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스페인 국경에 다다르기도 전에 프랑스 작은 마을 주차장에서 밤을 보내야 했을 정도였다. 결국 다음 날 아침 고속도로를 피해 돌고 돌아 3시간 30분 거리를 8시간이 걸려서야 스페인 국경을 넘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마침 윤 작가의 대학 후배가 바르셀로나에 거주해 집으로 초대받았다. 남편은 알제리 일터에 있어 그녀는 아들과의 넓은 공간을 흔쾌히 우리에게 배려했다. 덕분에 바르셀로나에서의 4박 5일 일정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따끈한 소고기미역국을 먹고는 바르셀로나 10회 교통권을 사서 도시의 중심으로 향했다. 첫 방문지는 많은 유대인의 처형장소로 이름난 유대인의 언덕, 몬주익(castell de Montjuic) 을 넘어서 미로미술관(Fundació Joan Miró)에 들렀다. 미로미술관에는 미로와 피카소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피카소미술관과 함께 두 곳에서 열리는 대형전시다. 바르셀로나에는 미술관 6곳을 둘러볼 수 있는 뮤지엄패스(ARTPASSPORT)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긴 줄의 기다림 없이 짧은 시간에 입장이 가능하단 이점이 있다. 미술관 입장할 때마다 기념이 될만한 스템프를 티켓에 찍어주는 것도 흥미롭다. 스페인은 겨울이지만 정말 좋은 계절이었다. 다시 피카소미술관(Museu Picasso de Barcelona)으로 옮겼다. 미로미술관이 공원 안에 있다면, 피카소미술관은 도시 사이에 있다. 옛 건물을 이용한 피카소미술관은 외관부터 참 예뻤다. 미술관 안의 공간은 여러 개의 공간으로 넓었다. 피카소와 미로 외에도 유명 작품들이 즐비했다. 새로운 작품들의 수준이 피로감을 일시에 밀어내기에 충분했다. 월요일에도 볼 수 있는 바로셀로나 현대미술관(Museu d'Art Contemporani de Barcelona)로 향했다. 현대미술관 앞에는 젊은이들의 보드쇼가 한창이었고, 이민자들의 그늘진 얼굴도 섞여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민자들이 유독 많았고, 소매치기도 극성이다. 당연히 우범지역들도 제법 있어서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도 미술관의 새하얀 높은 층고, 교양 넘치고 여유로운 관람객들, 예술참여 수업을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 잘 차려진 아트숍 등 잠든 감각을 깨워주는 일상에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유서 깊은 도시 바르셀로나엔 성당도 유명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 성당이나 무려 141년 동안 세워지고 있는 까탈루냐의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야경으로 접하는 가우디 건축미는 아주 값진 감흥을 선사해준다. 왕의 거리로 유명한 레알광장(Plaça Reial)도 볼만 하다. 그 광장에는 가우디의 가로등이 있는데,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불 켜진 가로등을 바라보는 것도 제법 낭만적이다.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허쉬혼, 여왕도 대통령도 매료시키다

[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2024.02.03

활발한 컬렉팅에 비해 조셉 H. 허쉬혼의 컬렉션 자체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1962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에서 자신의 컬렉션 444점을 전시하기 전까지는. 전시가 공개되자, 미국 미술계는 물론 유럽과 중동까지 들끓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심지어 이스라엘에서도 허쉬혼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짓자고 제안할 정도였으니 그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심지어 영국은 여왕이 허쉬혼을 초대해 런던 중심부인 리젠트 정원에 미술관을 여는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던 곳 중 하나는 바로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재단이다. 영국 런던 테이트에 버금가는 미국 현대미술관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사무총장이던 S. 딜런 리플리(S. Dillon Ripley)는 허쉬혼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한편 백악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만큼 급했던 것이 뉴욕 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가 ‘허쉬혼 미술관’을 짓는데 1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상황이었기 때문. 리플리의 SOS에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 레이디 버드 존슨(Lady Bird Johnson)은 직접 허쉬혼의 그리니치 맨션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날은 린든 베인스 존슨(Lyndon Baines Johnson) 대통령이 선거권법에 서명한 날(1965년 8월6일)이었다. ‘1965 선거권법’은 투표권 행사에 있어서 횡행했던 구조적 인종차별을 막은 법안으로, 미국 정치사의 한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법안이다. 레이디 존슨도 남편을 도와 수십차례 연설에 나서는 등 헌신했음에도 그 역사적 현장을 뒤로하고 국립미술관 설립을 위해 그리니치로 달려간 것이다. 이후 존슨 대통령은 허쉬혼을 백악관으로 초대하고, 내셔널몰의 미술관 부지를 직접 보여줬다고 전해진다. 자신의 컬렉션이 미국 국가의 유물로 남게 될 기회라고 생각한 허쉬혼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와, 나와 같은 이민자로 이곳에 도착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 나라가 해준 일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내 미술 컬렉션을 미국 국민들에게 제공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미국에서 성취한 일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성취할 수 없었습니다”라면서. 1966년 미국 의회는 ‘허쉬혼 미술관과 조각 정원’의 설립을 승인했다. 승인한 예산액은 1500만 달러, 착공식은 이로부터 3년 뒤인 1969년, 공식 오픈은 약 5년 뒤인 1974년 10월4일이었다. 허쉬혼은 처음엔 회화·조각품 6600점과 기부금 200만 달러를 쾌척했다(1981년 사망 후엔 작품 6000점과 기부금 500만 달러를 추가했다). 초대 관장은 허쉬혼 컬렉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아브람 러너가 맡았다. 그리니치 맨션에서 미술관으로 작업을 옮기는 것이 초대 관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우선 맨션에 설치된 조각품 중 4분의 1을 이전했고, 이후 추가로 100여점을 더 이전해 총 2650점의 조각이 워싱턴으로 넘어왔다. 작품 수만 보아도 조각 정원이 중요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4편이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17]

[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 2024.02.03

로마에서 밀라노까지는 6시간이 넘게 걸린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 최대도시로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도시다. 늦은 저녁에 도착해 밀라노 외곽의 캠핑장에서 첫날밤을 지낸 후,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우선 캠핑장 근처의 지하철을 타고 밀라노 도시 중심으로 향했다. 첫 방문지는 19세기 회화와 조각작품을 만날 수 있는 ‘GAM Galleria d'Arte Moderna’였다. 작품들의 색들이 선명하고 밝은 느낌이 인상적이다. 전시장 한곳에 있는 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대형 풍경화 속에서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한 한 화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도둑들은 오른쪽 언덕 위로 도망치고 있었고, 화가의 개는 상처를 입은 채 죽은 화가의 옆에 앉아 있었다. 저기 먼 길 따라 화가의 백마는 도망치는 듯 보였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이런 스토리를 담아내다니….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화가의 죽음은 예술로는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인가!? 예술은 죽었다. 이것은 나의 상상이고 나와는 다른 상상의 꼬리를 무는 것이 그림의 힘이다. 많은 작품을 보며 나오는 길에 머리 위로 반쯤은 벗겨진 가면을 쓴 아이의 그림을 보았다. 표정은 무언가 응시하는 듯했고, 멍한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멍한 시간, 즉 생각의 활동이 잠시 멈춘 그 찰나가 누군가의 창작 시점이 된다고도 했는데, 나 또한 그 시간을 사랑하고 있었다. 아이의 표정에서 외롭거나 힘듦보다는 지금 저 아이의 시간이 휴식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미술관을 나와 바로 옆에 있던 현대미술관 ‘PAC Padiglione d'Arte Contemporanea’로 관람을 이어갔다. 밀라노는 역시 거대도시다. 예술적 공간들부터 미술관, 갤러리들이 참으로 많다. 우리는 도시 곳곳을 걸었고, 두 곳의 화방을 들려 원하는 재료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다시 발길을 멎게 하는 광경을 만났다.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이다.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밀라노 대성당으로 인해 수많은 인파로 광장을 꽉 채웠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맑은 하늘 아래 더욱 빛나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독일 쾰른 대성당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장엄함이 압도적이다. 이 떠올랐다. 거대한 외관을 자랑하는 고딕양식의 대성당은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14세기에 초석을 놓은 뒤 600년 가까운 공사 끝에 20세기에 들어서야 완공됐다. 고딕양식 성당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큰 성당이다. 전장 148m, 신랑 천장 높이 45m, 교차부 돔 위의 탑은 무려 108m에 이른다. 특히 성당 전체가 흰 대리석으로 덮여 있어 숭고한 천상의 미를 자랑한다. 가히 압권 중 압권이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가 더 큰 감동을 받은 곳은 대성당 바로 옆의 밀라노 왕궁 ‘Palazzo Reale di Milano’이었다.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개인전 덕분이다. 며칠 전 볼로냐에서 모란디 작업실 미술관을 놓쳤기 때문에 그 보상심리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뛸 듯이 기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1890년부터 1964년에 걸친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대표적인 정물화부터 풍경화, 펜화와 판화, 수채화까지 망라되어 있었다. 그동안의 이탈리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예술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몰타 기사단 수도원서 개최

[뉴시스] 박현주 | 2024.02.0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 전시가 베니스 몰타 기사단 수도원의 중세 건축물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예술위)는 오는 4월18일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의 전시 계획안을 발표했다. 예술위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파트별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30주년 특별전시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및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개막하여 5개월간 몰타 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위치한 12세기에 건축된 중세 건물로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기사단 본부로 쓰이다 최근에는 의료지원과 난민 구호활동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건물 한가운데로 회랑과 우물이 있는 중정과 더불어 3000㎡의 넓은 정원의 공간감이 일품인 수도원은 16세기 초 건물의 원형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별전은 1995년 한국관 개관 이후 이를 통해 세계 무대에 소개된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기획했다.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는 개별로 존재하는 섬들을 수면 아래에서 산맥처럼 이어주는 해저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섬과 산’으로 상징화된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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