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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시간의 결·빛의 결 흐르고 멈추는'…정보영 개인전

2022.12.1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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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갤러리서 회화 20여점 전시 31일까지

정보영 Jeong Boyoung, Flowing and pause (R), 162x227.5cm, Oil on canvas,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른 오전, 창문에서 빛이 들어온다. 빛은 창 앞에 놓인 목재 테이블 위를 지나고 얼룩과 유광으로 마무리된 회색바닥에 다각형의 형태로 새겨진다. 빛의 입자를 천천히 촘촘히 망막에 새겨 넣으며 그 앞에 서 있다. 천정은 높고, 삼각의 형태로 솟아 있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르며 빛의 다각형은 테이블 안쪽으로 서서히 움직이다 이윽고 수직의 벽을 타고 올라간다. 의자에 앉는다. 흰 벽에 칼로 그은 듯 예리한 다각형을 바라본다. 구름이 태양을 지나고 있을 어느 지점, 예리하게 구획된 선은 갑자기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초점이 사라진다. 흐릿한 빛이다. 초점이 있다 없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어느새 빛은 쌓여가고 따뜻함은 더해간다.

정보영 Jeong Boyoung, Looking, 130.3x162.2cm, Oil on canvas,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따뜻함과 서늘함 부드러움과 예리함을 반복하며 다각형은 점점 좁아지다 정오를 지나고 이내 사라진다. '시간의 결에 빛의 결을 대입시킨다'는 어느 학자의 말은 나의 그림 그리기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 늘 되새기게 된다.

정오가 지나 사라진 빛은 반대편의 좁고 긴 창으로 다시 스며 들어온다. 한층 더 따뜻한 오후의 빛이다. 사다리를 놓고 높은 천정을 향한다. 허공을 가로질러 와이어로 선을 긋는다. 와이어에 천을 걸쳐본다. 얇은 일자 선으로부터 면이 생성되어 하강한다. 일정 간격을 두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오후의 기다란 빛은 회색의 바닥과 주름진 천 사이를 가로질러 푸른 유리구를 지나 반대편 벽에 가 닿는다. 천의 일렁임, 오후의 따뜻함은 긴장된 정신을 이완시킨다.

정보영 Jeong Boyoung, Lighting up, 194x130cm, Oil on canvas,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정보영 Jeong Boyoung, Shallow space, 181.5x181.5cm, Oil on canvas, 2021 (1) (2) *재판매 및 DB 금지

해는 지고 어두움이 존재를 드러낼 즈음,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구에 집중 조명을 투사한다. 유리구의 그림자는 겹겹이 드리워진 천에 투사된다. 시간의 흐름 속, 잠시 멈추어 서는 그 곳에는 현재라는 조명이 투사된 유리구의 그림자가 각각의 형태로 투영되어 멈추어 선 그 시간을 읽어내고 있다." (정보영 작가노트)

정보영 Jeong Boyoung, Transparent shadow, 37.5x45.5cm, Oil on canvas,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빛과 그림자,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정보영 개인전이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Flowing and pause 흐르고 멈추는’을 주제로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겹겹이 드리워진 천, 그 앞에 놓인 초록색 유리구, 의도적으로 각도를 맞춘 듯 한 조명과 여린 빛을 내고 있는 초. 각각의 사물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간의 결, 빛의 결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시도하는 빛의 사유가 한층 심화된 분위기다. 전시는 31일까지.

이화익갤러리 - 2022 정보영 작가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정보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MBC미술대전 특선(1995), 공산미술제(1996), 송은미술대상 ‘미술상’(2005)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송은문화재단, 금호미술관, 스페이스 몸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서양화전공 교수로 재직 중 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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