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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김남표 '지독한 회화주의자'…바늘로 한올 한올 세운 '회화조각'

2022.08.3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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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개인전, '인조모 스크래치 회화' 공개
30일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개막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 Landscape - Origin#7, 2022, Scratching on artificial fur, 145.5x112_

털이 곤두섰다. 보고 또 봐도 안 믿긴다.

이 작품, 검은 물감과 붓의 놀림이 아니다. 검은 인조모(毛)를 바늘로 세웠다.

한올 한올 털을 일으켜 거대한 나무를 세우고 강을 만들어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회화에서 숭고는 영원해야 합니다."

화가 김남표(52)는 지독한 회화주의자다. 감각의 날선 예민함을 이끌어 왔다. 누가 뭐래도 화가는 '그린다'는 절대적 개념에서 충실하다. 2020년 제주에서 작업하며 손가락으로 그려낸 '검질' 전시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신작은 경이롭다.

인조모에 바늘을 이용한 스크래칭 기법으로 제작된 검은 풍경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극치의 미를 보이는 작품에 대해 미술비평가 이진명은 "작가가 회화라는 추상적 인격체에 대한 헌사(獻辭)"라고 했다. "융(絨, velvet)의 올을 핀으로 일으켜 달밤을 재현하는 행위는 단순한 재현(묘사)이 아니다.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 모두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그의 그림의 모든 화두에 ‘즉(卽, instant)’이라는 개념을 선사하는 이유"라고 했다.

[서울=뉴시스]김남표 작가가 바늘로 인조모에 스크래치 기법으로 검은 풍경회화를 제작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남표, Instant Landscape - Origin#3, 2022, Scratching on artificial fur, 97x130.3cm

[서울=뉴시스]김남표 작가가 인조모 스크래치 회화를 작업하고 있다.

‘인조모 스크래치'에 눈을 뜬 건 26년 전이다. 20년 넘는 동안 바늘과 인조모 싸움 속 그의 순결한 신념과 지구력이 통했다. 시간의 공력과 시공간을 넘나든 인내력으로 완성된 작품이지만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순간적 음영을 통해 이미지가 드러나는데, 손으로 슥 문지르면 끝장이다.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작품 이미지가 달라지는 묘미가 마력이다.

작가는 "다시 말하면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은 '회화 조각'이라 할 수 있다"며 "어렸을때 보았던 달빛 풍경의 깊은 맛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회화가 가지는 빛의 일루젼이 서구에서는 태양의 빛을 추구하는 밝음이라 하면 이번 작품은 반대로 태양이 달에 반사되어 만들어진 어둠속의 작은 빛을 추구하는 동양적 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남표 초대전. 'Origin-Instant Landscape', 아이프라운지 전시전경.

30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에서 개막하는 전시는 두 가지 형식으로 선보인다. 3층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는 ‘인조모 스크래칭’ 기법의 그림들을 보여준다.

'인조모 스크래치 회화'는 작가가 그동안 일관된 작품 제목으로 삼았던 ‘Instant Landscape’(순간적 풍경)에 ‘Origin’을 더했다. 원래 이 작업으로 시작하다 '아크릴 인스턴트 풍경'이 나온 의미를 담았다.

전시 작품은 액자를 하지 않아 머리카락 굵기의 세밀한 인조모 결들이 바늘을 만나 어떻게 조율됐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무반사 액자에 담긴 작품은 스프레이를 뿌려 곤두선 털들을 고정시켰다)

4층 아이프라운지에는 유화 작품들로 꾸며졌다. 빛을 최대한으로 절제한 '검은 풍경'이다. 달빛에 파도가 출렁이는 밤바다 풍경과, 빙하의 흔적을 품은 몽블랑 고봉(高峯)의 신비로움을 전한다.

시각과 촉각, 흥미로움까지 선사하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그림에 들뜬 컬렉터들에 질문한다. '우리는 무엇을 훌륭한 예술로 간주하는가?' 전시는 9월2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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