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아트1 아티스타-50]'플렉스' 소비문화 담은 보석 조각...김리현 작가

2021.10.12

• 프린트하기

[뉴시스] 이수지

• 
• 
• 

쇼핑백에 넘쳐나게 담긴 보석, 큐피드의 화살이 박힌 다이아몬드, 보석이 열매처럼 매달린 나무. 전시장을 가득 채운 보석 조각들은 매끈하고 반짝이는 표면으로 관람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I CAME, I SAW, I BOUGHT(왔노라, 보았노라, 샀노라)'

전시장 한쪽 벽면에 걸린 문구는 최근 유행하는 소비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보복 소비', '플렉스 문화'라는 말로 압축되는 최근 청년들의 소비 형태는 과시가 목적이 되고, 이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졌다. 온오프라인 쇼핑 채널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고, 소비에 대한 열망을 불타오르게 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쇼핑몰과 백화점이 최초의 학교가 되고, 소비하는 것이 보상이자 긍정적 강화로 자리 잡아요. 일생 동안 소비는 부정적 자아에 대한 방어기제이자 치유의 도구가 되는데요, 소비가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는 착각과 망상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김리현 작가는 보석 조각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프레임을 이야기한다. 백일몽이라는 뜻을 가진 'Daydream' 시리즈는 언젠가 시들기 마련인 식물에 다이아몬드가 결합되어 있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갈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이 투영돼 있다.

"코로나 이후로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에 의존하며 구매하는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쾌락적 인간으로 변화되어 점점 더 쉽고 빠른 쾌락재를 찾는 것 같아요. 저만해도 핸드폰에 아주 많은 쇼핑몰 어플들이 깔려있거든요. 이게 습관처럼 자꾸 보게 되고 광고가 뜨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는 '아 내가 또 자본주의 힘 앞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위태롭게 높이 쌓인 보석들이 특징인 'Overdose' 시리즈는 남들과 끝없이 비교하며 더 높은 곳만 향하는 현시대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담겨있다. 최근 신작에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으로 인해 시끄러웠던 사회적 분위기를 담아 집 형상의 거북이를 사용해 보석을 쌓기도 했다.

"저는 제 작품들을 통해 욕망을 무조건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분명히 욕망은 개인 및 인류의 발전을 견인한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어요. 단지, 서로 과시적인 경쟁에 의해 필요 이상의 욕망을 쫓는 것을 비판하고자 해요."

작업에는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철, 브론즈 같은 금속 재료가 사용된다. 금속이 가진 물성이 내뿜는 매력을 위해 모두 특수 열처리 과정을 거치며 도색을 진행하는데, 반짝이고 선명한 색을 만들기 위해 크롬에 캔디 도장을 입힌다. 일반 도색보다 과정이 더 오래 걸리고 복잡하지만 작업의 완성도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작업을 하다가 머릿속에는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그게 조형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정말 답답하고 절망적이에요. 자기 복제 그리고 현재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성신여대 조소과 박사 수료 후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올 한 해만 10여 차례의 전시에 참여했다. 열심히 노력해 4차례의 수상 이력도 갖췄으며, 박물관 및 야외 공원에 다수의 작품을 설치했다. 조각으로 시작했지만 아크릴, 콜라주, 종이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실험 중이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그는 대형 캔버스 작품을 꼽았다.

"2m가 넘는 대형 사이즈의 캔버스 천에 일러스트를 콜라주 한 작업이었는데요, 제가 원하는 모양의 캔버스는 만들어줄 수 없다고 해서 남편이랑 같이 작업을 했어요. 직접 틀을 짜고 만들다가 남편이랑 크게 싸운 기억이 나요. 금방 화해는 했는데 운전과 작업은 가족끼리 하면 안 되나 봐요."

작가로서 솔직함과 노력을 가장 중요 덕목으로 꼽은 그는 부끄럽지 않는 작업으로 감상자 앞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담담하고 솔직하게 인생을 조형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 김리현은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동대학원 석사 졸업 및 박사 수료했다. 미술세계갤러리, 그림손갤러리, 핑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모산조형미술관, 갤러리일호, 아트스페이스 H 등에서 작품이 소개됐다. 2021 아티커버리 TOP 9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아트1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