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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죽어서야 빛난 사진가…'비비안 마이어' 서울 상륙

2022.08.0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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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성수동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개막
첫 아시아 투어…빈티지 사진 270점·롤라이플렉스 등 전시

[서울=뉴시스]뉴욕, 1953년.©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결국은 드러난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있어도, 죽어서도 남의 눈에 띈다.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009)는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가', '롤라이플렉스의 장인'으로 불리며 사후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그녀는 사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데뷔를 한 사진가다. 사실상 발견에 가깝다. 무명이었다가 죽어서야 평가 받는 예술가들이 처음은 아니지만 생전 누구도 그녀를 사진가로 알아보지 못했다.

'비비안 마이어'를 사진가로 발굴한 건 시카고 역사책을 준비 중이던 영화 감독 존 말루프의 열정 덕분이다. 2007년 사진 필름 뭉터기를 경매장에서 헐값에 사들인 후 2년을 방치하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사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오직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 뿐이었다. 바로 ‘비비안 마이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도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자 그는 필름 일부를 스캔한 뒤 자신의 SNS(Flickr)에 올렸고, 수많은 네티즌들은 그녀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서울=뉴시스]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그렇게 찾아나선 그녀는 알고보니 남의 집을 떠돌던 보모였다. 아이를 돌보는 '괴짜 보모'로 일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녀를 고용했던 부모들은 그녀가 낡은 카메라를 메고 다녔다는 것을 기억했을 뿐 사진에 재능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도 못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진, 그녀가 찍어 남긴 건 15만 장의 필름이었다. 생전에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사진들과 그녀에 대한 열정, 그리고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미스터리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론의 폭발적인 조명을 받았다. 특히 그녀가 평생 유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고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는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로 제작되며 전 세계에 ‘비비안 마이어’ 열풍을 몰고 왔다. 제68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캐롤(Carol)'의 감독 ‘토드 헤인즈’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비비안 마이어’가 '캐롤'에 영감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시카고, 1960년©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15만 장의 필름
생전 풀지 못했던 사진들은 전세계 각국을 돌며 전전되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거리는 마치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하는 극장과도 같다. 순간의 진실을 포착해 날것 그대로의 표정과 몸짓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전문가들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헬렌 레빗, 다이앤 아버스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거장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녀의 사진에는 위트, 사랑, 빈곤, 우울, 죽음의 이미지가 섞여 있고, 거리에서 만난 수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살아 있다. 세상의 상냥함과 비극이 동시에 존재한다. 계급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찰나의 시간이 그대로 담겼다.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헌사 하듯 촘촘히 쌓아 올린 20세기의 세상 풍경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주 찍었다. 사진 속의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개의 레이어 속에 숨기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숨겨온 그녀가 셀피(Selfie)의 원조로, 셀카의 여신으로 불리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서울=뉴시스]self-portrait>©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서울=뉴시스]캐나다, 1955년©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비비안 마이어 사진이 한국에 상륙한다. 오는 4일 서울 성수동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개막한다.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270여 점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비비안 마이어가 1959년 아시아 지역 (필리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최초 공개된다. 생전 메고 다닌 롤라이플렉스, 라이카 카메라와 슈퍼8 필름(Super 8 Film) 형식의 영상과 오디오도 공개, 그녀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비비안 마이어 전시회로는 최대 규모다.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뮤지엄, 이태리 토리노 왕립박물관으로 이어진 유럽 투어 이후, 첫 아시아 투어다. 관람료 1만3000~1만8000원. 전시는 11월13일까지.

[서울=뉴시스]시카고, 1971년©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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