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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금속의 물성에서 60년간 찾은 '낯선자'…구도자 엄태정의 조각

2019.01.22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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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조각을 하는 것"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천안 동시에 개인전 개최

엄태정 개인전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 전시 전경(아라리오갤러리 천안)

"내 작품의 큰 주제는 치유의 공간입니다. 치유의 공간에서 삶의 치유자 곧 '낯선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한국 추상조각 1세대인 엄태정 서울대 명예교수(81)는 60년 걸어온 조각 인생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엄태정은 평생 금속의 물(物)성을 탐구하면서 '조각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질문하며 수행하듯 작업을 해온 작가다.

개인전이 대대적으로 열리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21일 만난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조각을 하는 사람은 조각을 하지 않아야 제대로 조각을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물질 찬양주의자'라고 말하는 엄태정은 "손재간만 부리는 조각은 예술이 아니다"며 "물질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함부로 다루지 않고 과도한 타격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를 예로 들었다. 엄태정은 최근까지도 브랑쿠시가 자신의 작업의 시작점이자 지향점이라고 말할 정도도 그의 작품 곳곳에는 브랑쿠시의 대표작 '무한주' 등이 등장한다.

엄태정 작가가 21일 아라리오갤러리 전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엄태정 '고요한 벽체와 나'(Serene Wall and I), 2018, aluminum, steel, 300x300x200(h)cm.(아라리오갤러리 제공)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낯선자'는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와도 같은 절대자를 상징한다.

작가는 지금도 항상 "내가 조각이 되기를, 조각이 내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결국 작가가 자신의 내면 속 영혼을 만나 창조해낸 조각품들이 '낯선자'인 셈이다.

엄태정은 자신의 시 '치유의 공간'에서 "내 일(삶)은 '낯선자'의 음성을 경청하니 치유의 공간의 길(일)을 걷는 일"이라고 했다.

아라리오 천안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엄태정 개인전 '두 개의 날개와 낯선 자'에서는 그의 1969년 작품부터 2018년 신작까지 대표 조각과 평면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초반에는 철의 물질성에 매료, 1967년작 '절규'로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70년대 이후에는 녹이 슬어 소멸하는 철보다는 구리조각들을 꾸준히 제작한다. 2000년대부터는 알루미늄 판과 철 프레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80대의 나이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알루미늄과 스틸은 내식성(서로 도와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외부에 설치돼도 녹이 생기지 않는다"며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천안 전시는 5월12일까지, 서울은 2월24일까지.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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