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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단독]미술시장 판 바꾸는 송자호 큐레이터 “공동구매로 2년 내 20% 수익 보전”

2020.03.30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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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상’과 ‘수익’ 형태로 미술 대중화 꿈꾸는 피카프로젝트 송자호 대표…“주식시장처럼 관심 높일 터”

기존 미술계 보수성과 폐쇄성으로부터 벗어나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투자할 수 있는 미술 대중화를 위해 지난 27일 피카갤러리를 선보인 송자호 공동대표. 이 갤러리는 일반인의 공동구매로 구입한 고가의 미술품을 언제든지 감상하고 2년 뒤 20%의 이익금을 되돌려받는 구조로 운영된다. 송 대표는 "미술 작품을 주식 시장처럼 운영해 누구가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피카프로젝트의 산하기관 피카갤러리. 송승헌 전 동원건설 회장의 장손이자 이 갤러리 공동대표인 송자호(25) 수석큐레이터는 이날 늦은 저녁 시간 이곳에서 미술 대중화의 새로운 실험을 위한 ‘단출하지만 속 깊은’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했다.

크라우드 펀딩처럼 소액으로 소유하기 힘든 고가의 미술품을 공동구매로 사들여 손쉽게 감상한 뒤 시간이 지나 수익까지 얻는, 이른바 ‘감상+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도발적인 아이디어가 구현된 자리였다.

이날 오른 공동구매 대상은 앤디 워홀의 ‘Bunny’(Mixed Media on Clock, circa 1980)와 트레이시 에민의 ‘I Promise to Love You’(Neon, 2010) 두 작품. 모두 목표 금액 4억원으로, 이날부터 한 달 간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일반인이 1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낼 수 있을 만큼 내고 ‘독점적’으로 피카갤러리 방문을 통해 감상하는 구조다.

이 프로젝트가 더 획기적이고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매 2년 이내 상승 가치에서 20% 수익을 ‘반드시’ 안겨준다는 점이다. 기간 내 작품이 판매되지 않았을 경우 역 매입 제도를 통해 기본 수익률(20%)을 보장해준다. 주식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과정이지만, 구매자의 손해가 없다는 것이 차별점.

송자호 피카갤러리 공동대표의 연인인 그룹 카라 출신의 박규리가 지난 27일 문을 연 피카갤러리 오프닝에서 도슨트(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역할을 맡아 관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날 오후 8시 오프닝엔 송 대표 연인인 그룹 카라 출신 박규리가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를 맡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송 대표가 기획한 ‘낙서 천재’ 존 버거맨 전시회에서 만나 공통 관심사인 미술을 통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처음 도슨트를 맡았다는 박규리는 여러 번 해본 듯 능수능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앤디 워홀 하면 대표적 이미지가 뭐가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 작품이 코카콜라 시리즈에 직접 페인팅했다는 설명,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20세기 미국 문화를 드러냈다는 해석까지 막힘이 없었다.

에민의 작품 설명에서도 빅뱅 지드래곤의 소장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후 영국을 대표하는 독특한 여성미술가라는 점 등을 줄줄이 나열했다.

박규리는 설명을 끝낸 후 “무대에 설 때보다 더 떨렸다”며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감상하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문을 연 피카갤러리의 공동대표. IT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성해중 공동대표(왼쪽)는 회사 경영에, 고가 작품 매입에 노하우가 쌓인 송자호 공동대표는 콘텐츠 기획에 집중한다. /사진=김휘선 기자

피카프로젝트의 구체적 청사진인 피카갤러리는 2018년부터 기획됐다. 송 대표는 당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개념을 확장하면서 결국 대중이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감상과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게 핵심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전부터 미술 컬렉터로 송 대표와 ‘감’이 통했던 성해중(41)씨가 이 갤러리의 공동대표로 합류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IT 관련 회사를 10년 동안 운영해온 성 대표의 ‘경영’ 노하우와 해외 작품 수주에 남다른 자질을 지닌 송 대표의 ‘콘텐츠’ 노하우가 결합해 피카갤러리가 탄생한 셈이다.

“미국 유학 시절 알고 지내던 유명 작가의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은 노하우로 작품을 직접 매입할 계획이에요. 기존 미술품 투자회사들은 국내에서 유찰된 작품을 많이 가져오지만, 우리는 꼬리표 없는 깨끗하고 공개된 적 없는 해외 유수 작품들을 가져올 겁니다. 스토리가 있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 주요 대상일 거고요.”(송자호 대표)

직접 구매해 거품을 최대한 거둬내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한 달에 4, 5억 정도로 공동구매를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공동구매에 참여한 인원이 많아져 대중이 더 깊고 넓게 미술에 대한 조예가 생기면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콘텐츠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국내 생존 작가 중 100억원 대를 달성하는 작가를 배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문을 연 피카갤러리의 성해중 공동대표. 온라인 플랫폼 운영에서 IT기술을 통해 미술 시장의 손쉬운 거래를 성사시켜왔다. /사진=김휘선 기자

“3년 정도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면 안목이 생기는데, 보통 6개월 정도 하다가 낭패보면 투자를 더 이상 안 하게 되거든요. 우리도 투자하다가 판로가 막힌 경험을 여러 번 했었죠. 문화나 스포츠는 세계적인 스타가 나오는데, 예술은 왜 없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걸 깨달았어요.”(성해중 대표)

성 대표는 예술품이 오가는 시스템이 다각화하면 방탄소년단(BTS) 같은 예술 스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 판 작품을 역매입하지 않는 기존 갤러리의 보수성과 폐쇄성에 환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두 사람이 미술을 주식 시장의 투자처럼 이해하고 실천하는 이유는 미술이 부자 3% 내외에서만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 관심이 최소한 10%만 높아져도 미술 시장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일본은 100억원이 넘는 생존작가들이 많은데, 우리는 이우환 작가만이 20억원을 찍고 있는 형국”이라며 “주식에 관심을 가지듯 미술 관심이 커지면 신진 작가의 100만원, 200만원 작품이 팔리는 시장이 생긴다”고 했다.

피카갤러리의 일차적 목표는 작품 감상이지만, 투자 상품에 대한 인식도 빼놓을 수 없다. 송 대표는 “공동구매로 진행된 작품 계약은 2년이고, 그 시간 동안 20% 이상 상승시켜 수익금을 분배하는 구조”라며 “원금 보전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약속한 상승액은 되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문을 연 피카갤러리에 모인 관람객이 앤디 워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피카프로젝트는 갤러리로 국한하지 않는다. 건물 2층에 갤러리 카페를 만들어 10억원대 그림을 커피 마시며 볼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하고 작가가 소속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미술이 더 대중 속으로 들어갈 기회도 만들 예정이다.

5월쯤 코로나 정국이 잠잠해지면 비틀즈 링고스타, 골퍼 신지애, 티아라 함은정, 인피니트 성종, 임하룡 등 인기 스타 9명의 전시도 예정돼 있다. 두 대표는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개념보다 미술 시장을 키우기 위해 대중과 가까이 연결하는 시스템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의 대중화는 갤러리나 경매회사로 국한하는 게 아니라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복합문화공간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창동이나 미술관, 아트페어 식으로 정해진 공간에 미술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대중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에요. 방송에서도 미술 관련 프로그램이 거의 없으니,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도전을 해야 한다고 봐요. 미술을 진짜 대중화하기 위해서 말이에요."(송자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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