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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리드'로부터의 탈피, 더 맑고 다채로워지다…홍승혜 개인전

2023.02.11

[뉴스1] 김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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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복선伏線을 넘어서 II'展…홍승혜의 다채로운 문법 확인
"어린아이 작품 같다고요? 그건 칭찬입니다"…매주 수요일 20시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복선을 넘어서 II'전의 주인공 홍승혜 작가가 갤러리 3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2023.2.9/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20년만의 '네모'(격자, grid)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작품이 어린아이가 한 것처럼 보인다고요? 그 말은 칭찬입니다. 어린아이처럼 작품하고 싶습니다."

1959년생, 올해 64세의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치 않을 만큼 단순하고 깔끔하다. 노랑, 파랑, 빨강, 주황 등의 색을 입은 동그라미, 별, 사각형,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변주한 모양들이 전시장 내 마치 있어야 할 곳들에 하나씩 놓여있고 걸려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 II)'의 작가 홍승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간과 공간에 들어가 있는 대상이 맺는 관계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디스플레이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홍승혜는 1997년부터 컴퓨터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그림판'에서 시작해 포토샵을 주로 이용하면서 세상을 관통하는 시각적 원리와 규칙을 상정해 픽셀로 구성된 자신만의 무대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홍승혜의 작업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회상'이다. 끝없이 자신의 작업을 복기하며 과거 작업을 재료 삼아 새로운 층위를 쌓아가는 그에게 시간의 흐름은 가장 풍성한 자산이다.

홍승혜 〈모던 타임스〉2023 Birch plywood, acrylic latex paint 90.3 x 40 x 6.5 cm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이다. 1997년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유기적 기하학'을 시작으로 컴퓨터 픽셀의 구축을 기반으로 한 실재 공간의 운영에 관심을 보인 그는 2004년 국제갤러리에서의 전시 '복선伏線을 넘어서 II(Over the Layers)'의 후속 성격으로 이번 전시에 나섰다.

이번 전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네모의 그리드로부터의 탈피'다. 픽셀이 깨질 염려 없이 축소와 확대의 저변을 넓히고 픽셀 기반의 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모양새의 도형을 그리게 된 홍승혜가 20여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폭발적으로 증식한 그의 레이어들이 만드는 무지개 너머의 세상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전시는 갤러리 1관과 3관에서 진행된다. 그의 벽화부터 조각, 사운드, 조명 등 홍승혜의 다채로운 문법을 모두 볼 수 있다.

1관의 두 전시장 벽에 입혀진 '홍승혜식 레디메이드' 기법으로 불리는 벽화는 마티스에게 헌정하기 위한 작품이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홍승혜는 말년에 색종이를 오려 붙여 벽면 가득 장식하던 마티스의 '파피에 데쿠페'(papier découpé)를 오마주해 1관 각 방 벽면 모서리를 오려낸 '레몬 자르기'(Le citron découpé)와 '하늘 자르기'(Le ciel découpé)를 선보였다.

작품 자체로써의 벽화지만, 이 작품을 배경으로 또다른 작품들이 걸리고 전시된다는 점, 그래서 공간의 이미지를 이 벽화가 규정하게 되면서 큰틀에서의 전시장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홍승혜는 "배경이 무슨 색이고 어디에 무엇이 어떻게 놓여있을 때 쾌적한가라는 그 조형 자체, 공간을 장악해가는 조형적인 쾌(快)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관 바깥쪽 작은 공간에서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새로이 배우기 시작한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다양한 툴을 활용해 새로운 언어를 습득해 나가는 연습 과정을 작품화한 평면 작업을 볼 수 있다. 안쪽 전시장에서는 그런 평면 이미지들이 입체가 돼가는 과정이 펼쳐지는데, 작가의 어린시절 별명에 착안한 자화상 '홍당무'와 함께 벽면 조각품 '모던 타임스', 하늘과 우주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별 기반의 여러 오브제를 만날 수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홍승혜의 공간배양법 논리에 따라 1관 안쪽 방에서는 이른바 순수한 미술 조형물뿐 아니라 테이블과 조명기구 등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러 오브제가 유희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3관에서는 앞서 소개된 모든 조형적 훈련이 총체적으로 만들어내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시연한다. 형형색색의 꽃으로 장식된 무대에서 영상과 사운드를 동반한 픽토그램 인형들의 무도회가 펼쳐진다. 낮에 보는 '무도회'와 밤에 보는 것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하는데, 갤러리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다 깊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매주 수요일마다 오후 8시까지 전시를 연장 운영한다고 결정했다.

전시는 3월19일까지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홍승혜 〈봄이 오면〉 2023 Archival pigment print, uv print on glass, maple wood frame 50.7 × 40.7 cm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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