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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고려로부터 온 선물, 국립중앙박물관 오세요

2018.12.18

[머니투데이] 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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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12월4일부터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전시 전경./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동북아시아의 '중세'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격변하는 시기로, 활발한 물적·인적 교류가 이루어졌다. 고려(918~1392)는 여러 민족이 난립하던 격동의 시기에 독창적인 미술을 꽃피운 우리의 중세왕조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지난 12월4일부터 '대고려'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코리아'라는 호칭이 고려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는 아직도 '고려인이 사는 땅'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유전자를 이루는 중세에 대해 기억은 구체적이지 않다.

이번 특별전은 유물이라는 물질문화로 풀어내는 고려 이야기로 구성했다. 구체적인 인물, 대표적인 사건, 시간의 연대기적 흐름을 서술하는 전시 방식에 비해 미술로 보는 역사는 남겨진 것에 기초해 스토리를 쌓아간다. 기록된 역사는 서술자와 편찬자, 그가 속한 시대의 관점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역사 인식과 해석의 균형감이 필요하다. 미술로 보는 역사 역시 객관성이 필요하지만, 어쩌면 조금 더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한다. 밖으로 열려 있던 사회, 고려의 바다와 육로를 통해 드나든 다양한 물산과 교류 양상을 살펴본다. 고려는 앞선 왕조가 지닌 문화적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다원적인 태도로 융합했으며,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 요소를 수용하여 한국문화 최고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전시 전경./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은 미술품을 통해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국제적 관계와 교류의 과정에서 창출된 문화적 성취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부로 향해 열려있던 '수도 개경'과 '고려의 사원', 고려인이 차를 마시던 '다점'(茶店)이라는 세 공간을 고려 미술을 읽는 주된 공간으로 설정했다. 부처를 모신 집인 '불감'을 재현한 통로를 지나 사찰로의 진입이라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숯을 소재로 한 박선기 작가의 설치 작품을 전시하고, 고려의 사원을 느린 걸음으로 거닐었을 때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차가 고려인의 생활과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에 주안점을 두어, 관람객이 시각과 후각, 청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차를 마시던 공간에서 바라보았을 경치와 귓가를 스쳤을 소리, 실제 차를 덖는 향을 전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정명희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고려 미술을 살펴보는 여행은 현재 시점의 우리가 당면한 문제와 여러 점에서 맞닿아 있다. 고려는 때로는 강력하면서도 섬세한 나라였다. 태조 왕건은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훌륭한 군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후대 왕들에게 유언으로 남겼다. 사람의 정서와 감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색과 재료, 기술적 성취를 통해 미술로 구현했다. 두 살짜리 아이의 장수를 비는 간절한 염원, 다음 생에는 뛰어난 명의(名醫)로 사람을 구하거나 숭고한 예술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화승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꿈꾼 여인의 발원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천 년 전에도 다양한 이종이 모여 뛰어난 변종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창의적인 사고와 영감을 불러오는 근원이 궁금하다면 이번 전시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오는 20일 특별전과 연계한 전문가 초청 강연을 개최한다. 고려미술에 담긴 풍부한 문화 교류의 힘과 인문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날 오후 2시~3시30분 '고려불화와 송원(宋元)불화의 관계'(이데 세이노스케 일본 규슈대학 교수), 오후 3시40분~5시 '고려시대 불교조각과 불복장의 비밀'(정은우 동아대학교 교수)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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