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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헐렁해진 '얼음 위를 걷는 사람'...안드레아스 거스키 사진도 변했다

2022.03.30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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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미술관, 국내 최초 거스키 사진전 31일 개막
코로나 이전 스펙터클한 '군집 장소' 사진으로 유명
코로나 이후 신작은 분산된 인파 '거리두기' 풍경 눈길
'얼음 위를 걷는 사람·스트레이프, 세계 최초 공개

[서울=뉴시스]얼음 위를 걷는 사람 Eislaufer, 2021,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빽빽하던 삶은 사라졌다.

사진 '얼음 위를 걷는 사람'은 그림처럼 한산해졌다.

미치도록 뭉쳐있는 장면을 스펙타클하게 잡아낸 독일 출신 현대 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신작은 힘이 빠진 모습이다. 모여있지만 뭉쳐있지는 않는, 거리두기 시대에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속은 뒤셀도르프 근처의 라인강변 목초지에서 얼음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모여있지만 뭉쳐있지 않다. 사이 사이의 간격, 분산된 인파의 모습은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내 규범에 얽매여 있는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림같은 사진으로 변하자 마치 16세기 네덜란드 농민화가 피터 브뤼겔의 유명한 그림(베들레헴의 인구조사)을 떠올리게 한다. 하얀 눈밭속 아름다움 이면의 거칠고 혹독한 세상을 그린 그림처럼 이 사진도 그런 세상을 보여준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오는 31일 개막한다. 세계 최초 공개하는 '얼음 위를 걷는 사람'(2021)과 '스트레이프(Streif)(2022) 2점을 비롯해 '파리, 몽파르나스'(1993), '99센트' 등 대표작 40점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안드레아스 거스키, F1 피트 스톱 I F1 Boxenstopp I, 2007,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서울=뉴시스]아마존 Amazon, 2016,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사진 작품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확연히 달라진 삶을 보여준다. 뭉쳐야 사는 것 같았던 빽빽한 이전의 풍경은 낯설고 생경함을 전한다. 집단의 공포를 진하게 전하며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1955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출생한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현대 사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 사회와 경제의 축소판을 군집의 형태로 보여준다. 고층 빌딩, 공장, 아파트, 증권거래소 등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장소들을 촬영해 도시의 스펙터클한 모습을 담아왔다. 201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표작인 ‘라인강 2’(Rhein II)이 430만달러에 낙찰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진’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드글드글한 군중을 담아낸 사진들속에 '평양' 연작(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도 공개한다. 북한에서 규모가 가장 큰 행사인 아리랑 축제에서 진행된 매스 게임 장면이다. 2007년 작가가 직접 평양에 방문하여 촬영한 작품으로 10만 명이 넘는 공연자가 이루어내는 시각적 장관과 이를 통해 드러나는 북한의 집단성과 특수성에 집중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안드레아스 거스키, 평양 VI Pyongyang VI, 2017(2007),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

[서울=뉴시스]크루즈 Kreuzfahrt, 2020,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서울=뉴시스]시카고 선물거래소 III Chicago Board of Trade III, 2009, ⓒ안드레아스 거스키, 스푸르스 마거스 제공

[서울=뉴시스]아모레퍼시픽미술관, Andreas Gursky 전시 전경. studio kdkkdk

전시실은 총 일곱 개로 구분되어 ‘조작된 이미지’, ‘미술사 참조’, ‘숭고한 열망’이라는 큰 주제들로 나눠 소개한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을 컴퓨터로 스캔해 편집하는 ‘디지털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도입한 작품과 추상 회화나 미니멀리즘 조각의 특성을 더한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사진 예술의 틀을 확장해 온 거스키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8월14일까지. 관람료 1만 원~1만7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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