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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고의성 없다" 5억 작품에 낙서, 처벌 면했지만…엇갈린 시선

2021.03.31

[머니투데이]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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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훼손된 롯데월드몰 전시장에 걸린 존원의 작품. /사진=전시장 제공

“전시회 기본예절은 눈으로 감상하는 거 아닌가요.” (30대 최모씨)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훼손과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상식 밖의 일’ 혹은 ‘외국 작가에게 망신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선 착각할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시장에 붙어 있는 ‘Untitled’(무제) 작품 설명 안내문. /사진=전시장 제공

5억원대 달하는 작품 훼손…“안내문 읽지 않은 사람 잘못”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1시40분쯤 20대 연인이 롯데월드몰 지하1층에서 진행 중인 ‘STREET NOISE’(거리의 소음) 전시회에 전시된 존원(JonOne·58)의 작품 ‘Untitled’(무제)에 청록색 붓 자국을 남겼다. 작품의 가치는 무려 5억원대에 달한다.

사건이 벌어진 당시 전시장엔 관리자가 없었고, 30분 후 작품 훼손을 발견한 전시장 측은 즉시 CC(폐쇄회로)TV를 통해 이들을 발견한 뒤 112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전시회 작품은 건드리지 않는 게 기본적인 상식 아니냐고 말한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서울 문정에 거주하는 최모씨(37)는 “사람들이 다니는 백화점 통로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유료티켓을 끊고 안에 들어가야 하는 구조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33) 역시 “작품설명을 읽지 않은 사람의 잘못”이라며 “전시회에 조형물 같은 게 있다고 해서 그 위에 소지품을 올려놓지 않지 않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해당 작품 옆에는 작품 설명이 쓰여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작가가) 당일 사용한 물감과 붓, 신발과 각종 퍼포먼스 장비들도 작품과 함께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고 적혀 있다. 관람객의 참여를 의도했던 것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라는 의미다. 전시장 관계자 역시 “전시회 관련 업무를 하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훼손된 존원의 그라피티 작품. 검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훼손된 부분이다. /사진=전시장 제공

일부 시민들 “붓이란 페인트 통 놓여 있어 착각할만 해”

반면 일각에선 오해할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김모씨(23)는 “기존 작품이 붓으로 덧칠한 것처럼 되어 있어 착각할만하다”며 “붓과 페인트 통이 놓인 것을 보고 관람객이 혹시 칠한 건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월드몰을 방문한 40대 신모씨 역시 “참여 예술이라 해석하고 작품에다 붓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 앞에는 붓과 여러 색깔의 페인트 통이 놓여 있으며 손을 뻗으면 쉽게 집을 수 있다.

붓칠을 한 20대 남녀 역시 작품 훼손 경위에 대해 “벽에 낙서가 돼 있고 페인트가 있어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장 측은 행위자들의 작품 훼손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경찰신고를 취소했다. 송파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현장 종결했다. 이에 따라 수사나 처벌 등은 받지 않게 됐지만 작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엔 배상을 할 수도 있다.

전시장 관계자는 “존원 작가에게 사안과 관련해 연락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그라피티 작품인만큼 이해를 바란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라피티(Graffiti)는 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을 뜻한다.

또 “해당 작품은 그대로 전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오후 복원사를 불러 복원이 가능한지 본 다음 추후 작가와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훼손된 존원의 ‘Untitled’(무제)는 그가 지난 2016년 내한해 그린 작품이다. 존원은 세계적인 그라피티 예술가로 꼽힌다. 화려한 색감으로 거리의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 미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를 수여받았고, 롤스로이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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