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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퇴화한 장식적 사물' 호롱의 재발견...김성철 개인전

2023.03.0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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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보광, 19일까지

Untitled 2022 white porcelain clay, crystallization glaze 25(d) x 2.5(h) c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는 '희귀템'이 된 옛 호롱이 마치 도자 오브제처럼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용산구 가나아트 보광이 3일 개막한 김성철(43)개인전은 호롱의 조형적 미학을 새삼 느껴볼 수 있다.

백자토로 만든 서정적이고 섬세한 형태의 도자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작품으로 도예 작업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은 바티칸 교황청,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서울대학교 박물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2년부터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신작 '원 위에 숨'전으로 펼친다.

Untitled 2022 white porcelain clay, crystallization glaze 6(d) x 9(h) c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도 '퇴화한 장식적 사물'이라고 표현한 '호롱'에 매료된 건 유년기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사기 등잔 때문이었다. 투박하지만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표면의 질감과 호롱의 오묘한 내부 구조가 마음을 끌었다.

작가는 이러한 사물에는 만든 이의 심상과 더불어 그것을 사용한 이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숨결이 잔재 한다고 여긴다.

"처음 만들었던 호롱은 우연한 심상(心想)으로부터 나왔다. 그것은 새벽 호수의 정경으로, 약간 습하고 추웠다. 메마른 산에 둘러 쌓인 넓은 호숫가는 자갈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거기에서 드문드문 불이 반짝였다. 나는 그 돌을 만들었고, 그 결과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호롱을 주제로 작업하게 되었다."(작가 노트중)

‘원 위에 숨’이라는 전시명처럼 작가의 영감의 원천이 된 둥근 호롱은 사람들의 들숨과 날숨에 따라 흔들리는 다채로운 빛의 환영을 선사한다.

"간편한 전기 조명이 자리를 대신한 지 1세기가 넘은 지금, 호롱에 기름을 넣고 불을 붙이고 먹먹한 불빛 아래 눈을 비벼가며 밤을 보내는 것은 잊힌 일상이다. 그럼에도 호롱불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는 존재감은 지금도 여전하며, 이는 오히려 현대인에게 더 절실한 정서일지도 모른다."(작가노트 중)

전시에 나온 신형 등잔은 몸체와 심지뽑이 뚜껑으로 단순화하여 부드러운 곡선과 원형이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단계가 수공으로 이뤄졌다. 달항아리의 성형 방식처럼 상하부를 동일한 형태와 크기로 물레 성형한 뒤 이를 하나로 결합했다.

이번 전시에는 2m에 달하는 폐쇄된 공간에 호롱(불)을 설치해 엿볼 수 있게 했다. 좁은 창과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도록 하게 전시는 마치 오래된 집이나 성전(shrine)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19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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