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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에르메스는 오는 5월28일까지 프랑스의 원로 화가 크리스티앙 본느프와(Christian Bonnefoi, 75)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본느프와는 젊은 시절 미술사학자이자 미술이론가로 활동했고 지금도 글을 쓰며 화가로 일하고 있다. 큐비즘과 구성주의, 근대 건축사 연구자였던 그는 피카소 콜라주의 전문가였다. 특히 콜라주 조각을 화면에 부착할 때 사용한 '핀'의 의미를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핀이 회화 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지점에서 평면의 일체성이 파기되고 대신 평면의 두께가 드러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이에 콜라주는 본느프와가 1974년 화가로 전향하면서 활용한 핵심 기법이 된다. 그는 건축 재료로서 벽의 균열을 수리하는 데 쓰는 탈라탄 거즈나 트레비라 직물처럼 투명에 가깝고 얇고 투과하는 재료를 회화의 표면으로 채택했다. 기존의 막힌 캔버스 천보다 물질성은 더 희박하면서도 더는 단일한 평면에 머무르지 않는 다층적인 회화를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중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바벨' 시리즈는 이름 자체에서 회화의 질서와 단일성, 구조화된 언어적 의미, 통제하는 자로서 화가의 주체에서 한발 벗어나 자유로운 혼돈을 추구한단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비닐면 위에 무채색의 물감을 도포한 후 그 위에 탈라탄 메쉬를 덧대고 그 위에 다시 접착제를 섞은 물감을 더해 말린 후 가장 아래의 비닐면을 떼어내는 작업을 상하좌우는 물론 앞뒤로 반복한다. 그 과정의 결과는 작가가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지질학적 퇴적물이다. 그 위에 이미 자른다는 행위에서 표면을 파괴한 바 있는 콜라주를 덧대고 자유로운 기호의 드로잉을 더하면 박막의 적층, 가벼움의 두께(aerial depth)라는 고유의 조형성이 탄생한다. 피카소로부터 회화의 분석적인 틀을 배웠다면 마티스로부터 그림 그리는 일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마티스의 부조 시리즈인 뒷모습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작가는 평생을 마티스에 대한 헌정인 듯, 컬러와 콜라주로 뒷모습을 작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뉴스1] 김일창 | 2023.04.17
'2023 석재문화상'에 故 천석 박근술(1937~1993)문인 화가를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상작가에 제공되는 개인전 5월16일부터 5월28일까지 작고 30주년 추념 대규모 회고전이 DAC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박근술 문인화가는 1937년 경북 선산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대학원 미술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구고등학교 미술교사 시절인 1976년 국전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고 한양여자전문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운미 난화와 예술성 고찰', '추사 난화의 미학적 고찰' '임희지 난화의 예술성 고찰', '석재서병오 생애와 사군자' 등 이론 연구 저서를 출판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만 56세에 별세했다. 석재 서병오기념사업회 김진혁 회장은 “민족 미술인 수묵의 문인화가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로부터 대원군 이하응을 거쳐 석재 서병오에 와서 큰 산맥을 이루었고 죽농 서동균으로 이어졌다. 현대에 와서는 죽농 서동균의 제자인 천석 박근술이라는 칼보다 푸른 기개를 품은 대나무 작품에서 그 정점의 봉우리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석재문화상은 시, 서, 화에 탁월한 재능은 물론 독특한 서풍을 만들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명성을 떨친 대구 출신 서화가 석재 서병오(1862~1936)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석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뉴시스] 박현주 | 2023.04.17
"데이터가 창작의 자원이 되고, 알고리즘을 통한 데이터의 자가 증식이 예술가의 창조 행위가 될 것이다." 작가 코디 최(62)는 21세기는 인공지능 시대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NFT 작업을 하는 그는 24년 전 이미 앞서나갔다. 아들 덕분이기도 하다. 1999년 미술사 속 명작의 이미지를 데이터화 하던 코디 최는 자신의 아들의 디지털 그리기 행위에 깜짝 놀랐다.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아들 조이(Joy)는 컴퓨터 드로잉 프로그램인 '3D 컬러링 북'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탄생시키고 있었다. 연필이 아닌 마우스로, 창의력보다는 사전에 제공된 템플릿의 조합으로 가상 세계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이를 현실 세계의 이미지와 동일시했다. 데이터의 창조 개념을 고민하던 코디 최의 뇌가 반짝 깨인 순간으로 NFT 작업이 시작된 단초다. 그는 유치원 386 컴퓨터에서 아들의 그림 데이터를 채굴하고, 이를 증폭하고 쪼개어 그만의 '창조 데이터(genesis data)로 발전시켰다. 창조 데이터들을 리좀(rhizome)방식으로 적게는 400번에서 많게는 수천 번 레이어링했다. 그 연구의 결과물은 1999년 미국과 독일, 한국에서 선보이게 된다. 이같은 코디 최의 시도는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사슬 형태로 무수히 연결해 확인하는 블록체인 기법과 흡사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앞선 것이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14
예술의전당은 전관 개관 30주년 특별전으로 '라울 뒤피-색채의 선율'전을 선보인다. 5월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 전시실 (1층)에서 개막한다. '기쁨의 화가'로 불리는 라울 뒤피(1877~1953)는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벨에포크 시대를 거친 화가이자 장식미술 거장으로 유명하다. 파블로 피카소는 "라울 뒤피의 그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며 "삶의 기쁨, 빛, 색채의 화가다"라고 말한 바 있다. 1877년 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뒤피는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다. 인상주의에 심취한 이후 마티스 작품에 빠져 야수파에 합류했다. 밝고 경쾌한 음악적인 화풍으로 일평생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작품을 탄생시켰다. '라울 뒤피-색채의 선율'전시는 라울 뒤피의 사후 70주기 기념전이자 한국 첫 대형 회고전이다. 니스 시립미술관과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이 소장품과, 세계 최고의 라울 뒤피 작품의 개인 소장가로 손꼽히는 에드몽 헨라드의 컬렉션(Edmond Henrard Collection) 희귀 작품, 라울 뒤피의 ‘전기의 요정’을 석판화 기법으로 제작한 연작도 한국 최초로 공개한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13
"‘나나'는 제 분신입니다." 권하나 개인전 '향수(Nostalgia)'가 오는 26일까지 프린트베이커리 더현대서울점에서 열린다. 컨템퍼러리 갤러리 PBG가 기획한 전시다. 권하나는 2021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아트부산 등 아트페어에서 인기를 끌고 지난해 Chaumet (쇼메)와 협업하기도 했다.국내 현대미술 거장 故 권옥연 화백의 손녀로 알려져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캔버스 작품부터 드로잉, 오브제까지 약 60여 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향수’를 소재로 작가를 대변하는 존재이자 분신인 ‘나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의 솔직한 내면과 과거의 추억을 담아냈다. 작가의 방도 마련 소장품과 일기장 등 작가의 영감과 함께하는 '권하나 그 자체의 공간'으로 보여준다. 또 권옥연 화백이 실제 사용했던 붓과 습작과 함께 권하나 작가의 작풍으로 덧칠한 작품을 배치해 두 사람이 함께한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거 사진인가요?" 질문도 무색하다. 붓자국 흔적조차 없다. 사진이냐 그림이냐, 구분도 무의미 하다. 그림이라고 아는 순간 말문이 막힌다. 인간의 한계란 어디까지인가. 김영석(50)작가는 집요함의 달인, '하이퍼리얼리즘의 끝판왕'이다. 결국은 이 현실 세계 모두, 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08
대구미술관 관장으로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이 내정됐다. 5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따르면, 대구미술관 업무를 총괄할 안 관장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장을 역임하고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 학예연구팀장을 지내면서 전시를 비롯한 작품 수집, 교육, 홍보마케팅, 국제교류 등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은 전문가다. 안 관장은 합격자 등록 및 결격사유 조회를 거쳐 오는 13일 정식 임용될 예정이다. 임기는 13일부터 2025년까지 총 2년이다. 안 관장은 "'세계와 연결하고 지역과 하나되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변화하는 수요층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고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컬처 콘텐츠 생산 핵심 플랫폼으로서의 위상 확립 및 지역 문화예술의 창의적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문화생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뉴시스] 박준 | 2023.04.08
1968년 5월30일 음악감상실 세시봉은 떠들썩했다. 한국 최초의 누드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었다. 정강자, 정찬승, 강국진이 함께 한 '투명풍선과 누드'. 당시 핫했던 존 케이지의 음악이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두 남자(정찬승-강국진)가 여자(장강자)의 옷을 찢으면 관객들이 정강자의 상반신에 투명 풍선을 붙인 후 다시 풍선을 터트리는 행위였다. 일상의 몸을 작품에 도입해 에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퍼포먼스였지만 세간의 관심은 벗은 몸에만 집중됐다. 지금 시대에도 파격적인 이 퍼포먼스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故 정강자(1942-2017)의 이름을 새긴 파격 이벤트였다. 故정강자는 이름처럼 남성 작가들보다 더한 '강자'였다. 1960~70년대 전위적 실험미술을 이끌며 미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행보는 퍼포먼스 도중 경찰에 연행되거나 첫 개인전 '무체전(無體展)'은 강제 철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규제속 한계를 뚫으려 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07
“우리는 정말 모네나 피카소의 작품을 보러 전시에 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모네·피카소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일까요?” 마티스와 모딜리아니 '나부' 작품을 '19금 만화'같은 누드화로 그려낸 사이먼 후지와라는 당당했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그는 18세기~20세기 회화, 영상, 설치 작품으로 둔갑한 그의 만화 캐릭터 '후더 베어(Who the Bær)'의 정당성에 대해 논리력을 과시했다. "후가 봤을때, 19세기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노란 침을 흘리는 듯한 긴 분홍 혀를 가랑이에 낀 채 나른하게 앉아 화면 밖을 쳐다보는 여성 누드화 앞에서 그가 되레 물었다. 그는 "여성 모델들이 의자나 카우치에 나체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할거 같다"면서 "왜냐면 여성을 그렇게 대상화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니까요"라고 말했다. 명작이지만 달라진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 시대에 맞춰 '패스티시(pastiche·명백한 모방)와 콜라주 작업으로 이들을 업데이트했다. "이를테면 젠더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관객에게 윙크를 하며 좀 더 소통을 한다던지 하는 방식이죠." 과거의 명작을 로맨틱하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적으로 분석하며 모순점을 꼬집는다. 자신의 아바타인 만화 캐릭턱 '후(Who)’의 세상을 통해서다. 그의 말을 들으면 진짜 세계와 가짜 세계가 뒤섞여 헛갈릴 정도다. 만화같은 그림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현재 사이먼 후지와라는 전 세계 미술시장을 누비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이든 무한 변신하는 그의 캐릭터 '후'때문이다. 덕분에 '후지와라'도 이름처럼 어디서든 '후지, '와라'며 러브콜이 뜨겁다. 1982년 런던에서 출생한 일본계 영국 작가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과를 졸업했다.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 밀라노 프라다 재단에서 열린 개인전(Who the Bær)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그해 아트부산에서 참가한 애쉬더 쉬퍼 갤러리에서 내놓은 작품은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05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오는 22일까지 '주사기 작가'로 잘 알려진 윤종석 작가의 신작 개인전 '창백한 푸른 점'을 개최한다. 윤종석은 주사기 통에 아크릴 물감을 넣고 짜내는 방식으로 1~2mm의 작은 점을 화면에 끝없이 찍는 행위로 작품을 완성한다. 전시 제목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이 점은 1990년 2월14일 보이저 1호가 촬영한 '0.12화소에 불과한 작은 점의 지구 사진'을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칼 세이건의 말처럼 그 작은 점에서 살아온 모든 이의 인생을 수많은 점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쪽 벽면 전체를 채운 '여자의 일생(0907-어머니)'이 선보인다. 작가 어머니의 일생을 한 폭에 담은 작품으로 가로 255.7cm, 세로 318.6cm의 크기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황금 줄기에 여러 모양의 저울이 달렸고, 곳곳에 어머니와 연관된 소재들이 있다. 운동회에서의 독보적인 달리기 실력은 바통, 유독 좋아했던 동백꽃과 평소 즐겼던 소주잔, 식당 일을 오래 했던 고단한 삶의 일상은 요리용 칼 등으로 표현됐다. 전시장 전체 벽면은 전시명처럼 푸른 청색 빛이 스민 검은색으로 칠해져 관람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뉴스1] 김일창 | 2023.04.03